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취업자 47%가 단순노무직인데 개선세 뚜렷하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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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취업자 47%가 단순노무직인데 개선세 뚜렷하다는 정부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1.07.18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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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이 똑 같은 생각을 가질 수는 없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각양각색이든 생각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생각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그렇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지나치게 차이가 난다면 문제다. 경제정책을 만드는 최고 수장의 생각이 그렇더라면 더더욱 문제다.  일자리에 대한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생각을 두고 말이 많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힉재정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힉재정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지난달 고용의 양적 측면뿐 아니라 세부 내용 측면에서도 여러 부분에서 개선세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고 적었다. 홍 부총리는 이날 통계청이 6월 취업자 수가 전년 같은 달보다 58만2000명 늘어났다고 발표한 것을 소개하면서 "취업자수가 3개월 연속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썼다.

홍 부총리는 다섯 가지를 긍정으로 평가하 한 가지를 아쉽다고 말했다. 우선, 코로나19 충격이 집중된 서비스업이 44만2000명 늘어나 3월 이후 큰 폭의 회복세를 이어갔다. 둘째 청년층 고용 증가폭이 20만 명을 웃돌았다. 셋째, 고용위기 상황에서 일자리 버팀목이 돼온 공공일자리가 고용기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도 지속되고 있다.넷째,  상용직이 3개월 연속 30만 명 이상 증가하고 지난해 고용감소고 가장 큰 임시직도 최근 3개월간 30만 명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섯째, 주당 평균 취업시간도 상승해 4개월 연속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는 도소매업 취업자 수(-16만4000명)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8만4000명)도 지속 감소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경제정책의 수장인 홍 부총리가 밝힌 숫자 중 틀린 것은 없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지난달 20만9000명 는 게 맞다. 따져보면 지난해 6월에는 코로나 여파로 전년 동월에 비해 17만 명 감소했다. 올해 수치는 재작년 수치를 조금 웃돈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기에 이 수치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연령계층별 고용률 현황과 산업별 취업자 현황. 사진=통계청
연령계층별 고용률 현황과 산업별 취업자 현황. 사진=통계청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의 노력을 폄훼하려는 게 아니다. 사회복지 서비스업 20만8000명,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 행정업 8만7000명 등 정부가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느라 애를 쓴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고용상황을 정확히 보고 정확히 말해야 하는 것은 정책입안자의 책무다. 그래야 왜곡이 없고 세금이 엉뚱한 데 들어가지 않는다.

통계청 발표를 꼼꼼히 읽어보면 고용시장의 수치는 개선된 것으로 나오지만 내용은 '개선됐다'고 말하기가 쑥쓰러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실업자는 13만 6000명이 줄었다고 하나 여전히 109만 3000명으로 100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전년 동월에 비해 1.8%포인트 하락했으나 8.9%로 여전히 높다.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을 의미하는 확장실업률은 23.5%로 여전히 높다. 일하고 싶은 청년 4명 중 1명이 여전히 제대로 된 일자리를 못 찾고 있다는 뜻이다.

홍 부총리는 주당 평균 취업 시간도 상승했다고 말했다. 주당 36세 이상 일하는 전일제 근로자가 57만명 증가하면서 1~17시간 단시간 근로자 증가폭(25만8000명) 크게 웃돌았다고 적었다. 전일제 근로자는 지난해 코로나 상황에서 일시 휴직으로 내몰린 여행·소매업 종사자들이 일터로 복귀한 데 따른 것이라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 주에 1~17시간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가 25만8000명 늘어나는 것은 소위 '알바' 일자리만 늘어났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정도 일해서 어찌 생계를 꾸릴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지난달 취업자가 3개월 연속 50만명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 코로나 직전인 2020년 2월 취업자수의 99.4%까지 회복됐다'는 홍 부총리의 평가 역시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홍 부총리의 말마따나 취업자가 늘어난 것은 맞다. 그런데 그  취업자의 절반가량인 27만3000명(47%)이 단순 노무 종사자라는 사실을 그는 쏙뺐다 . 통계청은 몇 시간 또는 몇십 분 직업훈련으로 업무 수행이 가능한 단순하고 일상적인 업무를 단순 노무직으로 분류한다. 건설 현장 노동자와 음식 배달원, 청소원 등이 이 분류에 속한다. 단순 노무직이 많이 늘어난 것을 놓고 일자리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자랑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취업자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단순 노무직이 아니라 안정되고 높은 임금을 주는 장기 일자리라는 점을 홍 부총리가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수도권 4단계 거리 두기 등으로 방역이 강화된 데다, 내년 최저임금 5% 인상은 일자리 시장을 위축시킬 게 불을 보듯 훤하다. 정부나 민간 모두 일자리 시장 안정을 위해 험로를 걸을 수밖에 없다. 홍 부총리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이른 시간내에 코로나 확산세를 억제하고 고용 회복세가 흔들림 없이 이어지도록 정책 대응에 매진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렇지만 위기일 수록 위기의 근인을 정확히 진단해야만 제대로된 해법이 나온다. 보이고 싶은 것은 강조하고 감추고 싶은 것은 쏙 뺀  홍 부총리의 자화자찬식 평가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세금으로 버티는 일자리는 위기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현실에서 한계를 드러내게 마련이다. 홍 부총리는 국민들이 숫자 놀음을 원하는지, 고임금을 받는 제대로된 일자리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숫자 이면의 현실을 직시하길 당부드린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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