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총공급 늘리는 대책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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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드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총공급 늘리는 대책 써야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1.10.01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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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이란 말이 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물가가 지속해서 오르는 일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경기침체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의 지속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간단히 말하면 저성장과 고물가 상태다. 보통 한 가지만 발생하도 살기가 어려운데 둘이 동시에 발생하면 얼마나 삶이 고달플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스태그플레이션이 한국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미 한국에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이 켜졌다는 말이 나온다.지난달 중국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4차 대확산이 본격화하면서 생산·소비·투자가 석 달 만에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감소'를 보였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소비가 다시 감소세를 보이면서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한국 경제의 현실이다. 반도체를 선두로 수출이 호조를 보인 것은 착시효과일 뿐이며 서비스를 중심으로 내수 경기는 회복이 더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021년 8월 산업활동동향.사진=통계청
2021년 8월 산업활동동향.사진=통계청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공공행정과 건설업 등에서 생산이 늘었지만, 서비스업과 광공업 생산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광공업생산은 0.7% 감소했는데, 반도체(3.5%)의 생산이 늘었지만 전기장비(5.1%), 금속가공(5%) 등에서 생산이 줄었다. 전기장비는 냉장고 등 가정용 기기와 변압기, 회로차단기 등의 생산이 줄었고 금속가공은 절삭공구는 공구류 생산과 해상금속구조물(해양플랜트) 건조량이 감소했다.

제조업 재고는 식료품·컴퓨터 등에서 줄었으나 반도체·석유정제 등에서 늘어 전월 대비 4.9% 증가했다. 제조업의 출하 대비 재고를 의미하는 재고율은 112.3%로 전월 대비 8% 상승했다. 제조업 재고율은 지난해 5월 8.8%P 상승한 이후 15개월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서비스업생산은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 금융·보험이 0.1% 증가했지만, 숙박·음식점업에서 5%, 도소매에서 0.9%씩 생산이 줄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사적 모임과 영업 제한 등으로 숙박업, 음식점업, 주점·음료점 모두 감소했다. 도소매업도 자동차와 부품판매업, 음식료품·담배도매업, 종합소매업 모두 줄었다.

소비(소매판매)는 0.8% 감소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118.5를 나타냈다. 7월 코로나19 4차 재확산으로 0.5% 준 데 이어 두달 연속으로 위축됐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가 2%, 승용차가 0.1%씩 판매가 줄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하계 휴가 관련 나들이 음식료품 등의 판매가 줄었다. 승용차는 수입차 인증 문제와 부품 수급 차질 등에 따른 출고 지연의 영향이 있었다.

설비투자는 무려 5.1% 줄었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5월 5.7% 줄어든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가 4.3% 줄었고  운송장비 투자는 7.7% 감소했다.

건설업체 실제 시공실적으로 금액으로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건축과 토목 공사 실적이 모두 늘어 전월 대비 1.6% 증가했다.건설수주(경상)는 공장·창고 등 건축(12.8%)과 철도·궤도 등 토목(36.2%)에서 모두 늘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3% 증가했다.

걱정스런 대목은 생산·소비·투자가 5월 이후 석달 만에 모두 감소한 것이다. 소비자물가가 고공행진 하는 가운데 소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재의 물가수준은 우리나라가 '저성장 고물가' 덫에 걸렸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하다. 

전국 유가 추이. 사진=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전국 유가 추이. 사진=한국석유공사 오피넷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9(2015년=100 기준)로 1년 전보다 2.6% 올랐다. 2012년 4월(2.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2%대 상승률은 지난 4월(2.3%) 이후 다섯달째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9월도 두 자리 상승률이 예상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 지난 23일 올 4분기(10~12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전분기(-3원)보다 3.0원 오른 kWh당 0.0원으로 책정하면서 공공요금 도미노 인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금통위원 시절에 "연간으로 2%대 전체 물가상승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더 심각하게 봐야할 것은 현재의 경기 오름세가 꺾인 것은 물론 앞으로 오를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는 점이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1.3으로 전달과 같았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시작된 7월에도 0.1포인트 올랐으나 코로나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주춤하는 모습이다.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 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에 비해 0.3 포인트 떨어졌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달 14개월만에 하락한 이후 2개월 연속 떨어졌다. 

점점 커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를 어떻게 벗어던지고 한국 경제를 정상 성장궤도로 복귀시킬 수 있을까? 통상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한다. 스태그네이션 상황이라면 금리인하 등을 통한 유동성 공급,재정확장 정책 등이 처방전이 될 수 있다. 

생산과 소비,투자가 감소한 가운데 9월 수출이 16.7% 늘면서 우리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사진은 수출항 전경.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생산과 소비,투자가 감소한 가운데 9월 수출이 16.7% 늘면서 우리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사진은 수출항 전경.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스태그플레이션은 총수요 증가가 아닌 총공급 측면의 비용상승이 원인으로 꼽힌다. 가계 소비와  기업의 투자 감소 등은 우리경제의 총수요를 줄이고 있다. 통례라면 경기침체와 함께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국제유가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원인이 공급에 있는 만큼 해법에서 찾는 게 온당하다.우리 경제에 총공급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경기활서화와 물가안정을 동시에 달성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총공급을 늘릴 것인가를 고민행댜 한다. 규제를 과감하게 개혁하고 조세를 감면하는 등 기업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게 한가지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생산성 향상이다. 우리사회의 낮은 생산성 구조를 혁파하는 것이다.   섣부른 금리 인상은 화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금리를 올리면 경기 둔화 리스크가 있는 반면, 정작 물가가 잡힐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창구를 닫고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기준금리 인상은 기업과 가계부담을 늘리고 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국제 유가 등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기업에 원가 상승 압력을 주고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주된 요인인데 국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오히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다른 스태그유발요인부터 정부가 해소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시점과 맞춰 금리를 올려도 늦지 않다고 본다.  미국이 올해 11월 테이퍼링(단계별 자산매입 축소)에 이어 내년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고하는 등 시장이 대응할 수 있도록 시간여유를 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데서 배울 점이 많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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