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앨버타주, '고유가 재정흑자' 부채 상환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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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앨버타주, '고유가 재정흑자' 부채 상환에 쓴다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2.09.01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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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재정흑자 132억 캐나다달러 예상...부채 134억 달러 상환에 쓰기로

고유가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원유가격이 급등하자 원유를 원료로 하는 석유제품은 물론 운송비 등이 오르면서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 금리를 크게 올리는 조치로 대응한다. 원유 채굴에서 석유제품 생산, 소비에서 온실가스를 풀풀 내뿜은 결과 에너지 전환의 빌미를 제공한 원유는 이제 물가급등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정은 캐나다에서도 비슷하다. 물가가지난 7월 39년 만에 최고치인 8.1% 폭등했고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2.5%로 1%포인트 인상한 것은 여느 나라와 마찬 가지였다. 

한 가지 다른 게 있다면 캐나다가 산유국이어서 고유가로 떼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이다. 캐나다 가운데서도 석유와 가스 주라고 할 수 있는 앨버타주가 더욱 그렇다. 앨버타주는 원유와 가스판매로 얻는 수입이 급증하면서 주 부채 청산에 나서고 소득세 상한을 높이기로 하는 등 세수 증가의 혜택을 앨버타주민들에게 골고루 나눠 주는 일에 착수했다.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에 본사를 둔 석유회사 썬코어 에너지의 오일샌즈 노천광산 전경. 사진=썬코어 에너지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에 본사를 둔 석유회사 썬코어 에너지의 오일샌즈 노천광산 전경. 사진=썬코어 에너지

제이슨 닉슨(Jason Nixon) 재무부 장관은 8월31일  1분기 재정 업데이트에서 2022회계연도 재정흑자 규모가 132억 캐나다달러(이하 달러,약 13조 57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앞서 제이슨 케네디(Jason Kenney) 앨버타주 총리는 하루전인 30일 사회관계망 서비스 트위터에 올해 재정흑자 규모가 132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알렸다. 

앨버타주 재정흑자가 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원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 판매 수입 규모가 지난 2월 예산에서 예측한 146억 달러(15조 123억 원)의 두 배 수준인 284억 달러(29조 2000억 원)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오일샌즈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로열티 수입이 급증하는 데 따른 것이다. 앨버타주는 시쳇말로 땅만 파면 기름이 나오는 주라는 항간에 떠도는 말이 결코 헛말은 아닌 셈이다.

지난해에도 앨버타주정부는 당초 180억 달러  적자를 예상했지만 약 40억 달러의 재정흑자를 냈다.  

제이슨 케니 캐나다 앨버타주 수상이 30일 올해 연간 재정흑자 규모가 132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사진=라프레스
제이슨 케니 캐나다 앨버타주 수상이 30일 올해 연간 재정흑자 규모가 132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사진=라프레스

당초 예산안에서 주정부는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을 배럴당 70달러를 기준으로 연간 흑자규모를 5억 1100만 달러로 예상했다. 그런데 WTI는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었다가 최근에는 90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재정흑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남에 따라 주정부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주 정부 채권 134억 달러를 재융자(리파이낸싱) 하지 않고 상환하기로 했다. 만약 134억 달러를 전액 상환하면 앨버타주 주정부 부채는 931억 달러에서 내년 3월 말 798억 달러로 크게 줄어든다.

앨버타주 재무부는 집권 첫 해 중단한 중증장애인보조소득(AISH)과 노령층 수당에 대한 물가연종제는 복원하지 않기로 했다. AISH 제도에 따라 유자격자는 월 1685달러를 수령한다. 

앨버타주 주정부는 또 개인소득세를 물가에 맞춰 조정해 올해 1월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개인소득세를 납부하는 소득도 1만9814달러로 상향하고 내년에 또 올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앨버타주 주민이 8만 명에서 9만 5000명이 된다. 

제이슨 닉슨 앨버타주 재무장관이 8월31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연간 재정흑자 규모가 132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CBC
제이슨 닉슨 앨버타주 재무장관이 8월31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연간 재정흑자 규모가 132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CBC

닉슨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현재와 미래의 앨버타주민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재정흑자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닉슨 장관은 "부채 상환과 앨버타 주민들이 져야 하는 부채부담을 감축하고 주정부의 저축 기금을 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정흑자를 주 정부 부채 상환에 투입하면 주정부 부채규모를 축소하는 것은 물론 주민혈세인 세금으로 갚는 이자 부담도 줄인다. 현재와 미래의 부담을 줄이는 일거양득의 조치다.

닉슨 장관은 "부채 상환 주정부 금고가 원유와 가스 판매 돈으로 넘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준칙을 준수하겠다는 주정부의 약속 이행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플레이션으로 월 수급액이 사실상 줄어드는 데 장애인과 아동에게 세금 혜택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자원 판매 소득의 일부를 이들에게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매우 매무 실망한다"는 반응도 있다. 

이웃 서스캐처원주 주정부는 전기요금을 환불하고 주정부 연료세를 없앴으며 오는 10월부터 가스요금 환율제를 개시할 예정으로 있다. 

이 모든 것은 원유와 가스요금 가격 상승이 가져온 결과다.자원부국 캐나다가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아닐까 싶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휘발유와 경유 등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올라 고통을 받고 있는 한국 등 원유수입국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그럼에도 재정흑자를 '현금'으로 나눠주는 게 나은지, 세제혜택으로 대신하고 절약된 재원을 빚을 줄이는 데 쓰는 게 현명한지 곰곰히 따져보는 것은 나라와 상관없이 가치있는 일이 될 것 같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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