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그린 변신' 선언...배터리사업 분리, 폐플라스틱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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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의 '그린 변신' 선언...배터리사업 분리, 폐플라스틱 재활용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1.07.0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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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화석연료 기름을 파는 사업을 해온 SK이노베이션이 대변신을 선언했다. 사업 중심을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그린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배터리 사업 분할을 추진하고 앞으로 5년간 배터리를 비롯한 그린 사업 분야에 총 30조 원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보급이 크게 늘어나는 시기에 선제 투자로 글로벌 톱티어 배터리 제조사로 도약하고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분야에도 과감하게 투자해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담대한 청사진을 내걸었다. 

김존 SK이노베이션 총골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 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SK이노베이션이 탄소 사업에서 그린산업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파이낸셜스토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김존 SK이노베이션 총골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 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SK이노베이션이 탄소 사업에서 그린산업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파이낸셜스토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스토리 데이'를 열고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와 핵심 소재인 분리막 등에 30조 원을 투자해 자산의 70%를 그린 자산으로 채우겠다"고 발표했다. 김준 사장은 특히 "탄소에서 그린으로 회사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 로고.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로고.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 계열사지만 석유화학계열 기업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산하에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아이테ㅐ크놀로지를 거느리고 있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원유 정제 사업으로 수십 년간 돈을 벌어온 SK가 탈(脫)탄소, 저(低)탄소 사업을 추구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석유로 대표되는 화석연료 기반 사업 비중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친환경 사업 비중을 극대화해  2016년 기준으로 6%에 그친 친환경 그린 자산 비중을 2025년 70%로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이 5년간 전기차 배터리에 18조 원을 투자하는 것을 비롯해 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에 5조 원, 폐플라스틱 100% 재활용 등 그린 사업 전환에 7조 원을 투입한다. 핵심은 배터리다. 김 총괄사장은 "배터리 사업을 중심으로 연관 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2017년에야 본격적인 전기차 배터리 투자에 나선 SK이노베이션은 시장에서 후발 주자다. 글로벌 배터리 생산 능력은 40기가와트시(GWh)로, LG에너지솔루션(120GWh)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과감한 배터리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을 2025년에 현재의 다섯 배 규모인 200GWh로 늘리고, 2030년에는 500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순수 전기차 약 712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 수가 294만 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공격적인 목표치다.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 전경.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 전경.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액이 1000GWh를 넘어섰다고 공개했다. 금액으로 치면 130조 원 규모다. 전 세계에서 수주 잔액이 1000GWh 이상인 곳은 중국 CATL과 LG에너지솔루션 정도. SK이노베이션이 수주 잔액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 흑자 전환도 내년이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동섭 배터리사업 대표는 "내년 말이면 월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3위에 올라설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수주와 매출 모두 글로벌 톱3 업체로 도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분리막 사업 계열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도 5년간 5조 원을 투자해 생산 능력을 현재 14억 ㎡에서 2025년 40억 ㎡로 확대할 계획이다. 분리막은 양극재·음극재·전해질과 함께 배터리 4대 핵심 소재로 꼽힌다. SK IET는 이미 중국과 폴란드에서 동시다발로 증설에 나서고 있다. 올해 3000억 원 수준인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2025년에는 1조 4000억 원까지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제2의 분리막’으로 낙점한 폐배터리 재활용(BMR) 사업도 2024년 상업 생산에 들어간다. "배터리에서 배터리를 캔다"는 말이 나오는 BMR 사업은 버려진 배터리에서 수산화 리튬을 회수하는 사업이다. 수익성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54건의 특허를 출원해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SK종합화학 나경수 사장(오른쪽)이 지난달 23일 북미 루프인더스트리의 대니얼 솔로미타(Dainel Solomita) 대표이사가 루프사 지분투자와 해중압기술 확보 등 목적의 전략적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종합화학 나경수 사장(오른쪽)이 지난달 23일 북미 루프인더스트리의 대니얼 솔로미타(Dainel Solomita) 대표이사가 루프사 지분투자와 해중압기술 확보 등 목적의 전략적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등 기존 사업을 그린화하는 데도 7조 원을 투자한다. SK종합화학은 친환경 제품 비중을 2023년 50%, 2027년에는 10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 차원에서 배터리·분리막 사업은 2035년 탄소 순제로를 조기 달성하고, 전체로는 2050년 이전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이를 위해 루프인더스트리와 폐 페트병,페섬유 재활용 혁신을 위한 전략적 투자협역약을 체결했다.SK이노베이션, SK종합화학, 한국도로공사, (사)한국고속도로휴게시설협회  등 4자 협의체는 지난달 24일 SK이노베이션 임수길 밸류크리이에션센터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분리배출부터 업사이클까지 아우르는 폐플라스틱 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2025년이면 그린 사업이 전체 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괄사장은 분할 후 상장 등을 통한 지분 매각 추진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이다. 두 번째는 기업의 '탄소 노출' 자체를 줄여야 하는 목표다. 지분율을 낮춰야 탄소 익스포저가 떨어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유화학 사업의 경우 지분율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것은 쉽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배터리·석유개발 사업 분할 시점과 방식은 밝히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분할의 전제 조건으로 자체 이익 창출 능력을 강조해온 만큼 이르면 연내 추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동섭 배터리사업 대표가 "올 3분기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기준으로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 대목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내년에는 연간 기준으로 영업이익 흑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 대표는 "대규모 투자를 위해서는 가급적 분할과 기업공개(IPO)가 빠르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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