이주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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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 정상화"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1.06.2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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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2번 올려도 긴축 아니다"…금융시장 10월 금리 첫 인상, 내년 추가 인상 전망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통화정책을 연내 정상화하겠다"며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연내로 못박았다. 이 총재는 또 "금리를 1~2번 올린다고 해도 긴축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정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처음으로 올리고 이어 내년에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이날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연내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있게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연내'라고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금 기준금리는 코로나 위기가 닥쳤을 때 실물경제가 급격히 위축되고, 물가상승률이 0%에 근접한 상황에 맞춰 이례적으로 확대한 것"이라면서 "경기 회복세에 맞춰 금리를 정상화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2번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이 총재는 박종석 부총재보가 최근 '금리를 1~2번 올리더라도 긴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 발언에 대해 "지금 기준금리는 실물경제 상황에 비춰볼 때 상당히 완화적"이라면서 "금리인상을 긴축으로 볼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연내 구체적인 금리인상 횟수와 시점을 묻는 질문에 "통화정책 정상화는 경제 상황, 경기 회복세, 물가, 금융불균형 진행 정도,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달려있다"고만 답했다.

이에 대해 금융업계는  한은이 오는 10월 첫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내년 초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 추이.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 추이. 사진=한국은행

그는 통화정책은 경기, 물가 등 거시경제 상황을 보고 운용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경기 회복세가 뚜렷한 환경에서는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정해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한은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 최우선 책무인 만큼, 최근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데다 가계빚이 급증하면서 우리 경제의 금융불균형이 심화된 점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자산시장으로 자금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해 금융불균형이 누적되고 있어 이에 유의해서 통화정책 운용할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금융불균형 대응을 소홀히 하면 중기적으로 경기와 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저금리에 돈을 빌려 주식과 부동산, 비트코인 등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면서 자산시장이 과열되고 가계부채가 늘어 금융불균형이 심화된 만큼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 자산시장에 낀 거품과 과도한 빚을 일부 걷어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1분기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인 1765조원으로 불어났다.

물가경로와 주요 리스크 요인. 사진=한국은행
물가경로와 주요 리스크 요인. 사진=한국은행

최근 물가 상황에 대해서는 이 총재는 경기 회복세가 빨라지면서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 상반기 물가 상승을 주도한 국제유가 등 공급 측 요인도 진정되지 않아 하반기에는 수요와 공급측 물가 상승 압력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경기 회복과 함께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에도 2%선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0%대 중반에서 2~3월 1%대로 올라섰고, 4~5월에는 물가안정목표인 2%를 웃돌았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2012년 3월 이후 약 9년 사이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해 연간 1.8%, 식료품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올해 1.2% 상승하며 내년에는 각각 1.4%로 안정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이 총재는 "농축산물가격 오름세가 당초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는 데다 국제유가가 한달전 전망치 수준을 넘어서 70달러를 웃돌고 있다"면서 "유가는 국내 물가에 파급효과가 상당히 큰데, 유가 상승세가 예상한 것보다 오래 지속된다면 물가 전망에 상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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