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채권 발행한도 확대도 막아...전기요금 인상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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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채권 발행한도 확대도 막아...전기요금 인상 불가피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12.0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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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경영난과 전력대란, 한국경제 마비올수도

한국전력의 공사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법안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한전이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발전중단, 제한송전 등으로 전력 대란이 생길 수 있다. 야당은 "전기요금에 발전원가를 반영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전기요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왔지만 한전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의 길이 막히면 결국 전기요금 인상을 택할 수밖에 없다. 탈원전에 앞장선 야당 의원이 한전 채권의 발행한도 확대마저 막아놓고 실행불가능한 정책을 요구하는 것은 전기 소비자들인 국민 반발을 이용한 집권여당 압박, 산업 붕괴만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한전채 발행 한도 확대 법안이 부결된 상황에서 한전의 정상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 정책 자금을 투입하거나 전기요금의 대규모 인상이 불가피하다.

한국전력이 7월1일부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 당 3원 올리기로 했다. 전기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모두 감안한 조치다. 전기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그래픽. 사진=한국전력
한국전력이 7월1일부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 당 3원 올리기로 했다. 전기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모두 감안한 조치다. 전기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그래픽. 사진=한국전력

9일 정치권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회는 8일 본회의에서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찬성 89명, 반대 61명, 기권 53명으로 개정안은 결국 부결됐다. 개정안은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를 현행 자본금, 이익준비금, 임의적립금 등을 합한 금액의 2배에서 5배로 올리는 내용을 담았다.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은 2021년 8월 법원조직법 개정안 부결 사태 후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사채 발행 한도 확대는 빚으로 한전 적자를 메우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대거 반대표를 던졌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사채 발행 한도를 증액하지 않으면 한전은 도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여야가 토론을 거쳐서 합의한 법안을 본회의에서 부결시킨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은 한전의 자금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지난 9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주도로 발의됐다. 올해 30조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는 한전은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적립금에 반영되면 현행법상 내년부터 회사채를 더 발행할 수 없다. 경영위기 상황에서 한전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사채발행한도를 6배까지 늘릴 수 있다는 단서 조항도 달았다.

한국전력 로고
한국전력 로고

한전은 올해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발전단가가 싼 원자력 발전소 가동을 줄인 탓에 단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가동을 늘린 탓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LNG 가격이 상승하면서 3분기까지 21조8000억 원의 누적적자를 냈다. 그런데도 전기요금 인상이 억제되면서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 한전은 올해 27조9000억 원의 한전채를 발행해 전력구매비를 충당해왔다. 누적 사채발행액이 66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한전의 사채발행한도는 91조8000억 원이다. 내년도 한전의 사채발행한도는 30조 원 아래로 줄어들어 사채 발행 자체를 할 수 없을 것으로 한전은 자체 분석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내년도 한전 적자액이 13조~17조원에 이를 추정하고 있다. 이대로 사채발행한도 증액이 막히면 한전은 한도 초과로 한전채를 찍을 수 없어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전력구매비를 조달하지 못하면 전력시장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한전 주식 목표가를 11월 2만4300원에서 지난 5일 2만3667원으로 낮췄다. 한국전력 주식 종가는 8일 1만9350원에 불과했다. 고점을 기록한 2016년 5월31일 6만6750원에 비하면 68% 이상 빠졌다. 다시 말해 최고가에 비해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전의 자금조달난은 한국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야당권의 반대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이 당장 내년 1월부터 채권 발행 계획을 내지 못하면 자금시장 불안이 증폭될 수 있다. 은행 대출을 활용해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지만, 한전 적자를 계속 대출에 의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야당의 한전채 발행한도 부결 투표를 주도한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서 "이 같은 회사채 돌려막기로는 적자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면서 "한전 적자에 대한 해결책은 명료하다. 전기 요금에 연료비 등 발전원가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칙상 맞지만 한국의 현실에서는 실행 가능성이 '제로(0)'에 가까운 주장으로 전기요금을 올리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무책임한 발상과 같다. 

전기요금 인상은 서민가계 부담을 키우는 만큼 정부는 쉽게 선택을 하지 못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한전법 개정 지연으로 한전이 전력구입비를 결제하지 못해 전력시장 전체가 마비될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한전은 올해 30조 원 이상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라면서 "한국전력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 발전사에게 전기 구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전망했다. 정혜정 연구원은 "높아진 에너지 가격이 한전의 전력조달단가에 반영되는 데 시차가 있다"면서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전력조달비용이 전년동기 대비 증가하면서 한전의 영업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정 연구원은 "올해 평균 연료비 단가와 환경 관련 비용을 반영하는 원칙을 적용한다면 kWh 당 50원 이상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인상 요인을 한 번에 반영하기는 어렵겠지만 요금 인상 폭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말했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도 "주식시장은 한전이 흑자전환될 정도로 대폭의 전기요금 인상을 기대하고 있다"며 50원이상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나민식 연구원은 "야당이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주장한 만큼 12월 기준연료비 인상 가능성은 커졌다"고 내다봤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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