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진퇴양난 일본, 31년 사이 최고 인플레에도 초저금리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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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진퇴양난 일본, 31년 사이 최고 인플레에도 초저금리 유지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09.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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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국가부채로 금리 인상 시 이자부담 눈덩이

지난달 일본의 근원물가가 2.8% 뛰어 약 8년 사이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9월과 10월에는 3% 정도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와 있다. 엔화약세에 따른 비용상승 물가상승(Cost-push inflation)이 가속화하는 형국이다.통상 물가가 뛰면 금리를 올려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해 낮추는 처방전을 쓴다.

그렇지만 일본은 금리를 올리기는커녕 돈을 푸는 경기부양책을 계속 쓸 태세다.'저성장 저물가'의 늪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물가를 올리는 정책을 펴온 일본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속내인 것 같다. 미국의 강도높은 긴축정책으로 미국과 일본간 금리차 확대로 엔화 약세가 가속화하면서 물가 상승이 가속화면서 일본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쥐어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도쿄으 한 상점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고르고 있다. 일본의 8월 근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8% 올랐다. 전문가 예상치 2.7%는 물론 7월 상승률 2.4%보다 높다. 휘발유와 식품 가격 등이 오르면서 일본 소비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재팬타임스
일본 도쿄으 한 상점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고르고 있다. 일본의 8월 근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8% 올랐다. 전문가 예상치 2.7%는 물론 7월 상승률 2.4%보다 높다. 휘발유와 식품 가격 등이 오르면서 일본 소비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재팬타임스

일본 총무성은 20일 변동성이 큰 식품을 제외하고 에너지를 포함한 근원물가(CPI)가 지난달 1년 전에 비해 2.8%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2.7%보다 높고 7월 2.4%보다도 높다.

근원물가 2.8% 상승률은 2014년 10월 2.9%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소비세율 인상 영향을 제외할 경우 1991년 9월 2.8% 상승 이후 30년 11개월 사이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일본은 1997년 이후 5%인 소비세(부가세)를 2014년 10월부터 인상하기 시작해 올해 초 8%로 인상했다. 일본 정부는 물가 추이를 더 정확히 보기 위해 소비세 인상 영향을 제외해서 물가오름세(인플레)를 파악하고 있다.   

근원물가지수는 5개월 연속해 정부와 일본은행의 목표치 2%를 넘어섰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물가지수는 8월에 1.6% 오르면서 7월 1.2% 높아졌다. 2015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식품과 에너지를 포함한 종합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3%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12개월째 상승했다. 우크라이나전쟁과 엔화약세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주요인으로 지목됐는데 1년 동안 16.9% 올랐다.

이같은 물가지수 상승률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에 금리인상 압력을 가한다. 전문가들은 올해 종합소비자물가가 3%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은 물가가 치솟자 6월과 7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을 단행했다.

일본 엔화. 달러화와 견준 일본 엔화 약세는 과거에는 수출증가 요인이 됐지만 지금은 물가상승의 주범역할을 해 정책당국자에겐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사진=CME그룹/비즈니스인사이더
일본 엔화. 달러화와 견준 일본 엔화 약세는 과거에는 수출증가 요인이 됐지만 지금은 물가상승의 주범역할을 해 정책당국자에겐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사진=CME그룹/비즈니스인사이더

BOJ는 최근 물가상승이 일시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 상승 탓이라고 주장하면서 전세계 통화긴축 기조와는 역행하고 있다. 이는 일본과 미국의 통화정책 차이에 따른 엔화약세의 영향을 고의로 무시한 측면이 있다. 미국은 물가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연 2.25~2.50%로 올렸지만 일본은 통화완화 정책을 계속 펴 '제로(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엔화 가치가 하락해 엔달러 환율은 140엔을 넘어섰다. 엔화약세는 에너지와 원자재,식품 등 수입품 가격을 높여 수입물가를 올리고 국내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다수 기업들은 판매가격을 인상함으로써 비용증가를 소비자들에 전가하면서 물가가 오르고 있다. 이는 물론 일본이 '저물가 저성장'의 늪을 탈출하는 신호로 읽힐 수도 있다. 물가목표 2% 달성을 위해 안간힘을 써온 BOJ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을 용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물가 상승은 일본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준다. 물가상승은 각종 비용을 올리고 가처분 소득을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 지난 1년간 에너지 가격은 16.5% 뛰었는데 이중 전기요금은 21.5%, 경유가격은 18%, 휘발윳값은 6.9% 각각 뛰었다. 전달 보다 상승률은 낮아졌는데 일본 정부가 소매가격 인하를 위해 유류 도매업체에게 보조금을 지급한 결과다. 

식품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신선식품은 4.1% 올랐는데 8년 사이 최고치다. 냉장고와 에어컨과 같은 내구재 가격도 원자재값과 운송비 상승이 반영되면서 6.3% 올랐다.

시쳇말로 안 오르는 게 없다.그런데 임금은 오르지 않거나 더디게 오른다. 이러니 소비심리가 나아질리 만무하다.  더 큰 문제는 9월과 10월에도 물가가 3% 정도 오르면서 정부의 관광장려 정책 등의 효과를 무색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일본 BOJ는 임금과 소비자증가가 미약하다며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데런 테이(Darren Tay) 캐피털이코노믹스 일본담당 분석가는 닛케이아시아에 "종합물가지수는 1991년 이후 최고치로 뛰었지만 여전히 더 뛸 여지가 있다"면서 "그럼에도 BOJ는 초완화통화정책을 확고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이치생명의 신케 요시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교도통신에 "엔화 약세의 영향이 더욱더 커지고있고 식품가격도 오르고 있다"면서 "비용상승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은 영원히 지속하지 못하지만 물가상승은 소비자에겐 부정적이다"고 꼬집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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