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값 오르자 쌀 '분질미' 20만t 공급...밀가루 수요 10%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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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값 오르자 쌀 '분질미' 20만t 공급...밀가루 수요 10% 대체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06.10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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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분질미 활성화 대책 발표

국제 밀값이 작황 부진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고공행진을 하자 정부가 밀가루와 거의 흡사한 쌀가루 전용 '분질미'를 공급해 5년 안에 밀가루 수요의 10%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밀 수입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쌀 수급 과잉 문제까지 해결할 수 두 마리 토끼 잡이 대안이다. 

일반 쌀과 분질미 비교.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일반 쌀과 분질미 비교.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동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우리나라 거의 전량 수입하는 밀값 급등에 대한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최대 농산물 선물거래소인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연질 적색 겨울밀 7월 인도분은 전날에 비해 3센트 상승한 부셸당 10.74달러에 마감했다.캔자스시티선물거래소(C.T)에서 7월 인도 경질 적색 겨울밀은 6.75센트 상승한 부셸당 11.56달러, 미네아폴리스 선물시장(MGEX)에서  7월 인도 봄밀 선물은 7.75센트 오른 부셸당 12.35달러를 기록했다. 

정황근 장관은 "분질미를 적극 활용해 쌀 가공식품 산업을 활성화함으로써 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쌀 수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2020년 기준 7조3000억원 규모인 쌀 가공산업을 2027년까지 10조원 규모로 육성하고, 밀 수입 의존도를 낮춰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쌀 수급균형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주로 떡이나 주류, 즉석식품 등에 국한된 쌀 가공식품 범위를 넓히고,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 수요를 쌀로 대체하겠다는 게 농식품부의 복안이다.

분질미는 전분 구조가 단단해 가루를 만들기 위해서는 습식제분을 해야 하는 일반 쌀가루와 달리 분질미는 밀처럼 전분 구조가 둥글고 성글게 배열돼 건식제분이 가능하다. 지난해 기준 25㏊에서 분질미를 재배해 119t을 생산, 빵이나 과제, 면 등 다양한 기존 밀가루 제품에 적용해 상품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분질미 재배 전문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직불금 지원, 농가 기술 지도를 통해 안정적인 원료 공급 기반을 확보할 방침이다.

정부의 분질미 공급 계획.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정부의 분질미 공급 계획. 사진=농림축산식품부

농식품부는 2027년까지 분질미 20만t을 시장에 공급하는 목표로 4만2000㏊ 수준의 일반 벼 재배면적을 분질미로 전환할 계획이다. 올해는 기존 분질미 재배 농가, 농진청, 도농업기술원 시험포장을 활용해 분질미 재배면적을 지난해의 4배 수준인 100㏊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2023년부터 공익직불제 내에 전략작물직불제를 신설해 농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밀 전문 생산단지 중심으로 밀-분질미 이모작체계를 유도해 분질미 재배를 확대할 계획이다. 

일반 쌀은 주로 5월 중순~6월 중순께 이앙하는 데 반해 분질미는 6월 하순께가 이앙 적기이다. 밀 수확 시기인 6월 중순까지 알곡이 충분히 여물 수 있는 기간을 확보할 수 있어 작부체계 상 밀과 쌀의 이모작 경합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정부는 해마다 3~5월에 농가별로 분질미 매입 계약을 체결한 후 수확기에 농가가 생산한 분질미를 공공비축미로 매입하고 이를 밀가루를 분질미로 대체하려는  실수요업체에 특별 공급한다.

정부는 또 쌀가루를 활용한 소비 가능한 제품을 찾아 육성하기 위해 식품기업 등 대량 수요처와 손잡고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는 분질 쌀과 쌀가루 1t을 CJ제일제당, 농심미분, 농협오리온 등 식품·제분업체와 제과제빵업체에 제공해 6월 중 제분 특성과 품목별 가공 특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이를 100t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식량과 밀 자급률 목표, 쌀 수급 계획.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식량과 밀 자급률 목표, 쌀 수급 계획.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케이크, 카스텔라, 제과·과자류 등 비발효빵류는 물론, 밀가루 함량이 낮은 어묵, 소시지 등은 분질 쌀가루 전용 품목으로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농식품부는 판단하고 있다. 또 소면이나 우동면 등 면류, 식빵 등 발효빵류, 튀김가루 등 분말류, 만두피 등은 분질 쌀가루와 밀가루를 혼합해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농식품부는 보고 있다. 

정황근 장관은 "2027년까지 분질미로 연간 밀가루 소비의 10%를 대체하고, 국산 밀 생산을 7% 이상으로 대폭 늘리면 수입 밀 수요는 당연히 감축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식량자급률이 하락해 46%선까지 내려가 있는데 2027년에는 52.5%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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