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사채 발행막히면 전력시장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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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사채 발행막히면 전력시장 마비"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2.12.1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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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확보 위해 법 개정 이뤄져야"
"요금 인상 계획 등 다각적 노력할 것"

발전사를 산하에 둔 전력공기업인 한국전력이 11일 회사채(한전채) 발행한도를 확대하기 위해 발의된 한국전력공사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전력시장 마비 등 한국경제에 대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전은 여야 합의로 한전법 개정안을 재추진하는 것은 다행이라며 환영했다. 공은 이제 국회로 다시 넘어갔다. 증권사들은 한전의 자금난을 푸는 가장 올바른 대책은 전기요금  정상화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사옥 전경. 사진=한국전력
한국전력공사 사옥 전경. 사진=한국전력

한전은 11일 입장문을 내고 "여야 합의로 연내 임시국회에서 다시 한전법 개정안 의결을 재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올해 한전은 30조 원을 넘어서는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야는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한전법 개정을 올해 안에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입장문에서 "한전법 개정을 통한 사채 발행 한도가 확대되지 않을 경우 신규 사채 발행이 불가능해져 전력구입대금 지급 불능, 차입금 상환 불가 등으로 대국민 전력 공급 차질과 전력 시장 전체가 마비되는 국가 경제 전반의 대위기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전은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한전의 필수적인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한전법 개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전은 근본적인 적자 개선을 위해 요금 인상 계획을 세우고, 자구 노력에 나서는 등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 사진=한국전력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 사진=한국전력

한전은 "정부와 협의해 단계적인 전기요금 인상 계획 등을 조기 수립하고 정부 재정 지원 방안과 전력 시장 제도 개선 방안 등 다각적인 대책이 마련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전은 "한전 임직원 모두는 강도 높은 재정건전화 자구 노력을 적극 추진하겠다"면서 "국회, 정부를 포함한 범국가적인 차원의 지원과 함께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앞서 여야는 지난 8일 한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고 했으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불발됐다. 재석 203명 중 찬성 89명, 반대 61명, 기권 53명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개정안은 한전의 회사채 발행한도를 현행 자본금과 이익준비금, 임의적립금 등을 합찬 금액의 2배에서 5배로 올리는 내용을 담았다.올해 30조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는 한전은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적립금에 반영되면 현행법상 내년부터 회사채를 더 발행할 수 없다. 경영위기 상황에서 한전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사채발행한도를 6배까지 늘릴 수 있다는 단서 조항도 달았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사채 발행 한도 확대는 빚으로 한전 적자를 메우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대거 반대표를 던졌다. 야당의 한전채 발행한도 부결 투표를 주도한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서 "이 같은 회사채 돌려막기로는 적자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면서 "한전 적자에 대한 해결책은 명료하다. 전기 요금에 연료비 등 발전원가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전은 올해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 발전단가가 싼 원자력 발전소 가동을 줄인 탓에 단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가동을 늘린 탓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LNG 가격이 상승하면서 3분기까지 21조8000억 원의 누적적자를 냈다. 그런데도 전기요금 인상이 억제되면서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 한전은 올해 27조9000억 원의 한전채를 발행해 전력구매비를 충당해왔다. 누적 사채발행액이 66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한전의 사채발행한도는 91조8000억 원이다. 내년도 한전의 사채발행한도는 30조 원 아래로 줄어들어 사채 발행 자체를 할 수 없을 것으로 한전은 자체 분석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내년도 한전 적자액이 13조~17조 원에 이를 추정하고 있다. 이대로 사채발행한도 증액이 막히면 한전은 한도 초과로 한전채를 찍을 수 없어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전력구매비를 조달하지 못하면 전력시장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한전은 올해 30조 원 이상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라면서 "한국전력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 발전사에게 전기 구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전망했다. 정혜정 연구원은 "높아진 에너지 가격이 한전의 전력조달단가에 반영되는 데 시차가 있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전력조달비용이 전년동기 대비 증가하면서 한전의 영업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정 연구원은 "올해 평균 연료비 단가와 환경 관련 비용을 반영하는 원칙을 적용한다면 kWh 당 50원 이상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인상 요인을 한 번에 반영하기는 어렵겠지만 요금 인상 폭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말했다. 

하나증권 유재선 연구원은 "사채발행한도를 기존 2배에서 5~6배까지 상향하는 한전력공사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면서 "사채발행한도는 초과되더라도 처벌 조항이 없고 최근 사업보고서 상 확정 수치를 기반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2023년 3월까지는 사채발행이 지속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유재선 연구원은 "기존 2배 한도로는 이미 초과가 완성되기 때문에 낙관적인 기대를 유지 하기 쉽지 않다"면서 "정산조정계수가 0으로 낮아지며 자회사로의 현금 유출을 줄이고 자산재평가, 금융권 차입 등을 통해 한도 초과 시점을 늦출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유 연구원은 "무엇보다 이번 개정안 부결로 가장 올바른 대책인 전기요금 조기 정상화 기대감이 제고될 수 있는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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