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석유사 지분확대와 냉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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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의 석유사 지분확대와 냉철함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06.2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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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하의 현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은 전 세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다. 최근 석유회사 지분 매입도 그 중 하나다. 탈탄소, 청정에너지로 에너지원을 바꾼다는 에너지 전환시대에 그는 앞으로 유가가 더 뛸 것으로 보고 석유회사 지분을 매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배럴당 110달러를 오르내리는 국제유가가 오를 것으로 확신한 것이라고 보면 과장일까?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 사진=CNBC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 사진=CNBC

버핏 회장은 미국 석유·가스 기업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버핏 회장은 69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돈을 들여 옥시덴털의 성장에 베팅했다.

미국 뉴스채널 CNN은 지난 23일(현지시각) "버크셔가 지난주 5억2900만 달러(약 6873억 원)를 들여 옥시덴털 주식 960만주가량을 매수한 것으로 2일 늦게 공시했다"면서 "버크셔는 이제 옥시덴털 지분율을 16.3%로 늘려 최대주주가 됐다"고 보도했다.

버크셔의 옥시덴털 주식 매입은 지난 17일부터 22일 사이에 이뤄졌다. 이로써 버크셔는 미국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의 지분율 11%를 앞질렀다. 

버핏 회장의 옥시덴털 투자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국제유가의 흐름을 제대로 짚은 결과로 보인다.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최근 공급부족 우려에 3거래일 상승하면서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8월 인도분은 전날에 비해 2%(2.19달러) 오른 배럴당 111.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3거래일간 7%이상 상승했다. 버핏 회장의 옥시덴털 지분 매입 소식이 전해진 23일 WTI 8월 인도분은 배럴당 104.27달러로 5월10일 이후 가장 낮았다. 이렇게 본다면 버핏 회장이 석유시장을 읽는 눈은 정확하다고 해도 전혀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국제 석유시장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 도입 추진에 따른 공급 우려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강한 긴축 기조와 이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과 원유수요 감소가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수요 회복과 공급부족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오름세가 우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버핏 회장의 옥시덴털 주식 추가 매수는 결국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볼 수 있다. CNN은 "옥시덴털 주가가 올해에만 92% 상승했다"면서 "버크셔가 선호하는 에너지 기업은 옥시덴털만이 아니다. 버핏 회장은 다른 미국 석유기업 셰브론도 자산 포트폴리오에 담았다"고 소개했다.

버핏 회장은 1분기에 많은 현금을 줄여 주식을 매수했다. 지난달 30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버크셔해서웨에는 1분기 주식을97억 달러어치 팔고 510억 달러어어치 사들여 410억 달러어치 순매수했다고 발표했다.이에 따라 현금 보유량은 지난해 4분기 1470억 달러에서 1063억 달러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옥시덴털 이전 버핏이 쓸어담은 기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석유업체 셰브런이었다. 올해 1분기 버크셔가 사들인 셰브런 주식은 259억 달러 어치로 지난해 말 45억 달러에서 5배 급증했다. 지난해 버핏의 포트폴리오에서 셰브런은 9위에 불과했지만 올해 1분기엔 4위까지 뛰어올랐다. 버크셔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셰브런은 포트폴리오 비중의 7.02%로 4위에 있다.

이는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마빵한 투자자처가 없다"고 한탄한 버핏의 모습과 상반된다. 

우리 모두가 버핏 회장을 따라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 주식시장도 하강일로이고 수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면서 시장을 떠나거나 손절매를 통해 손실를 축소하기에 급급한 형국이다. 이럴 때일수록 시장상황을 보는 냉철함이 필요하다. 넉넉한 현금을 가진 버핏 회장의 장점이 바로 어떤 재료에도 흔들리지 않는 냉철함 아닐까? 주가가 어느 수준까지 내려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냉철하게 시장 상황을 평가하고 공부한다면 길은 있을 것으로 본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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