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인들이 학수고대한 '여행' 포기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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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인들이 학수고대한 '여행' 포기하는 이유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2.05.2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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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요금 폭등, 휘발유값 급등으로 여행 포기 캐나다인들 늘어나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기간 동안 전세계 거의 모든 사람들은 팬데믹에 따른 여행 제한 조치가 풀리면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을 하겠다는 꿈을 꿨다. 캐나다 사람들도 마찬 가지다. 오랫 동안 뵙지 못한 먼 지방이나 해외에 사시는 부모님과 친인척을 만나러 가거나 명승지를 여행하기를 학수고대했다. 그리고 경제봉쇄와 여행제한 조치가 풀려 짐을 싸서 여행길에 오르려는 사람이 많았다. 

캐나다의 휘발윳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쉘 운영 주유소 폴사인에 무연휘발유값이 리터당 2.279달러로 적혀있다. 사진=CBC뉴스
캐나다의 휘발윳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쉘 운영 주유소 폴사인에 무연휘발유값이 리터당 2.279달러로 적혀있다. 사진=CBC뉴스

그런데 이 꿈이 산산이 깨지고 있다. 수요증가로 휘발윳값과 항공유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여행비 또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연료비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고 하니 여행 꿈을 아예 접는 캐나다인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CBC에 따르면, 이번 주 캐나다 전국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평균 2달러(한화 1975.54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캐나다는 산유국이지만 휘발윳값은 지난해 12월 이후 계속 올랐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 휘발윳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점이다. 토론토에서는 올 여름에 리터당 2.20달러(2173.09원), 밴쿠버에서는 2.45달러(2420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문가 예상이 나와 있다. 

사정이 이러니 여행을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한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인들의 3분의 2(66%)가 치솟는 휘발윳값 때문에 올 여름 도로 여행을 취소하거나 줄이겠다고 답했다. 캐나다 타이어고무협회가 지난 4월 1538명의 캐나다인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다. 

이 때문에 국경을 넘어 미국 미시건까지 460km를 운전해 자주  다닌 온타리오 시민은  휘발윳값이 내릴 때까지 미국 방문을 단념했다는 보도도 있다. 

항공요금은 문자 그대로 폭등했다.비행기를 탈 생각은 엄두를 못 낼 정도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항공요금은 요즘 계속 오르고 있는데 4월에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4월에 비해 20% 이상 올랐다. 2월부터 4월까지 석 달 동안은 13% 올랐다. 

항공요금이 오른 것은 항공여행 수요가 는데다 유가가 급등한 탓이 크다. 미국 연방기구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걸프 코스트 제트연료 가격은 2년 전에 비해 무려 여섯 배나 올랐다. 

이민자들의 고충이 대단히 크다. 고국 방문을 하려면 엄청난 돈을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한다. 캐나다에 많이 사는 인도인들의 예를 보자. 캐나다에서 인도의 부모님을 뵈러 가려다 포기한 30대 사업가는 비싼 항공요금 탓에 고국 방문을 포기했다. 캐나다 정부가 여행제한을 해제한 지난 4월  당시 7월 출발 캐나다-인도간 왕복 요금은 2000달러였다. 그런데 5월 왕복 요금은 3000달러로 훌쩍 뛰었다. 다섯달치 임대료와 같은 금액이었다.

앞으로도 휘발윳값과 제트유값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수요는 증가하고 있는 데 공급은 제한 돼 있으니 당연한 이치다. 에너지 시장을 추종하는 '브롬튼 펀드(Brompton Funds)'의 수석투자책임자(CIO) 로라 라우(Laura Lau)가 CBC캐나다에 한 얘기다.

캐나다 시민이 휘발유가 떨어지는 주유기를 들고 있다. 사진=댄 맥티그 블로그
캐나다 시민이 휘발유가 떨어지는 주유기를 들고 있다. 사진=댄 맥티그 블로그

시민단체인 저렴한 에너지를 위한 캐나다인들(Canadians for Affordable Energy) 회장 겸 석유분석가인 댄 맥티그(Dan McTeague)도 수요증가로 올여름철 휘발윳값은 추가로 10% 더 뛸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는 "토론토에서 휘발윳값이 리터당 2.2달러에 이르고 밴쿠버에서 2.45달러에 이르는 날들이 있을 것"고 내다봤다. 

캐나다 WCS 가격 추이. 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캐나다 WCS 가격 추이. 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러시아가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캐나다 원유의 기준유인 웨스턴 캐나다 실렉트(Western Canadian Select)는 올들어 가파르게 올랐다. 올해 1월4일 배럴당 64.84달러에서 5월8일에는 배럴당 109.60달러로 꼭지점을 찍었다.이후 좀 내렸긴 했지만 23일 현재 배럴당 96.1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25일 배럴당 51.57달러에 비하면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코로나19 발생전인 지난 2020년 2월24일 배럴당 36.03에 비해 2.5배 수준, 3월23일10.61달러에 비하면 무려 9배 이상 수준이다.

주유소 휘발윳값이 폭등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만약 EU의 금수조치로 러시아산 원유가 사라지고 공급이 줄어듦에 따라 유가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세계 거래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공히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다. 문제는 유럽연합(EU)이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의 금수조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캐나다산 원유 가격도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석유 메이저들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각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맞춰 원유채굴을 위한 투자를 덜 했다.석유회사와 원유생산은 따돌림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수요가 늘어난다고 금방 증산을 해서 값을 나출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아마 그럴 마음도 없을 것이다.횡재를 얻을 수 있는 데 왜 가격을 떨어뜨리겠는가.

유가 상승은 엔브리지와 썬코어,임페리얼오일,TC에너지, 세노버스에너지 등 캐나다 석유가스 회사들에게는 떼돈을 벌어줄 지 모른다. 그렇지만 많은 캐나다인들은 여행의 꿈을 접고 올여름 집에 처박혀 있어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의 공포 때문이 아니다. 비싼 여행 비용이 주범이다. 운전하기 겁난다. 대서양 연안으로 가는 여행은 포기해야 겠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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