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을 둘러싼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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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을 둘러싼 쟁점은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04.20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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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이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중간 지배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동원산업의 합병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등 '오너일가 밀어주기'라는 논란이 거세다. 이에 시민단체가 반대하며 들고 일어섰다. 이들은 합병 비율이 최대주주에게 유리하게 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동원그룹 로고.사진=동원그룹
동원그룹 로고.사진=동원그룹

수산식품기업 동원산업의 최대주주는 동원엔터프라이즈(62.72%)이며,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최대주주는 주식의 68.27%를 보유한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다.

동원산업은 지난 7일 동원그룹 비상장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동워난업은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중간 지배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동원산업㈜의 합병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동원산업은 5대 1 액면분할 이후 동원엔터프라이즈와 1대 3.838553 비율로 합병하하기로 했다. 합병이 완료되면 동원산업은 동원그룹의 사업지주사가 된다. 스타키스트와 동우너로엑스 등 손자회사들은 자회사로 지위가 바뀐다. 합병안은 오는 8월 30일 임시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오른다.

2021년 연결기준으로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자산 6조6852억 원, 매출 7조6030억 원, 영업이익 5087억원을, 동원산업은 자산 3조519억 원, 매출 2조8022억 원, 영업이익 2607억원을 기록했다.

동원그룹은 그 동안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을 비롯해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 자회사 5개를 지배하고, 중간 지배회사인 동원산업이 스타키스트, 동원로엑스등 종속회사 21개를 보유하는 다소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동원그룹은 이번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한편 투자 활성화를 통해 경영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해 기업 가치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내부통제위원회가 설치되면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를 강화하는 효과도 예상한다.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사진 오른쪽)과 서범원 테크팩솔루션 대표(왼쪽) 이 테크팩 군산공장 1호로 화입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테크팩솔루션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사진 오른쪽)과 서범원 테크팩솔루션 대표(왼쪽) 이 테크팩 군산공장 1호로 화입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테크팩솔루션

이와 관련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0일 발표한 '동원산업 합병에 대한 입장문'에서 "이번 합병비율은 동원산업과 일반주주들의 가치를 침탈하고, 대주주의 지분율을 늘리는 결정으로, 명백히 불공정하게 이뤄졌다"면서 "동원산업 주가가 저평가되고 상대회사 주가는 고평가된 현재 시점에 합병을 추진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포럼은 이번 합병비율 산정방식의 문제점으로, 동원엔터프라이즈 가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종속기업 동원시스템즈 주가가 순자산이나 순이익에 견줘 현저하게 높게 평가됐다는 점을 꼽았다.

또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은 시가보다 높은 순자산가치를 적용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은 이번 합병이 겉으로는 상장사(동원산업)와 비상장사(동원엔터프라이즈) 사이의 합병이지만, 실제로는 상장사 간의 합병 시 (상대회사)주가가 저평가된 정도에 따라 합병비율이 결정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사례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하루전인19일 동원산업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과 관련해 합병가액의 조정 가능성 등을 질의했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사회에 구체적인 합병 목적, 회사에 유리하지 않은 기준시가를 적용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회사와 주주들 이익을 위해 합병가액을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재조정할 의향이 있는 지 등을 질의했다고 설명했다.

연대는 "동원산업이 기준시가로 정한 주당 24만8961원은 회사의 주당순자산가치(38만2140원)에 크게 미달한다"면서 "경영진은 회사와 주주들에게 더 이익이 되는 순자산가치가 아닌 기준시가를 산정 기준으로 적용한 데 대한 합리적 판단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대는 "피합병법인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순수지주회사이고 동원산업은 수산업을 영위하는 회사"라면서 "합병으로 얻게 될 시너지 효과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대는 "합병 결정 자체에 의구심이 들고, 동원산업에 불리한 기준시가를 적용한 것은 결국 김 부회장 등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비율을 결정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소액 주주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동원산업의 기업가치가 과소평가됐다고 주장한다.  합병 비율 기준인 주당평가액이 낮게 평가됐다는 것이다.

동원산업의 주당평가액 은 24만8961원이다. 기업가치로는 9156억 원이다. 동원산업의 지난해 순이익이 1692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주가수익비율(PER)은 5.4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에 그친다. 청산 가치(1배)에도 못 미친다. 순이익이 569억 원 수준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기업가치는 2조2346억 원(주당평가액 19만1130원)으로 계산됐다.

소액 주주들은 이같은 합병 과정이 오너일가에만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동원산업의 최대주주는 동원엔터프라이즈(62.72%)이며,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최대주주는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68.27%)이다. 현재 비율대로 합병한다면 지주사격인 동원산업은 김남정 부회장(48.43%)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17.38%), 자사주(20.3%) 등 대주주 우호 지분율이 총 86%를 넘어선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이번 합병은 소액 주주를 우습게 보고 회계법인과 공모해 동원산업 소액 주주를 털어먹으려는 부도덕한 재벌 기업의 탐욕"이라면서 "거래소가 합병 결정을 보류하거나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 블래쉬자산운용 또한 지난 12일 입장문을 통해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비율은 동원산업 일반주주의 지분가치는 과소평가하고 대주주 입장에서 철저히 유리하도록 불합리하게 산정됐다"면서 "동원산업 주가가 저점인 상황에서 1분기 참치 어획량 및 어가 호조, 환율 효과 등으로 재평가가 기대되는 시점에 갑작스럽게 합병을 공시했다"고 지적했다.

블래쉬자산운용 측은 "공시한 비율대로 합병 시 최대주주인 김남정, 김재철 지분율은 각각 약 3.92%, 1.41%씩 증가하고 금액 기준으로는 최소 1469억 원의 이익(지분가치 증가)이 예상된다. 반면 동원산업 일반 주주 지분율은 약 4.54% 감소하고 약 1251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동원산업의 가치를 더욱 잘 반영할 수 있는 합병비율로 조정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동원산업 측은 자본시장법상 규정된 비상장 법인의 평가 방법을 쓴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동원산업은 상장사이고 동원엔터프라이즈 역시 대부분의 자산이 상장사 주식이어서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시가로 평가해서 합병을 결정한 것"이라면서 "동원산업의 주가에는 이미 스타키스트의 가치가 녹아져 있는 것이다. 합병 비율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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