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환율 7위안 근접...한국경제에 새로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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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환율 7위안 근접...한국경제에 새로운 숙제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09.0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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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경합도 높아 원화 약세 압력 받을 듯...물가 상승과 금리인상 압력도 증가할 듯

중국 위안/달러 환율이 8월 하순부터 6.9위안을 웃돌면서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이 격화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7위안에 근접했다. 위안하 약세는 원화 약세(환율상승)으로 수입물가상상승에 이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금리인상 등의 과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 금융당국에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 수출제품의 가격을 낮춰  무역경합도가 높은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잠식하게 마련이다. 위안화 약세는 남의 나라 일로 강건너 불 보듯 해서는 안 된다.

위안하 가치가 달러당 7위안에 근접할 만큼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앞으로 더 약세를 보일 것이란 국제금융센터의 전망이 나왔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과 무역경합도가 높은 나라에는 심각한 위협 요인이 돼 통화가치 하락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 된다.  중국 은행원이 위안화 뭉칫돈 앞에서 위안화 지폐를 헤아리고 있다.사진=CGTN
위안하 가치가 달러당 7위안에 근접할 만큼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앞으로 더 약세를 보일 것이란 국제금융센터의 전망이 나왔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과 무역경합도가 높은 나라에는 심각한 위협 요인이 돼 통화가치 하락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 된다.  중국 은행원이 위안화 뭉칫돈 앞에서 위안화 지폐를 헤아리고 있다.사진=CGTN

국제금융센터는 8일 보고서에서  7일 역내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9658위안을 기록했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위안화 환율은 두 차례 안정 후 급등하는 계단식 흐름을 보이면서 연초 6.3위안대 중반에서 8개월 만에 6.9위안대 중후반으로 상승했다.  역외 위안화는 7일 장중(한국시간 오후 7시30분께) 달러당 6.9971위안까지 상승했다. 

미국달러화와 견준 위안화 환율 추이.사진=블룸버그/국제금융센터
미국달러화와 견준 위안화 환율 추이.사진=블룸버그/국제금융센터

2021년 말 대비 위안화의 약세 폭은 8.8%로 주요 신흥국 통화 중 중위권에 위치한다고 국제금융센터는 평가했다.

중국이 비교적 관리 강도가 높은 환율제도를 운용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8.8%의 하락폭은 비교적 높은 수준이라고 국제금융센터는 설명했다. 아시아에서 중국과 환율제도의 관리 강도가 비슷한 베트남은 3.2%하락했고 관리 강도가 더 약한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한 인도네시아(-4.4%), 인도(-7.0%), 말레이시아(-7.5%)는 하락폭이 적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주요 신흥국 통화가치 등락폭. 사진=블룸버그/국제금융센터
미국 달러화 대비 주요 신흥국 통화가치 등락폭. 사진=블룸버그/국제금융센터

국제금융센터 이상원 부전문위원과 김선경 책임연구원은 위안화 약세에 대해 "미중 경제ㆍ통화정책 차별화가 위안화 약세의 주된 배경"이라면서 "중국 외환당국은 위안화 약세 속도를 둔화시킬 정도의 강도로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미국의 견실한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털)을 기반으로 긴축을 지속하는 반면,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성장둔화에 대응해 완화 조치를 강화하면서 차별화가 심화하고 있다.

또 중국 정부는 인프라 투자 확대 등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재정지출 확대, 산업규제 완화로 뒷받침하고 있으나 성장 전반에 대한 부정의 시각이 점증하고 있다고 이 부 전문위원은 지적했다. 또 중국은 주요 도시 봉쇄 조치를 계속 연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폭염, 가뭄 등 이상 기후, 전력난을 겪고 있어 생산과 소비 등 경제활동 전반이 큰 역풍에 직면해 있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또 중국인민은행은 8월 중 주요 정책금리들을 추가 인하하고 시중은행들의 대출을 장려하는 등 신중한 기조 속에서도 완화적 통화정책 조치들을 강화했다. 1년물 LPR대출우대금리를  3.70% → 3.65%로, 1년물 MLF중기유동성지원창구 금리를  2.85% → 2.75%로 낮췄다.

