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새로운 복병,일본 '엔화 약세'...달러당 120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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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새로운 복병,일본 '엔화 약세'...달러당 120엔대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2.03.2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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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품 수출가격 경쟁력 강화...중국위안화 평가절하 시 한국산 제품 입지 좁아져

일본 엔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6년여 사이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달러당 120엔까지 오른 달러엔 환율은 150엔까지 갈 것이는 전망이 나온다. 통화정책 당국의 초저금리 정책과 노은 에너지 의존도 탓으로 풀이된다. 엔화 약세는 일본의 수출가격 경쟁력 강화에 보탬이 되는 만큼 일본과 경쟁을 하는 한국의 석유와 철강, 기계와 자동차 등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일본 엔화 약세가 한국 경제에 새로운 복병으로 떠올랐다.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설 경우 한국은 일본과 중국의 통화 평가절하 경쟁으로 진퇴양난의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일본 엔화. 사진=CME그룹/비즈니스인사이더
일본 엔화. 사진=CME그룹/비즈니스인사이더

26일 한국은행에 따루면,  지난해 말 달러당 115엔대를 기록한 달러·엔 환율은 25일 달러당 122엔을 넘어서면서 2016년 2월 이후 6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엔화 가치는 5% 이상 급락했다.

엔화 약세는 원화와 비교해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날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002.66원으로 전날에 비해 0.31%(3.14원) 상승했다. 역으로 엔화가치가 그만큼 떨어진 것이다.

달러엔 환율 추이. 사진=하나금융투자
달러엔 환율 추이. 사진=하나금융투자

엔화약세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일본의 초저금리 정책이다.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대규모 금융완화를 지속하는 초저금리 정책을 펴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융완화를 축소하고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분석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21일 높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연준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면서 필요할 경우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Fed는 보통  0.25%씩 올리는 '베이비 스텝(baby step)'을 밟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2월23일과 비교한 주요국 통화 절상율과 절하율.사진=하나금융투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2월23일과 비교한 주요국 통화 절상율과 절하율.사진=하나금융투자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에 이날 도쿄 외환 시장에서는 엔을 매도하고 달러를 매수하는 흐름이 강해져 엔 약세가 지속됐다.

일본은행이 사실상 엔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어 엔 달러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 뒤 "엔저가 경제와 물가를 모두 밀어 올려 일본 경제에 플러스로 작용하는 기본 구조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BOJ)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 사진=아사히신문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BOJ)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 사진=아사히신문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도록 상한 없이 필요한 금액의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대규모 금융완화를 계속한다고 발표했다.엔화약세를 앞으도 용인하겠다는 뜻이다.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타자도 거의 비슷한 분석을 제시한다. 하나금융투자 전규연 연구원은 지난 24일 '엔화는 왜 그럴까?'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일본 BOJ의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엔화 약세를 자극한다고 분석했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5일 '엔저현상과 한국경제 영향' 보고서에서 엔화 추가 약세 이유로 미국-일본 통화정책 차별화 무역적자를 꼽았다.

미 Fed는 상반기 중 빠른 속도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데 BOJ는 기준금리를 -0.1%로 유지 하면서 내외금리차 확대가 엔화의 추가 절하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전규연 연구원은 전망했다.

전 연구원은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일본의 수입 증가율을 높이면서 무역수지 적자 폭이 급격히 커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일본은 지난해 8월부터 7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했으며 1월에는 적자 규모가 2조2000억 엔에 이르러 2014년 이후 최고치를 넘어섰다고 짚었다. 미국은  2010년대 초반 이후 에너지 순수출 국가로 변모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오히려 무역수지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최근의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달러화 가치에 우호로,  엔화 가치에는 부정으로 각각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전 연구원은 "그간 엔화 약세는 일본의 수출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일본 경제 전반에 긍정인 것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엔저 현상에도 경기가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미일 국채 10년 물 금리차와 달러엔 환율 추이. 사진=하나금융투자
미일 국채 10년 물 금리차와 달러엔 환율 추이. 사진=하나금융투자

엔화 가치의 향후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향후 엔화의 향방은 최근 엔화 약세를 촉발한 요인의 변화 여부가 핵심이인데 미국이 매파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면 엔화약세 압력은 더욱더 커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에너지, 곡물 등 물가 상승세가 잦아드는 것에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이는 일본의 무역적자 악화가 엔화 약세를 계속 지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엔저 현상이 장기화하면 한국 경제에는 득이 될 게 없다. 일본 기업의 수출가격 경쟁력 향상과 이에 따른 한국기업 수익성 하락, 주가하락 등 국내 주식시장에도 영향이 생길 수도 있다.

한일수출경합도. 사진=신한금융투자
한일수출경합도. 사진=신한금융투자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엔저의 한국 수출 악영향 우려는 제한된다"면서도 장기화시 철강과 기계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김찬희 연구원은 "올 하반기까지 엔저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증시 업종별로 피해 가능성이 있다"면서 "석유, 철강, 기계, 자동차 등 일본과의 수출 경합도가 높은 수준이거나 추가로 확대된 산업"이라고 꼽았다. 그는 "대외 경기 불확실성으로 정부와 민간 차원의 투자 집행이 지연되는 점 역시 철강, 기계 등 업종의 피해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전방 수요가 양호한 석유, 자동차 업종 은 피해가 제한될 수 있다"면서 "석유 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 고, 자동차는 점진적인 공급망 차질 완화로 공급자의 가격 협상력이 우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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