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개편, 체감물가 괴리 키우지 않도록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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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개편, 체감물가 괴리 키우지 않도록 해야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1.12.22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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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최근 5년 사이 변화한 소비 흐름을 반영해 소비자물가지수를 개편해 22일 발표했다. 지출이 줄어든 넥타이와 사진기, 스키장 이용료 등을 빼고 새우와 체리, 아보카도, 마스크 등지출이 늘어난 품목은 새로 넣었다. 
 

통계청이 물가지수를 개편하면서 전세 가중치는 높이고 월세가중치는 낮추면서 부동산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지표물가와 체감물가 괴리를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초고층 아파트 전경. 사진=픽사베이
통계청이 물가지수를 개편하면서 전세 가중치는 높이고 월세가중치는 낮추면서 부동산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지표물가와 체감물가 괴리를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초고층 아파트 전경. 사진=픽사베이

통계청은 물가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5년 마다 지수를 개편하는 데 이번에는 2017년 이후 5년간의 변화를 반영했다. 지난 5년 사이 전기차 보급이 늘어났고 아보카도 등 수입 과일 소비가 많아졌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설득력있는 조치다.올해  중고등학교 전면 무상교육이 시행된 만큼 고등학교 납입금과 학교급식비 등 무상교육·무상급식 관련 품목이 탈락하는 것도 당연한 조치다. 

그럼에도 이번 지수개편은 아쉬움을 적지 않게 남겼다. 보완할 부분이 많다는 뜻이다. 일부 가중치를 변경했지만 변경 시점 이후의 변화한 경제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고 체감 물가와 지표 물가간 괴를 키울 수 있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휘발유 가중치가 줄어든 게  좋은 예이다.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급락한 국제유가는 올들어 크게 올랐다. 이에 따라 운송비와 보험료 등을 반영한 국내 원유 도입단가와 석유제품  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올랐다. 지난해 5월 평균 리터당 1255원인 전국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평균 1737원으로 급등했다.

최근 3년간 국내 유가 추이. 사진=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최근 3년간 국내 유가 추이. 사진=한국석유공사 오피넷

통계청은 지난해 코로나 확산으로 급락한 국제유가를 기준으로 휘발유 가중치를 산정했기 때문에 최근 배럴당 70~80달러까지 오른 국제유가는 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공급망 차질과 각국의 탄소중립 이행에 따른 원자재 수요가 늘면서 내년까지 원자재값 상승이 물가를 밀어올리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우리 물가지수는 이런 현실을 담아내지 못할 것으로 봐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이번 개편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는 원자재발 물가폭등이 아니라 물가 상승 정도만 나타낼 수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개편 기준연도가 2020년인데 당시 국제유가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휘발유 소비지출 비중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긴 하지만 이번 물가지수 개편이 유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집값 관련 지수 가중치 조정도 마찬가지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최근 5년간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가운데 개편된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전세 가중치는 높아지고 월세 가중치는 소폭 낮아졌다. 이 역시 지난해 임대차 3법 개정 후 전세가 줄고 월세가 늘어난 부동산 시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계청  설명은 휘발유 가중치 해명과 판박이다. 통계청은 "전세는 2017년에 비해서 2020년에 거래와 가격이 모두 높아지면서 소비지출 비중이 커졌다"면서 "월세는 2017년에 비해 거래가 상대적으로 한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비중이 소폭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설명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지난해 이후 급변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개편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주거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자가주거비(owner-occupied housing services costs)란 자기 소유 주택을 직접 사용해 얻는 주거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말한다. 집을 사면서 받은 대출 이자,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유지·관리비 등을 말한다.

통계청은 주택은 소비재가 아니라 자본재라는 말로 선을 긋고 있다. 통계청은 자가주거비를 반영한 보조지표를 내놓고 있지만 실제 주거비 부담을 반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출 이자,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은 전월세 부담 못지 않게 금액도 크다.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사람들이 종부세를 내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을 통계청은 전혀 모르는 모양이다. 이자와 세금이 물가지표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주택 소유자가 느끼는 체감 물가와 전월세 물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 것임은 불을 보듯 훤하다. 

이번 물가지수 개편은 5년 단위로 하다보니 지난해 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었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실제 물가와 체감 물가간 괴리를 정책보완를 통해 좁혀야만 정책의 실효성과 국민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노력을 더 기울일 것을 물가 당국에 당부한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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