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급락... 한국경제의 새 골칫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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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급락... 한국경제의 새 골칫거리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2.09.2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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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봉쇄에 따른 내수 타격...달러 강세로 약세 불가피

애플 쇼크에 중국 위안화가 가치가 급락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경기침체와 미국의 고강도 긴축의 합작품으로 풀이된다. 그 불똥은 원화로 튀었다. 28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장중 1440원 선까지 치솟았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원화 값은 위안화 가치와 연동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6일 파운드화 폭락 쇼크로 1430원 선을 뚫은데 이어 이틀 만에 위안화 하락 펀치에 1440원 벽을 깨버렸다. 이 때문에 코스피는 2.45% 하락한 2169.29에 마쳤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 내부에서는 수입물가에 이어 국내 소비자물가를 높이지만 밖으로는 달러표시 중국 제품의 가격을 떨어뜨려 가격경쟁력을 높인다. 중국과 무역경합도가 높은 한국에 '위안화 약세'라는 새로운 골칫거리가 등장한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강세, 중국의 경기부진이 이어지는 한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한국을 괴롭힐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은행원이 위안화 뭉칫돈 앞에서 위안화 지폐를 헤아리고 있다. 중국 경제 부진과 미국 달러 강세로 위안화 가치가 14년 7개월 사이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위안화는 28일 장중 달러당 7.24위안 안팎에서 거래됐다.사진=CGTN
중국 은행원이 위안화 뭉칫돈 앞에서 위안화 지폐를 헤아리고 있다. 중국 경제 부진과 미국 달러 강세로 위안화 가치가 14년 7개월 사이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위안화는 28일 장중 달러당 7.24위안 안팎에서 거래됐다.사진=CGTN

29일 금융투자업계와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위안화 가치는 28일 2008년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장중 달러당 7.24위안 안팎에서 거래됐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2위안을 넘은 것은 2008년 2월 이후 14년 7개월 만이다. 2010년 개설된 홍콩 역외 환율 시장에서도 달러당 7.23위안 정도에 거래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위안달러 환율은 지난 6월19일 달러당 6.709위안에서 8월19일 6.8176위안, 8월29일 6.0089위안에 이어 이달 14일 7.0050위안, 23일 7.1284위안, 28일 7.2005위안으로 우상향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이상원 부전문위원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28일 위안화달러 환율은 7.20을 웃돌면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고 평가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8일 오후 4시30분 기준 위안달러 환율은 7.2458위안을 기록했다.

이상원 부전문위원은 "달러당 7.2위안은 인민은행이 지난 2005년 7월 환율제도를 '관리변동'으로 전환하고 위안화 강세를 허용한 시기인 2008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올해 중 위안화의 하락폭은 11.5%로 2015년 4.5%(중국 정부의 8월 평가절하 영향), 2016년 6.5%(대규모 자본유출 결과), 2018년 5.4%(미중무역분쟁 결과)의 낙폭을 크게 웃돈다고 평가했다.  

위안화가치가 떨어지고 환율이 급등하자 중국 금융당국은 27일 외환시장에 구두개입하며 시장안정화에 나섰다. 중국 금융당국은 이날 모임을 갖고 "올해 위안화는 합리적이고 균형잡힌 수준에서 기본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투자자들이 일방으로 평가절상이나 절하 베팅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경고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은 성명에서 "위안화는 미국달러에 대해 평가절하됐지만 절하폭은 미국 달러 절상폭의 단 절반에 그쳤다"면서 "위안화는 유로, 엔, 기타 통화에 대해 현저하게 평가절상됐으며 세계에서 몇 안되는 강한 통화중 하나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중국 금융당국은 "일부 기업들이 통화 투기하거나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면서 "위안이 두 방식으로 변동하는 것은 정상인 만큼 투자자들은 한 방향 평가절상이나 평가절하에 베팅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인민은행은 또 이날 환위험준비금 비율을 0%에서 20%로 끌어올리는 조치 시행에 들어갔다. 이 조치는 2018년 이후 처음 나온 것으로서 중국이 외환시장에 4년 만에 개입했다는 뜻이다. 이번 조치로 금융기관들은 위안화 선물환을 거래할 때 거래액의 20%에 해당하는 외화를 인민은행에 예치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금융회사들이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는 기회비용을 늘려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위안화 하락 베팅을 막기 위해 28일 외환위험준비금을 0%에서 20% 올려 시행에 들어갔다. 한 시민이 중국인민은행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글로벌타임스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위안화 하락 베팅을 막기 위해 28일 외환위험준비금을 0%에서 20% 올려 시행에 들어갔다. 한 시민이 중국인민은행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글로벌타임스

위안화 가치의 마지노선이라는 달러당 7위안을 뜻하는 '포치'(破七)가 무너질 정도로 위안화 값이 뚝 떨어진 것은 미국달러 강세 속에 중국 경제가부진을 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억제를 위해 6월과 7월에 이어 9월에도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2.25~2.50%에서 3.00~3.25%로 올라갔다. 유로와 캐나다달러, 일본엔 등 주요 6개 통화와 견준 미국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0여년 사이 최고치인 113선까지 도달했다. 

둘째는 중국 경기 부진 요인이다. 이날은 애플이 신제품 아이폰14의 중국 내 판매량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올해 아이폰 생산을 최대 600만대 늘리려는 계획을 철회했다는 뉴스가 겹치면서 위안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중국의 내수 전망이 그만큼 나쁘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제로(0)코로라 정책에 따른 경기하강을 이유로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중국 장쑤성 하이안시의 한 공장에서 근로자가 수치제어장비를 다루고 있다. 사진=차이나데일리
중국의 제로(0)코로라 정책에 따른 경기하강을 이유로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중국 장쑤성 하이안시의 한 공장에서 근로자가 수치제어장비를 다루고 있다. 사진=차이나데일리

세계은행은 지난 26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에서 2.8%로 크게 낮춰 중국 정부의 전망치(5.5%)의 절반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의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경기가 크게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지난해 GDP 증가율은 8.1%였다. 세계은행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개발도상 22국의 성장률 평균치를 5.3%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성장률이 1990년 이후 32년 사이에 처음으로 아시아 개발도상국 평균치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같은 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4%에서 3.2%로 대폭 떨어뜨렸다.

세계은행과 OECD가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춘 것은 올해 '제로(0)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령으로 내수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중국의 경기가 갈수록 식어가고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미국달러에 대한 중국 위안화 환율이 7.2위안을 넘어섰다.  사진=이차이글로벌닷컴
미국달러에 대한 중국 위안화 환율이 7.2위안을 넘어섰다.  사진=이차이글로벌닷컴

문제는 앞날이다. 중국 당국이 고시하는 환율에서 일정한 상하 변동 폭을 두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워낙 달러 강세가 두드러져 위안달러 환율이 오르는 것을 어느 정도 용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민은행이 강력하게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위안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국제금융센터 김선경 책임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오는 10월16일 당대회를 앞두고 26일 선물한 증거금과 27일 경기대응 조정요인을 재도입했다"면서 "필요 시 위안화 약세 대응 강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김선경 책임연구원은 "미국 달러화 강세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 강도고 계속 강해지면서 위안화 환율 변동성과 역내외 환율 괴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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