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외환보유액 얼마길래 통화스와프 이야기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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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외환보유액 얼마길래 통화스와프 이야기 나오나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07.17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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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BIS 기준 6800억~9300억 달러
6월 말 현재 4382억 달러

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추경호 부총리는 16일 동행기자 간담회에서 '오는 19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의 면담 때 한미 통화스와프 문제가 의제로 오르느냐'는 물음을 받았다. 이에  추 부총리는 "지금 특정한 건에 관해 말하긴 어렵다"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양국 간 금융안정, 외환시장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하면서 정책 협력 방안에 대한 얘기도 오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우리 경제의 최후의 보루, 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액이 넉달 연속으로 감소했다. 사진=한국은행
우리 경제의 최후의 보루, 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액이 넉달 연속으로 감소했다. 사진=한국은행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넉달 연속으로 줄긴했지만 4000억 달러가 넘는 등 결코 적지 않은데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역으로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는 말이 된다.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에 이목이 쏠린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 당국이 달러 매도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은 큰 폭으로 줄었다. 6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382억 8000만 달러로 5월 말에 비해 94억 3000만 달러 줄었다. 외환보유액은 올 들어 3월(-39억6000만 달러), 4월(-85억1000만 달러), 5월(-15억9000만 달러), 6월(-94억3000만 달러) 등 4개월 동안 234억9000만 달러가 줄었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경우 정책 여력이 줄어들어 환율이 급등하거나 급락시 변동성을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미통화스와프 재개 목소리가 힘을 얻는 대목이다. 특히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오는 19~20일 한국을 방문해 19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잇따라 만날 예정이어서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우리나라가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와 체결한 600억 달러 규모의 한시 통화스와프 계약은 지난해 말 종료됐다. 통화스와프는 협상을 맺은 국가간 비상시 각자의 통화를 빌려주는 계약으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이다. 

이런 주장들은 6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쌓아놓은 4382억 8000만 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이 적정 외환보유액에는 부족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22년 5월 말 기준 주요국 외환보유액 현황. 사진=한국은행
2022년 5월 말 기준 주요국 외환보유액 현황. 사진=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은 적정 외환보유액을 ▲연간 수출액의 5% ▲통화량(M2)의 5% ▲유동외채의 30% ▲외국인 증권과 기타투자금 잔액의 15% 등 네 가지 항목을 합한 규모의 100~150% 수준으로 제시한다.  이 기준을 적용한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 비중은 2020년 98.97%로 내려간 뒤 지난해에도 98.94%로 2000년 이후 가장 낮았다.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규모는 약 6810억 달러로 추정된다.

또 국제결제은행(BIS)은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로  석 달치 수입액과 유동외채,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 3분의 1을 합친 금액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9300억 달러가 수준이 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지난 2월 한 언론사 기고문에서 "IMF가 내놓은 새로운 권고에 따르면 6800억 달러 안팎, BIS에 따르면 9000억 달러가 우리나라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이라면서 "이를 기준으로 보면 당연히 외환보유액을 더 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더 심각한 자료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과 GDP 비중이 6월 말 기준으로 27%에 불과하다. 스위스(139%)나 홍콩(134%), 싱가포르(102%)가 100%가 넘는 것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대만 91%, 사우디아라비아 59%이다.

스위스는 GDP가 7480억 달러로 한국(1조6300억 달러)의 절반도 안 되지만 외환보유액은 1조 4110억 달러로 2.5배 수준이다. 대만은 GDP(6026억 달러)지만 외환보유액은 5489억 달러로 한국보다 많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대만은 GDP 91% 외환보유액 비축으로 위기를 넘겼다.

결론은 외환보유액을 더 쌓아야 한다는 것으로 모인다. 그렇지만 꼭 이런 기준을 맞추는 나라는 없다. 외환보유액  3조1278억 달러(5월 말 기준)로 세계 1위인 중국은 IMF 기준으로 69%에 그친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 적정 수준에 대한 기준이 각 기관이나 학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절대로 통용되는 기준은 없다"면서도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대외 충격에 대응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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