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몬트리올대학이 성전환자들이 이름에 나타난 성별 문제로 겪는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재학생들에게 '공용가명(公用假名)'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용가명이란 이메일, 포털사이트 등지에 로그인할 때 쓰이는 '사용자명'과 유사한 개념으로서, 몬트리올대학교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공용가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몬트리올대학교 성전환자액션그룹은 6년 전부터 성전환자들이 이름 때문에 겪는 불편을 감안해 교내 전산시스템이나 학생증, 교원증 등에 공용가명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해왔는데 이것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몬트리올 최대 일간지 주르날 드 몽레알은 30일(현지시각) 몬트리올대학교가 재학생들에게 '공용가명(公用假名)'을 사용해 학생증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공용가명 도입 방침에 따라 이름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면 최대 48시간 안에 공용가명이 기록된 새 학생증이 발급된다.
그러나 출생시에 등록된 공식성명(법적성명)은 학위증, 성적증명서 등 공식 서류에 그대로 기재된다.
또 쥬느비에브 오메라(Geneviève O'Meara) 몬트리올대학교 대변인은 학생들이 그저 재미삼아 괴상망측한 이름으로 바꾸는 일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름을 변경하는 데 구구한 설명은 필요없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다는 말이다.
오메라 대변인은 "우스꽝스럽고 너무 풍자적인 이름, 퇴폐적이고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가명은 거부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몬트리올대학교 성전환자액션그룹의 제이 빠레(Jay Paré) 대변인은 이번 공용가명 도입 조치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캠퍼스 내 성전환자 권익에 관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빠레 대변인은 우선 자기네 동아리 활동에 필요한 공간 제공과 함께 자신들의 목표를 보다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대학 측의 재정지원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했다.
공용가명 도입 문제가 해결된 만큼 이제는 '성별선택' 문제가 성전환자액션그룹의 우선 해결과제로 떠올랐다. 다른 대학에서는 성별선택 문항에 남, 녀 외에 '기타란'이 있는 데 비해 몬트리올대학교는 남녀 양자택일만을 강요한다면서 제이 빠레 대변인은 이를 반드시 바로잡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현재 몬트리올대학교에는 남녀 성별 구분이 없는 화장실 80실이 마련돼 있는데, 성전환자액션그룹의 투쟁 리스트에는 이를 캠퍼스 내 모든 건물로 확대해달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몬트리올(캐나다)=에스델 리 기자 esdelkh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