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금감원장 '경제 퍼펙트 스톰' 경고와 그의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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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금감원장 '경제 퍼펙트 스톰' 경고와 그의 책무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1.08.0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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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보 새 금융감독원장의 취임일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취임 첫날부터 우리경제에 '경제 퍼펙트 스톰'을 경고하기 나섰기 때문이다. 퍼펙트 스톰은 각종 위기가 동시 다발로 발생하는 초대형 복합위기를 말한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6일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6일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정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방위비분담 협상대사를 지낸데다 행정고시(28회)로 공직에 입문해 금융위 사무처장, 기획재정부 차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두루 거친 금융·경제정책 전문가여서 그의 경고성 발언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

정 원장은 6일 취임사에서 우리 경제가 당면한 위기이자 정부의 숙제를 제시했다. 정 원장은 취임사에서 "코로나19 위기가 아직 극복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의 양적완화와 저금리로 인한 과도한 유동성 공급은 금융시장의 새로운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문을 텄다.

그는 이어 "아직 실물경제 회복을 위한 금융지원이 절실하면서도 과도한 민간부문 부채를 관리해야 하는 녹록지 않은 금융환경에 직면해 있다"면서 "한계기업·자영업자 부실 확대 가능성, 거품우려가 제기되는 자산의 가격조정 등 다양한 리스크가 일시에 몰려오는 소위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가 염두에 둔 퍼펙트 스톰은 아마도 1998년 겪은 외환 위기, 2002년 카드 대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보인다.

정 원장은 법과 원칙에 기반한 금융감독, 사전감독과 사후감독의 조화로운 운용, 금융소비자 보호 노력 지속 등 세 가지 감독방향을 제시하고 금감원 직원들에게 시장소통과 금융지원, 소비자보호를 위한 적극 행정 실천 등 세 가지를 주문했다.

정 원장의 연설은 우리 경제가 앓고 있는 중병의 근인 진단은 제대로 했지만 처방전을 제시하지 않아 실망스럽다. 금감원이 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지만 퍼펙트 스톰을 초래한 데 대한 정부의 책임, 그것에 대한 진지한 반성도 대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금융감독 당국이라면 사전감독과 사후감독을 조화롭게 해야 한다는 두말이 필요없다. 사모펀드 부실, 빅테크 등 금융의 플랫폼화, 암호화폐와 가상자산 등장에 따른 금융시장 확장 국면에서 소비자 보호에 나서야 함은 굳이 말이 필요없다.

감독을 하려면 법과 원칙에 따라서 해야지 불법과 편법을 따를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는 하나마나한 소리일 뿐이다.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그가 취임사 모두에 꺼낸 '퍼펙트 스톰'을 어떻게 막느냐일 것이다. 그의 말 한마디,일거수 일투족이 시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각론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수긍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퍼펙트 스톰을 미리 막겠다는 정도의 발언은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는 말을 아꼈다. 그는 "세계 각국의 양적완화와 저금리로 인한 과도한 유동성 공급은 금융시장의 새로운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만 말했을 뿐이다.

이게 우리나라의 문제를 지적한 것인지 아니면 전 세계 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지적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더욱이 유동성을 공급한 주어도 없다. 주어를 쓰지 않는 그의 말은 책임을 피해가려는 수로 읽힐 수도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시중에 풀린 돈은 실로 엄청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5월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5월 시중통화량 평균잔액은 광의통화(M2) 기준 3385조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4월에 비해 21조4000억원(0.6%) 증가한 것이다. 증가폭은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 4월(50조6000억원)보다는 줄었다.

정 원장이 말한 '과도한 유동성'의 공급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미국은 연방기금금리 인하와 국채와 회사채,주택담보증권 등 자산매입을 통해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재정지출 형태로 이뤄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춰 많은 사람들이 저금리에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해 돈을 시중에 풀었다. 문재인 정부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현재 기준금리는 0.50%다. 

또 문재인 정부는 정권  출범 직후부터 초대형 예산을 편성하며 세금을 물 쓰듯 뿌렸다. 일례로 지난해에는 추가경정예산 67조원을 포함한 예산 554조 원을 풀었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겹쳐 집값이 폭등하자 무주택자들이 빚을 내 대거 주택 매수 대열에 가세했다. 절망한 2030세대는 영혼까지 팔아 빚을 내 집을 샀다. 이들의 '영끌 빚투' 탓에 가계 부채가 1년 새 165조원이나 급증해 1700조 원을 넘어섰다. 

최저임금 인상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들의 재무상태는 한계에 도달했고  국가 채무도 4년간 300조원 이상 불어나 1000조 원에 육박한다. 선거를 앞둔 집권 여당과 정부는 사정이 이런데도 온 국민의 88%에게 재난지원금을 뿌리겠다고 난리다.

정 원장이 말한 '퍼펙트 스톰'의 근인은 유동성이며 퍼펙트 스톰을 막는 근본대책도 유동성을 관리하는 것임은 두말이 필요없을 것 같다. 과잉 유동성은 저성장 속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해 금리인상의 약발이 먹히지 않도록 하는 걸림돌이 된다. 정 원장의 일은 하나에서 열까지 과잉 유동성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과잉 유동성을 적정 수준까지 관리하려면 여러 가지 정책의 조합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8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측하지만 가계부채 수준을 감안하면 무턱대고 금리만 올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매파(긴축 지지) 성향의 발언과 행동, 다양한 정책수단의 발표로써 시장에 긴축에 대비하라는 신호를 지속해서 보내야 한다. 정 원장의 지혜로운 정책 행보를 주목한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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