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장난 물가 방정식…경기보다 정부정책 영향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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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고장난 물가 방정식…경기보다 정부정책 영향 탓?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0.02.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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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필립스곡선 평탄화·인플레기대 안착·아마존 효과와 근로자 교섭력 약화·정책등 특이요인으로 설명

경기 침체에 대응해 각국이 기준금리를 낮추는 통화 완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데도 물가는 오르지 않고 경제 성장도 신통하지 않다. 저금리 정책으로 경기가 개선되고, 실업률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오른다는 물가가 꿈쩍 않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물가 방정식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분석부터, 온라인 거래 확산에 따른 경쟁 심화에 따른 가격 하락, 정부 복지정책 영향력 확대 등 다양한 설명이 뒤따르고 있다.

미국 필립스 곡선 기울기와 기대인플레이션율. 사진=한국은행
미국 필립스 곡선 기울기와 기대인플레이션율.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은 미국의 저인플레이션을 분석해 답을 내놓았다. 필립스곡선 평탄화 등 4가지를 이유로 들었다. 이에 따라 경기요인에 초점을 맞춘 기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는 물가를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한은 결론이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미국의 저인플레이션 관련 최근 논의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2009년 6월부터 확장국면에 진입한 미국경제는 성장세가 잠재수준을 웃돌고, 실업률도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인플레이션율 만큼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장기목표치 2%를 밑돌고 있다.

이에 대해 △필립스곡선 평탄화 △인플레기대 안착 △전자상거래 확대 등과 노조 교섭력 약화 △공적 의료보험 정책 등 특이요인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우선, 고용(실업)과 물가간 관계를 나타내고 통상 역(-)의 관계로 알려진 필립스곡선 기울기가 2000년대 들어 0에 근접하고 있다. 분석가들에 따라 그 수치는 다르나 대체로 마이너스(-)0.1 수준에 그쳤는데 0에 근접하는 평탄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Fed의장은 지난 2018년 2000년대 들어 필립스 곡선 기울기가 0에 근접한 수준까지 낮아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고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낮아졌음을 뜻이다. 고용이 늘면 근로자 소득이 늘고 이에 따라 지출이 늘면서 물가가 오른다는 게 정설이다. 이런 정설이 먹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고용이 늘어도 물가는 요지부동인 게 현실이다.

실제로 미국 실업률은 2010년 9%대 후반에서 줄곧 떨어져 지난해 말 3%대 중반을 나타냈다. 그런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음식·에너지 제외)는 2010년 1.4%에서 2019년 1.6%로 큰 변화가 없었다.

또, Fed가 2012년부터 물가목표제를 도입하고 물가안정을 더욱 명시로 도모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Fed 목표 부근에 안착했다.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과 의료서비스 물가상승률. 사진=한국은행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과 의료서비스 물가상승률. 사진=한국은행

소위 '아마존 효과'로 부르는 전자상거래 확대로 온·오프 업체간 가격 경쟁이 심화하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근로자의 교섭력 약화에 따라 임금 상승이 제약됐다. 세계화 진전에 따라 가격이 저렴한 신흥국 제품이 미국 시장에 유입됐으며, 기술 발전이 단위노동 비용을 낮춤으로써 인플레를 제약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비경기 특이요인도 영향을 미쳤다. 물가상승률에 대한 기여도측면에서 보면 금융위기 이전(2002~2007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경기민감(Cyclical)물가와 달리, 경기비민감(Acyclical)물가는 상당폭 축소됐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이는 경기비민감 물가에서 2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의료서비스 물가가 정책변경으로 공적 의료보험 프로그램 지출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정부가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등 공적 의료보험 프로그램, 의약품 가격 인상 억제 정책을 도입하면서 의료서비스 물가가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그 결과 2015년께엔 2%포인트, 2019년 중반께엔 0.5%포인트씩 각각 물가를 낮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정부가 의료보험 정책을 변경하면서 2015년 근원PCE물가를 0.4%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특이요인이 당분간 인플레이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Fed도 인플레 관련 커뮤니케이션 시 근원물가상승률뿐만 아니라 특이요인을 제거한 절사평균 인플레이션(Trimmed mean inflation) 등 여타 기조적 인플레이션 지표들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에 대한 경기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고 특히, 비경기적 요인 등 구조적 요인들이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 이런 내용들은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국내 근원물가 상승률이 2016년 1.9%에서 지난해 0.7%로 하락한 데 대해 "무상교육, 건보적용 확대 등 복지제도 확충 등에 따른 하락요인이 0.9%포인트로 대부분이며, 수요측 요인은 0.1~0.2%포인트 내외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인플레 다이나믹스가 달라졌다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서 물가 수요압력을 높이고자 하는 등 과거와 같은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중장기 시계에서 저물가 지속 원인을 분석하고,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퍼스팩티브(관점)를 갖는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정숙 기자 kontr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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