최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는 지난달 26일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잭슨홀 연설 이후 Fed의 최종 금리(terminal rate) 상방이동 가능성을 감안한 리프라이싱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강화하면서 대미 차별화가 심화된 중국 위안화는 하락압력을 더 받고 있는 것으로 이들은 평가했다.

중국은 완화적 통화정책 운영에서 파생되는 위안화 약세 흐름은 용인하면서도 시장이 무질서해지는 상황 등을 방지하기 위해 약세 속도를 둔화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민인은행은 8월24일부터 12거래일 연속으로 연갠 외환시장 개장 전 발표하는 기준환율을 시장예상보다 낮게 고시했고 이달 5일에는 외화지급준비율을 15일부터 9%에서 8%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이는 4월25일에 이어 두 번째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지난달 25일 은행들에게 위안화 대량 매도 공세를 자제할 것을 경고하고 26일에는 중국 외환시장이 강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고 구두개입했다. 

그럼에도 최근 봉쇄 조치 강화 등으로 중국 경제의 하방위험이 점증하는 데다 Fed의 통화긴축 기조가 이어지는 한, 중국 위안화는 약세압력에 계속 노출될 것으로 국제금융센터는 전망했다.

7일 기준, 해외 투자은행들의 2022년말 위안화 환율 전망치 평균은 6.90위안이며, 내년 완만한 하락(위안화 가치 상승)을 예상하고 있으나 향후 약세전망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중국의 추가 성장둔화 징후를 반영해 위안화 환율 예상 경로를 상향했다. 즉 올해 12월 말 6.80위안에서 6.95위안으로 높인 것을 비롯, 내년 3월 말 6.85위안→ 7.00위안, 내년 6월 말 6.95위안 → 7.05위안으로 각각 조정했다.

8월 하순 이후 주요 해외 IB 12곳 중  5곳이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으며, 추후 추가 상향이 잇따를 소지가 있다고 국제금융센터는 전했다.

3연임을 앞두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차이나데일리
3연임을 앞두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차이나데일리

그렇다면 중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될 20차 공산당 전국대표 대회(10월16일)가 임박한 만큼, 중국 정부의 위안화 안정 유지 노력이 지속될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위안화 환율이 중요한 심리적 저항선인 7위안에 근접했지만, 중국 정부는 특정 환율 수준을 지키기보다는 위안화 약세 속도를 둔화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특정 환율 수준을 지키겠다는 암시를 줄 경우 위안화 약세 방향으로 투기적 베팅을 증가시키는 등의 역효과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향후 중국 정부의 조치로는 ▲외화 지준율 추가 인하 ▲역내 선물환 거래 증거금 인상 ▲역외 위안화 유동성 흡수 ▲경기대응조정요인(CCF) 재도입 등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스탠더드차타드은행과 노무라증권은 올해 두 차례 외화지준율을 인하(누적 -3%포인트)에도 지난해 인상분(4%포인트)을 완전히 되돌리지 못해 연말까지 1~2%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즈호은행은 지난 2018년 8월 위안화 약세 억제 목적으로 도입한 선물환 증거금(20%)을 다시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부전문위원 등은 " 향후 중국 정부의 대응이 강화되더라도, 중국 성장둔화 심화에 의한 위안화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위안화 약세가 심화함에 따라 신흥국 전반에 대한 파급영향을 우려하는 시각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떼제네랄은 지난 10년 간 중국과 여타 신흥국 간 무역과 금융 연계가 강화된 만큼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으며 스웨덴 SEB은행은 대 중국 수출경합도가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여러 신흥국 통화들이 약세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SEB 경고대로 중국과 무역경합도가 큰 우리나라는 위안화 약세라는 새로운 불이 발등에 떨어졌다. 원화도 달러당 1400원에 근접할 만큼 약세를 보여 에너지와 각종 원자재 등 수입물가 상승에 이은 국내 소비자물가 급등과 금리인상 문제 해결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는데 위안화 약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원화 약세를 용인할 수밖에 없는 '난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한국은행의 셈범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 형국이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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