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 135엔선 붕괴...한국 기업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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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환율 135엔선 붕괴...한국 기업 비상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06.13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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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 1000원 밑돌아...중소기업 경쟁력 약화, 수출부진 불가피

엔화 약세(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20년 4개월 사이 가장 수준으로내려갔다. 13일 장중 달러당 135엔 선마저 무너졌다. 엔화약세는 미국과 일본간 금리 격차 확대가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100엔 당 원화 환율도 올해 1월 1044.9우원에서 5월 967.8원으로 급락하면서 100엔당 1000원을 밑돌고 있다. 엔화 약세는 일본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우리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잠식하는 요인이 된다.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중소기업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고유가로 원가 상승 압력을 받는 기업에 '엔저'라는 새로운 리스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본 엔화. 사진=CME그룹/비즈니스인사이더
일본 엔화. 사진=CME그룹/비즈니스인사이더

13일 일본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현재 환율은 1달러에 134.96~97엔에 거래됐는데 장중 한 때 1달러에 135엔선까지 떨어졌다. 엔화 가치는 2002년 2월 이래 약 20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9일(134.55엔) 기록을 나흘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엔달러 환율은 2020년 말 달러당 103.3엔, 2021년 말 115.1엔을 기록했고 올들어서는 4월 말 달러당 129.9엔에서 5월 말 128.7엔으로 소폭 내려갔다가 지난 9일 132.6엔을 기록하는 등 상승흐름을 타고 있다. 

교도통신은 일본 엔화는 미국 노동부가 지난 10일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자료를 공개한 이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대폭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2002년 2월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미국의 5월 CPI는 예상보다 높은 8.6% 상승했다.

금융시장에서는 Fed가 오는 14~15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Big Step)'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물가가 급등하면서 0.75% 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Giant Step)'을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이 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면 1.5%, 0.75%포인트 올리면 1.75%가 돼 미일간 금리 격차는 더 확대된다. 현재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정한 기준금리는 -0.10%다.

이 때문에 일본에는 비상이 걸렸다. 엔화 약세는 일본 기업의 수출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오지만 동시에 일본의 원유수입 금액을 늘려 무역수지 적자를 초래하고 궁극으로는 경상수지 적자를 낳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4월 환율이 달러당 120엔,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라면 일본이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에 16조 엔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올해 환율이 1달러에 116엔, 원유가 배럴당 105달러인 '표준 시나리오'로 경제 상황이 진행되더라도 연간 8조6000억 엔의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엔달러 환율은 이미 135엔 선이고 국제유가도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 일본의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엔화 약세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도 영향을 받는다. 일본 기업과 경합하는 한국 기업은 불리한 처지에 서게 된다. 엔화 약세로 일본기업 제품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탓이다.

고유가로 원가 상승 압력을 받는 우리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은 '엔저'라는 리스크에 직면했다. 물론 일본 언론들은 엔저가 한국에 손해가 아니라는 주장을 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8일 '엔저는 한국에 더이상 리스크가 아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런 주장을 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와 기아차를 예로 들면서 한국 기업의 상품 경쟁력이 일본을 뛰어넘었다고 강조했다. 

과거 엔화약세기 국내 경제지표 변화.사진=대한상공회의소
과거 엔화약세기 국내 경제지표 변화.사진=대한상공회의소

이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중소기업들에게 꼭 들어맞는다고 할 수는 없다.  엔저가 장기화할 경우 중소기업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대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도  지난 3일 '수출경기 현황과 주요 리스크 요인' 보고서에서 엔저 장기화를 중국이 성장둔화, 러-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통화긴축과 함께 우리 수출의 4대 리스크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과거 세 번의 엔화 약세기에 우리나라 수출은 두 번 부진했다. 2012년~2015년까지 이어진 엔화 약세기에 국내 수출은 2015년 8% 감소했다.  

지난해 1월 이후 100엔 당 원화 환율 추이. 사진=한국은행
지난해 1월 이후 100엔 당 원화 환율 추이. 사진=한국은행

한은에 따르면, 원엔 환율은 지난 2020년 말 100엔 당 1051.1원, 2021년 1032.4원으로 하락한 데 이어 4월 말 963.9원, 5월 말 967.8원을 기록했다. 6월 들어서도 7일 946.1원으로 100엔당 1000원을 계속 밑돌고 있다. 이날은 950원대를 기록했다. 엔저가 장기화한 2015년에는 100엔당 935원까지 내려갔다.

대한상의 SGI 김천구 연구위원은 "국내 제품의 브랜드, 품질경쟁력 등이 높아지며 수출에 있어 과거보다 엔저 영향력 줄어든 것 사실이나 자동차, 기계, 전기·전자 등 일부 주력 품목은 여전히 주요국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도가 높다"면서 "엔저가 장기화하면 환율 감내 여력과 환위험 관리 능력이 부족한 수출 중소기업 중심으로 피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외환시장 변동에 대한 미세조정과 시장안정화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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