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 달러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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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억 달러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불만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0.02.1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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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약 600억 달러를 기록했다.일각에서는 수출부진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7년 만에 가장 작았다고 탄식한다. 

물론 22년째 흑자를 거둔 나라에서 규모가 줄었으니 이런 탄식이 나오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우선 이 정도 규모의 흑자를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기업에 박수를 보낸다. 동시에 줄었다고 하나 다른 나라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은 흑자를 남겼는데도 대다수 국민들이 경상수지 흑자가 가져다 주는 돈 구경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경상수지 흑자는 교역상대국의 개방과 원화가치 절상 요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냥 즐거워할 일은 아니다.

  

2019년 경상수지 흑자. 사진=한국은행
2019년 경상수지 흑자.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지난 6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599억70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2012년(487억9000만 달러) 이후 7년 만에 가장 작은 흑자규모라고 하나 외환위기 당시 1998년 이후 22년째 흑자 기조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과소평가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소득수지, 경상이전수지 등으로 구분된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폭 감소는 상품수지 감소 탓이 크다.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세계경기 둔화와 주력품목인 반도체 경기 부진 등의 여파로 수출이 크게 부진했다.  상품수지는 768억6000만 달러 흑자지만 흑자규모가 전년보다 332억3000만 달러나 감소한 것을 보면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경상수지가 줄었다고 하나 600억 달러 남짓한 엄청난 규모의 흑자를 나타내면 국내에 돈이 넘쳐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상식이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달러를  한국은행이 사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로 자그마치 70조6626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돈이 풀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통화가 늘면 인플레이션이나  투기가 생길 수 있는 만큼 한국은행은 통화안정증권 등을 발행해서 늘어난 돈을 거둬들이고 있다. 그래도 돈은 늘어난다. 통화안정증권을 기관투자가 등이 인수하면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면 아무리 돈을 거둬들여도 통화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통화가 이렇게 엄청나게 늘어났을 것으로 보이는 데  서민들은 돈을 만지지 못하고 있다. 경상수지가 지난해까지 22년째 흑자라고 했으니 22년 동안이나 늘었을 텐데 돈이 없다는 것이다.

왜 이럴까. 돈이 한쪽으로만 가기 때문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즉 수출하는 대기업 등 소수만이 그 돈을 만질 수 있을 뿐, 내수기업과 중소기업, 서민은 돈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든 것이다. 이들에게는 경상수지 흑자는  ‘그림의 떡’인 것이다.

일부 대기업만 돈을 만지니 고용이 늘리가 없다. 장사가 잘되는 대기업과 수출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확보, 고용을 늘릴 수 있지만 내수기업과 중소기업은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대규모 경상수지는 밖으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미국 등 주요 교역 상대국이 무역불균형 해소 요구를 할 수 있다. 개방압력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우리 돈 가치를 높이라는 원화 절상 압력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원화가치가 높아지면 달러로 표시되는 우리 상품 가격이 올라가 가격경쟁을 잃는다. 그렇지 않아도 수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었다느니 수출부진이 원인이라는 등의 말만 되풀이 하고 앉아 있었서는 곤란하다. 내수기업을 지원해서 고용을 늘리면서 외국의 압력에 능동 대처해 수출기업의 애로를 덜어주는 정책을 찾아내는 게 상책일 것이다. 지나친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우리 경제에 독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과유불급의 이치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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