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300원 돌파...증시 초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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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300원 돌파...증시 초토화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06.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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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섰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이다. 한국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고물가 속 경기 하강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커진 가운데 고환율로수입물가 급등에 이은 소비자물가 상승이 가팔라지고 환차손을 예상한 국내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 이탈이 빨라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금융당국은 과연 어느 수준까지 환율상승을 용인할 것인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원달러 환율이 23일 1300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달러 지폐. 사진=차이나데일리
원달러 환율이 23일 1300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달러 지폐. 사진=차이나데일리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1297.3)보다 4.5원 오른 1301.8원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부터 1300원을 넘었다. 전날 종가 1297.3원보다 1.7원 오른 1299.0원에 거래를 시작해 전날 기록한 연고점(1297.9원)을 경신하더니 장 중 1302.9원까지 올랐다.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이상을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7월13일(1315원) 이후 12년 11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말 2000원 선 가까이 치솟았고, 1998년까지 장기간 1300원대 이상에서 머물렀다. 이어 2001∼2002년 일본의 제로금리 정책에 따른 엔저 여파로 한동안 달러당 1300원대를 기록했다. 2000년대 중후반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90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으로 2008∼2009년 다시 1300원대로 올라섰다. 그리고 이날 약 13년 만에 다시 1300원 선까지 올랐다.

원환율상승은 수입품 가격을 높여 수입물가 상승,소비자물가 상승을 초래한다. 원유와 천연가스, 석탄 등 에너지자원 수입규모가 큰 우리나라는 무역수지 적자, 경상수지 적자에 이어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이라는 난제를 안게 된다. 이런 이유로 주가는 급락했다. 코스피는 이날 1.22% 하락한 2314.3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4.36% 급락한 714.38에 마감하며 700선에 근접했다. 2020년 6월 15일 이후 2년 만의 최저치다.

수출호조에도 수입이 더 늘면서 5월 무역수지가 17억 500만 달러 적자를 내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사진은 수출항 전경.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수출호조에도 수입이 더 늘면서 5월 무역수지가 17억 500만 달러 적자를 내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사진은 수출항 전경.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원·달러 환율 상승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가속화, 글로벌 경기침체와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충격 가능성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주식시장에서 연일 계속되는 외국인 매도세는 환율상승을 재촉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데 이어 7월에도 0.50%포인트나 0.75% 포인트 올리겠다고 예고해놓았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달러 가치를 높이고 원화약세를 촉진한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전날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경기 침체에 대해 "분명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경기침체 없는 경제 연착륙을 달성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라고 인정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연 1.75%인데 다음달 0.75%포인트를 인상할 경우 연 21.50%에 이른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역시 연 1.75% 포인트인데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는다고 하더라도 2.25%에 불과해 한미간 금리 역전이 벌어지고 이에 따라 환율은 더 뛸 게 불을 보듯 훤하다.

또 수출호조에도 수출을 위한 자본재와 에너지 수입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5월 17억5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연간으로도 100억 달러 이상의 무역수지를 낼 것으로 관측되는 점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무역협회는 22일 보고서에서 올해 누적 무역수지 적자가 상반기 114억 달러, 하반기 33억 달러 등 147억 달러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환율이 어느 수준까지 오를 것이냐로 모이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이달 들어서 5%가량 떨어졌는데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경우 달러가치 상승, 원화가치 하락, 원달러 환율 상승이 어이질 전망이다. 

다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1320~1350원 선까지 상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경기 침체 전망이 시장을 지배하고 한국의 수출 전망도 악화해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지는 상황"이라면서 "달러당 1350원까지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도 "미국이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겠다고 선언한 것은 경기 침체를 100% 감안하겠다는 얘기"라면서 "7월 초에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어떻게 발표될지에 따라 당분간은 달러당 1280~1320원 사이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안정을 찾아야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개선될 수 있기 때문에 유가가 향후 환율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유가가 더 불안해지고, 경기 침체 현실화로 신용 위기까지 불거질 경우를 고려하면 환율 상단을 133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금융 정책 당국이 환율을 어느 수준까지 용인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전 세계 인플레이션에 따른 통화긴축 가속화와 이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달러 강세가 계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주요국 여타 통화도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정부는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 등 부정의 영향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필요하면 시장 안정 노력을 하는 한편, 시장내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라며 구두개입이 내섰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21세기 금융비전포럼' 조찬 강연에서 "최근의 물가 불안에는 수요공급 요인이 혼재돼 있으며, 물가 오름세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인플레이션 확산을 매개로 장기화될 위험이 내재해 있"면서 "높아진 물가상승률이 기대인플레이션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제 통화 정책 운용을 통해 물가 상승세를 둔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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