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민변호사들, "사전통관법 나체수색 권한 미국인에 부여"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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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이민변호사들, "사전통관법 나체수색 권한 미국인에 부여" 분노
  • 육도삼략365
  • 승인 2020.01.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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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정부" 국경 보안 개선과 미국 여행 수월해질 것" 딴소리...이민 여행업계 분통

캐나다 연방정부가 지난해 8월 도입한 사전통관법이 미국 세관원들에게 미국으로 가는 여행자를 캐나다 영토 내에서 나체 수색을 포함, 심문하고 구류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는 우려반 비판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캐나다 공항 입국장에서 세관과 국경보호청 직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사진=CBC
캐나다 공항 입국장에서 세관과 국경보호청 직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사진=CBC

캐나다가 새로 도입한 사전통관법은 비행기로 국경을 넘기 전에 캐나다 공항의 사전통관 구역에서 미국 입국심사와 통관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허용한 미국과 캐나다의 이전 협약을 대신하는 법이다. 캐나다 주요 공항 8곳에 사전통관 구역이 설치됐으며 앞으로 해로와 육로를 통한 모든 국경 통과 시에 이 법이 적용된다.  사전통관법은 캐나다 국경에 근무하는 미국 세관원들에게 심문권을 부여해 캐나다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연방정부는 새로운 사전통관법(preclearance act) 덕분에 국경 보안이 개선되고 미국 여행이 더 수월해질 것으로 밝히는 등 완전히 딴소리를 하고 있다.   

캐나다 국영 CBC 방송은 17일(현지시각) 사전통관법의 문제점에 분통을 터뜨리는 여행업계와 이민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토론토에서 이란계 고객을 상대하는 이란계 캐나다인 이민변호사 판테아 자파리(Pantea Jafari)씨는 "저는 미국 세관원이 제 몸에 손을 대고 아무 쓸모 없는 질문을 무한정 퍼붓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 여행에 관해 제가 느끼는 두려움은 100배나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사전통관이 시행된 이후, 자파리 변호사는 미국 여행을 그만뒀는데, 이란과 대결구도를 펼치는 미국을 보며 그녀의 결심은 더욱 확고해졌다. 

캘거리에서 활동하는 이민변호사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e)은 "'당신이 나를 인종적으로 차별하므로 매우 불쾌하다, 당신 나라에 가기 싫다, 그냥 집에 가겠다' 한다고 칩시다. 당신이 내세운 사유가 의심스럽다고 판단되면 미국 세관원은 당신을 구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파리 변호사는 사전통관에 관한 새 규정이 유색인종, 특히 중동계 여행객을 질문의 타켓으로 겨냥할 수 있다고 일갈했다. 자파리 변호사는 "우리는 위험 인물 취급을 받는다. 미국인들은 우리를 무슨 내부적 위협 요인으로 간주하고 우리의 신상정보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민변호사들은 사전통관의 장점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새 법이 캐나다인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염려한다. 사전통관을 담당하는 미국 세관원이 세관 검색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미국 입국신청을 취소하려는 캐나다인을 취조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걱정거리다. 

이전의 양국 합의에 따르면 위법 사항이 없는 캐나다인 여행객은 자국 영토 내에 있으므로 공항을 떠나 귀가하면 그뿐이었다. 그러나 새 법은 미국 입국심사 취소 사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을 거부하는 사람은 미국 세관이 구금하고  캐나다 사법당국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한다.

캐나다인들이 자국 영토에서 미국 통관을 끝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사전통관의 이점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캐나다와 미국의 효율적인 국경통과를 지원하는 사전통관 연맹의 제리 브루노(Gerry Bruno) 공동의장은 "사전통관을 마친 캐나다인은 비행기에서 내리면 내국인 여행자로 분류되므로 미국 입국심사를 위해 장시간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연방정부는 한술 더 뜬다. 캐나다 공공안전부는 입국장의 허점을 노리고 사전 통관 구역을 탐색하는 불순분자들을 막기 위해 입국 심사 취소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공공안전부의 팀 워밍턴(Tim Warmington) 대변인은  CBC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입국을 취소하겠다는 사람에게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으면 국경 보안이 흐트러질 수 있다"고 답했다. 

워밍턴 대변인은 미국 세관원이 입국을 취소하려는 캐나다인 여행객을 '합당한 기한 이상' 붙들어 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제리 브루노 공동의장도 법을 준수하는 여행객은 사전통관 구역에서 문제를 겪지 않을 것이며,  입국신청 취소는 취소 자체를 금한 미국 세관법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캐나다에서 근무하는 사전통관 담당 미국 세관원은 권리자유헌장과 인권법을 비롯한 캐나다 법을 준수해야 한다. 지난 2017년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새 법안을 옹호하는 가운데 이 점을 지적했지만 그때는 법안이 법률로 통과되기 전이었다. 

브루노 공동의장은 그것말고도 보호장치가 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캐나다 국민의 사생활 정보 보호와 감독을 담당하는 캐나다 프라이버시위원회는 그 보호장치란 게 속 빈 강정이라고 꼬집는다. 미국 정부는 캐나다의 국가면책법에 따라 대부분 면책특권을 누린다. 캐나다 프라이버시위원회 웹사이트에는 '캐나다인이 캐나다 법을 어겼다고 미국 세관원을 고발해봤자 법정에서 별다른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캐나다 이민변호사들은 새 법에 따라 미국 세관원들이 캐나다 여행객에 대해 나체수색까지 할 수도 있다는 점을 크게 염려하는데 캐나다 정부는 한가롭기만 하다. 공공안전부 팀 워밍턴 대변인은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만 미국 세관원이 신체수색을 할 수 있으며, '캐나다 세관원이 수색을 진행할 수 없거나 수색을 원하지 않는 경우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진행될 것이라고 말할 뿐이다.  

워밍턴 대변인은 미국 세관원으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느끼는 캐나다 여행객은 사전통관 절차 감독을 위한 '사전통관 컨설팅그룹'에 불만을 제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 사전통관 구역에 근무하는 캐나다 세관원들도 동일한 권한을 지니게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민변호사 렌 손더스(Len Saunders)는 미국 북부의 국경 통과지점에서 근무하는 일부 미국 세관원이 점점 엄격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들어 새 법이 더욱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은 2018년에 비해  5년짜리 입국금지명령을 두 배나 더 내렸다. 

손더스 변호사는워싱턴주 블레인(Blaine)과 가까운 캐나다 국경에 인접한 자기 사무실에서 "미국인들이 미국 땅에서 캐나다인을 이 따위로 취급하는데 왜 캐나다 땅에서 그들에게 그토록 많은 자율권을 주나요"라고 목소리를 높히고 "캐나다 정부가 합의해준 내용을 보면 끔찍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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