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 급등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강도높은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제유가와 뉴욕 주식시장 주요 지수가 하락했다. Fed는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6월과 7월에 이어 세 번째로 0.7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이에 국제유가는 4거래일 만에 하락반전했다.

이날 원유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 인도 선물은 전날에 비해 0.54%(0.47달러) 하락한 배럴당 87.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시각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11월 인도분은 0.9%(0.83달러) 내린 배럴당 93.17달러에 마감됐다. 장중 한때 1.5달러 이상 올랐다.
국제유가는 장 초반 상승세를 유지했으나 예상보다 강한 미국 소비자물가 지표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올라 블룸버그 집계 월가 예상치 8.0%를 크게 웃돌았다. 미국 CPI 상승률은 지난 6월 지난 1981년 11월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인 9.1%를 기록한 뒤 7월 8.5%로 떨어졌다.
미국 물가가 두 달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지만 예상을 웃돌면서 시장은 Fed가 오는 20~21일 열리는 FOMC 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1.0%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제롬 파월 Fed의장은 지난달 26일 와이오밍주 잭슨홀 미팅에서 매파(긴축선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Fed는 지난 6월과 7월에 기준금리를 각각 0.75%포인트씩 올렸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2.25~2.50%다.
뉴욕 주식시장의 주요 지수도 일제히 폭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에 비해 3.94%(1276.37포인트 내린 3만1104.97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20년 6월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이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4.32%(177.72포인트) 하락한 3932.69로 마감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16%(632.84포인트) 떨어진 1만1633.57에 장을 마쳤다.
S&P 11개 업종 전부 내린 가운데 에너지 업종 관련주는 2.45% 하락했다. 석유메이저 셰브런은 1.9%, 엑슨모빌은 2.38% 각각 하락했다.
BOK 파이낸셜의 데니스 키슬러 부사장은 "소비자물가의 높은 상승으로 미국 Fed는 예상보다 빨리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기 때문에 유가시장에 불안심리를 가중시켰다"고 분석했다.
달러화 강세도 유가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혔다. 유로와 일본엔,캐나다달러 등 주요 6개 통화와 견준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이날 전날에 비해 1% 이상 오르며 109를 넘어섰다.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서는 1% 이상 상승했고, 유로화에 대해서도 0.6%가량 상승했다.
달러로 표시되고 거래되는 원유 등 상품의 가격은 달러 가치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미국 투자은행들은 유가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브렌트유와 WTI 4분기 전망치를 각각 배럴당 95달러, 91달러로 기존의 100달러, 97.50달러에서 하향수정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