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환율, 13년 만에 종가 1340원 돌파 1400원 가나
상태바
미친 환율, 13년 만에 종가 1340원 돌파 1400원 가나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08.23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달러 환율이 13년여 만에 처음으로 종가가 1340원을 돌파했다. 환율 급등으로 고물가 속 경기침체를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오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환율상승은 우리 수출에는 가격경쟁력을 높여 도움을 주지만 수입물가 상승에 이어 각종 부작응을 낳기에 걱정이 더 크다. .

수입물가 상승→기준금리 추가인상→투자위축→경기둔화→원화가치 하락→수입물가 상승 등의 악순환을 낳고 이를 차단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으로 나서면서 '영끌족'을 비롯한 채무액이 큰 차입자들을 고통의 나락으로 밀어넣는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는 등 달러강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은행직원이 달러 지폐를 헤아리고 있다. 사진=CNews DB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는 등 달러강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은행직원이 달러 지폐를 헤아리고 있다. 사진=CNews DB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에 비해 5.7원 오른 1345.5원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340원을 넘은 것은 2009년 4월29일(1340.7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충격이 컸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전날에 비해 2원 오른 1341.8원에 출발한 뒤 장 중 한때 1346.6원까지 뛰어올랐다가 마감했다. 이 역시 2009년 4월29일(1356.6원) 이후 최고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쯤 기자들과 만나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비상경제대책회의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잘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며 구두개입했다. 지난 6월13일 이후 첫 공식 구두개입이다.

당국의 구두개입 직후 환율은 매물 경계감에 한때 1337원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상승 반전하며 다시 1340원대로 올라섰다.

이날 구두개입은 과도한 환율 상승이 물가급등과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는 당국의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과거에는 환율상승은 수출 호재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는 달러화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제품의 원화 가격이 하락하지 않더라도 환율이 오르면 달러화 기준으로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환율 상승은 수출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글로벌 밸류체인 강화로 수출을 하기 위해 수입하는 중간재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실질실효환율이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최근 들어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질실효환율이 1% 절하될 때 경상수지 흑자는 0.016%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밸류체인 강화로 수출을 하기 위해 수입하는 중간재가 크게 늘어난 데다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제품의 질이 향상되면서 가격보다는 품질, 브랜드, 디자인 등 비가격경쟁력이 수출 실적에 더 큰 영향을 주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주요국 통화가치가 달러화 대비 동반 절하되고 있다는 점도 환율 상승의 수출효과를 상쇄한다. 한은에 따르면 22일 종가 기준으로 올들어 일본 엔화(-16%), 영국 파운드화(-14%), 유로화(-11.4%) 등이 달러화와 견줘 10% 넘게 가치가 절하됐다.우리나라 원화 가치는  11% 가량 절하됐다.

주욱 한은 과장은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추세로 감소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밸류체인이 강화되며 수출용 수입이 늘어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 급등의 부작용은 적지 않다. 물가상승과 금리인상이 그중 하나다. 환율 상승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가중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야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6월과 7월에 이어 9월에도 기준금리를 0.7%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이란 간측이 나오고 있다.한은은 물가안정과 한미 금리 역전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 인상은 물가안정에 기여할지라도 투자위축과 자산가격 하락에 이은 경기둔화를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요가 감소한 세계경제 상황에서는 환율 상승이 수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오른다면 수입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당초에는 하반기부터 환율이 내릴 것으로 추정했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상승 폭을 50원 단위로 잡아두고 대응해야 할 것 같다"면서 "시장에선 당국의 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없다고 보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올해 안에 1400원 돌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에너지 문제가 어떻게 될 지가 환율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 "단숨에 환율이 1400원에 가지는 않겠지만 환율 상단을 1400원까지도 열어둬야 한다"며 신중하게 말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