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증산에도 유가 잡히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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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증산에도 유가 잡히지 않는 이유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06.09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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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석유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 연합체인 OPEC+(플러스)가 증산하기로 했는데도 유가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다.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했다. 유가상승은 각종 제품 가격 상승을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이에 대응한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만큼 소비자들에겐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산유국과 산유국 정유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사 아람코와 한국의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등만 좋아할 일이다. 왜 유가는 잡히지 않을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7~8월 하루 64만8000배럴을 증산하기로 했지만 국제 유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으면서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휘발윳값이 치솟고 있다. 캐나다 시민이 휘발유가 떨어지는 주유기를 들고 있다. 사진=댄 맥티그 블로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7~8월 하루 64만8000배럴을 증산하기로 했지만 국제 유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으면서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휘발윳값이 치솟고 있다. 캐나다 시민이 휘발유가 떨어지는 주유기를 들고 있다. 사진=댄 맥티그 블로그

8일(현지시각) 미국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 선물은 전날에 비해 2.26%(2.70달러) 오른 배럴당 122.1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3월8일 이후 최고치다.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세계 원유거래의 기준이 되는 북해산 브렌트유 8월 인도분은 전날에 비해 2.5%(2.97달러) 상승한 123.58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24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휘발유 재고량 부족이 원유 수요 증가를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이 유가 상승의 단초가 됐다. 미국 연방기관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3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량이 직전주에 비해  202만5000 배럴 늘어난 4억1675만8000 배럴로 집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원유 재고가 19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휘발유 재고는 81만2000배럴 준 2억1818만4000 배럴을 기록했고, 정제유 재고는 259만2000 배럴 늘어난 1억898만4000배럴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휘발유 재고는 30만 배럴 늘어나고, 정제유 재고는 8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늘에서 본 원유 저장탱크.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경제가 회복하면서 원유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들은 7~8월 하루 평균 64만8000배럴을 증산하기로 했다.그러나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IEA
하늘에서 본 원유 저장탱크.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경제가 회복하면서 원유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들은 7~8월 하루 평균 64만8000배럴을 증산하기로 했다.그러나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IEA

7월 휴가철 자동차를 모는 시기가 다가오는 만큼 휘발유 수요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데 재고량이 줄었으니 재고 충전을 위한 원유 정제, 원유수요 증가는 불을 보듯 훤하다.

여기에 다음 주 산유국인 노르웨이 연안 지역 석유 근로자들의 파업 가능성도 유가 상승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7500명에 이르는 노르웨이 연안 석유가스 근로자 중 845명가량이 다음 주 파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아울러 OPEC+의 생산능력에 대한 의문도 유가 상승에 동력을 제공했다. 서방 국가들의 요구에 응하는 듯 OPEC+는 6월 정례회의에서 7~8월 증산량을 64만8000배럴로 기존 증산량과 견줘  50% 늘리는데 합의했다.  러시아산 원유가 브렌트유에 비해 배럴당 30가량 디스카운트를 받으면서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이 제재 이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가운데 OPEC+의 증산 결정은 공급 부족 우려를 완화시켜주는 요인이 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다르다.

UAE의 수하일 마즈루에이 에너지장관은 이날 요르단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OPEC 회원국들이 생산하는 원유 증산 규모는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하나금융투자의 전규연 연구원도 9일 '국제유가의 상승을 이끄는 거시적 상황'이라는 보고서에서 "OPEC+의 증산 결정이 시장에 끼친 영향은 미미했다"면서 "OPEC+ 회원국들이 기존에도 할당된 증산량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현실적인 공급 증가분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 연구원은 "충분한 잉여생산능력을 가진 국가들이 사우디와 UAE 등 일부 국가들로 한정되며, 사우디조차 증산 합의량을 채우지 않고 있어 기대감이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절적 성수기 진입과 석유 재고 감소를 유가의 업사이드 요인으로 꼽았다. 전 연구원은 중국의 봉쇄조치가 완화되기 시작하고 미국도 드라이빙 시즌에 진입하면서 단기로는 원유수요 개선 기대감이 나타랄 것이라면서 통상 5월 말부터 9월 초까지 휘발유 소기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계절성을 가시며 최근 미국의 휘발유 재고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어 유가의 상방압력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전규연 연구원은 "러시아산 원유 기피 심리, OPEC+의 제한된 증산, 석유 재고 부족과 계절적 성수기 진입이라는 환경은 고유가 국면을 장기화하는 요인"이라고 결론지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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