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인 6.3%를 기록한 것에 대해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당분간 6%를 웃도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물가가 오는 10월께 고점을 찍고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2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최근 물가 상황과 향후 흐름을 점검했다.
이 부총재보는 이날 회의에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에 이어 6%대를 나타냈는데 이는 지난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 당시의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6.3% 상승했다. 공업제품과 개인 서비스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공업제품은 가공식품이 8.2%, 석유류가 35.1% 각각 오르면서 전체로 8.9%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7.1% 올랐고 특히 채소류가 25.9% 급등했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6% 올라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이 8.4%, 외식외 개인서비스가 4.3% 각각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 4.1%, 4월 4.8%, 5월 5.4%, 6월 6.0%로 매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6.3%로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이 부총재보는 "앞으로도 소비자물가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진 가운데 고유가 지속, 수요측 물가압력 증대 등으로 당분간 6%를 웃도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7월 물가 상승률이 높게 나타난 이유로 외식·가공식품 가격과 채소 등 농산물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을 꼽았다. 채소는 봄철 가뭄과 장마·폭염 영향으로 작황이 크게 악화되면서 상추·배추·무·양파 등의 가격이 평년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높은 국제유가가 지속되고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와 전기·도시가스요금 인상 등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상당폭 높아진 상황도 영향을 끼쳤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은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기대인플레이션도 4%대 중후반 수준(4.7%)으로 상승했다"면서 "당분간 6%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한은은 10월 물가상승률이 고점을 찍고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양상과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추이, 태풍·폭염 등 여름철 기상여건 등에 따라 물가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국제유가와 곡물가격은 최근 변동성이 커지면서 하방리스크가 부각됐으나 공급측면에서의 상방리스크는 상존한다"면서 "수요측면에서는 외식, 여행·숙박 등 개인서비스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