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금리인상 대비하는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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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금리인상 대비하는 캐나다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2.01.2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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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가 최근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수십년 사이 최고 수준으로 소비자물가지수가 치솟아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화되고 있어 금리인상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금리 인상 시 주택마련 등을 위하 자금을 빌린 차주들이 큰 고통을 받을 것이 분명한 만큼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캐나다 경제는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가 가져온 경제 충격에서 벗어나 4%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는 점은 희망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한 캐나다인이 오타와의 캐나다 중앙은행인 뱅크오브캐나다(BOC)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파이낸셜포스트
한 캐나다인이 오타와의 캐나다 중앙은행인 뱅크오브캐나다(BOC)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파이낸셜포스트

이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26일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재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제로금리 수준인 연방기금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제롬 파월 의장이 FOMC 정례회의 기자회견에서 "노동시장을 위협하지 않고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꽤 많다고 생각한다"며 금리인상을 공식화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캐나다도 경제가 회복됐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대단히 강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중앙은행인 BOC는 미국 FOMC 정례회의가 끝난 날인 26일 코로나19가 초래한 경제비상사태 종료를 선언하고 30여년 만에 가장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캐나다 주택평균 가격 추이(주황색)와 종합주택가격 지수(파란색) 추이. 사진=파이낸셜포스트/캐나다부동산협회
캐나다 주택평균 가격 추이(주황색)와 종합주택가격 지수(파란색) 추이. 사진=파이낸셜포스트/캐나다부동산협회

BOC는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잠재 GDP간의 차이가 견실한 고용, 수출과 투자 덕분에 계획보다 앞서 좁혀졌다고 밝혔다. 잠재 GDP란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뜻하면 적정 성장의 기준이 된다.쉽게 말해 BOC는 '임무달성'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BOC 정책위원회(Governing Council)는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최소한 봄까지 제로수준을 유지하기로 한 당초 약속을 종료하기로 결정하고 이르면 내년 3월 2년여 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책위는 기준금리인 오버나이트 금리 목표치를 0.25%로 동결하고 정책금리를 실효 하한선으로 유지하겠다는 포워드 가인던스(정책안내)를 폐지하기로 했다.  
BOC는 성명서에서 "코로나19가 계속 경제활동에 섹터별로 고르지 않게 영향을 주고 있으나 위원회는 경제 전반의 슬랙이 흡수돼 정책금리의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한 조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BOC는 이전 회의에서 "경제 슬랙이 흡수돼 2%의 인플레이션 목표가 지속해서 달성될 때까지 정책 금리의 실효 하한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이는 (중앙은행의 10월 전망에 따르면) 2022년 중반 분기에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BOC는 이번 회의에서는 이 문장을 완전히 삭제하고 "앞으로 위원회는 금리가 오를 필요가 있다고 예상하고 있으며, 2%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대한 중앙은행의 약속에 따라 금리 인상의 시기와 속도가 안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 기준금리 추이.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캐나다 기준금리 추이.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앞서 BOC는 지난 10월에 첫 금리 인상 예상 시기를 올해 하반기에서 올해 중반으로 당겼으며 이번 회의에는 이 같은 가이던스를 아예 없애고,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못박은 것이다. 캐나다에서도 이제 기준금리 인상은 공식화됐다고 보는 게 온당하다. 

BOC가 금리인상을 선택한 것은 물가탓이다. BOC는 캐나다 연방정부와 함께 위기 대응에 나서 돈을 푸는 정책을 펴 경제를 위기에서 구했나 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에 직면한 것이다.

캐나다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연율 5.8%로 추정됐다. 그만큼 BOC는 경제위기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너무 잘했다는 데 있다. 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이다.인플레이션이란 물가가 계속해서 꾸준히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8%로 1991년 9월(5.5%)이후 3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BOC의 물가관리 목표는 2%인데 4월 이후 CPI는 이 범위를 줄곧 벗어났다. 가계와 기업은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다시 말해 '고물가' 기대심리가 고착화하는 듯했다. 물가가 급등하면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실물 가치는 올라가는 만큼 부동산 등으로 돈이 가격 폭등이 벌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BOC가 CPI를 금리 결정을 위한 안내 지표로 CPI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점이다. 12월 CPI를 보면  BOC가 금리인상을 미리 안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렇기에 시장에서는 BOC가 금리를 급격히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1월에 0.25% 인상하고 이어 연말까지 세차례 더 0.25%씩 올려 최고 1.2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캐나다의 지난해 하반기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하고  경제는 상당한 모멘텀을 갖고 있으며  강한 고용 증가세로 노동시장이 크게 타이트해졌고, 주택시장 활동은 주택가격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BOC의 선제 대응 차원의 금리인상은 필요하다.

무엇보다 캐나다 경제는 올해 고성장과 고물가 현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BOC가 경제 성장률을 올해와 내년 각각 4%, 3.5%로 예상하고 소비자물가를 각각 4.2%, 2.3%로 예측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렇기에 BOC가 "더 높아진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지속하는 인플레이션으로 내재화되지 않도록 통화정책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수긍할 만하다. 캐나다 주택가격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밀어올린 주역인 초저금리 시대도 저물 것 같다. 동시에 캐나다 경제의 앞날이 밝을 것이라는 것에도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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