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은 금을 좋아해...올해 670t 쓸어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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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은 금을 좋아해...올해 670t 쓸어담아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12.11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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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협회 "1974년 3만6782t 이후 최고" 평가
인플레이션 헤지, 긴축에 다른 안전자산 확보 차원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을 다시 대량으로 쓸어담고 있다. 10월에 31t을 순매입하는 등 올들어 670t을 사들인 것으로 추정됐다. 그 결과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의 총량은 1974년 이후 48년 만에 최대치로 불어났다.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금리상승으로 가치가 하락한 미국 국채를 금으로 대체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올해 금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금협회는 중앙은행들의 보유금이 1970년대 중반 수준으로 복귀한 것으로 판단했다. 순금 골드바와 매수 그래픽. 사진=세계금협회
각국 중앙은행들이 올해 금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금협회는 중앙은행들의 보유금이 1970년대 중반 수준으로 복귀한 것으로 판단했다. 순금 골드바와 매수 그래픽. 사진=세계금협회

미국 석유산업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 통계를 인용해 세계 중앙은행들이 3분기에 역대 최대량의 금을 매수한 한 데 이어 4분기에도 추가 매수를 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들은 지난 10월에만 보유고에 31t을 추가했다.협회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중앙은행은 지난 10월 9t 이상을 추가했다. 각국 중앙은행 중 우러간 기준 매입규모로는 최대다. UAE 중앙은행은 올들어 10월 말까지 총 18t의 금을 보유고에 추가했고 전체 금 보유량은 외환보유고의  3%인 74t에 도달했다.

이어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튀르키예가 약 9t을 매입해 올들어 10월 말까지 금 103t을 사들였다. 세계 1위 매수 규모다. 튀르키예의 보유금은 498t으로 보유고의  27%에 해당한다.

우즈베키스탄도 10월에 9t을 매입하는 등 7개월째 금을 매입해 올들어 37t의 금을 사들였다. 이에 따라 우즈베키스탄 외환보유액에서 금(399t)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어섰다.

카타르도 1t을 추가해 전체 금보유량은 88t으로 늘어났다. 보유액의 11%다.

세계금협회는 세계중앙은행들의 금 보유량은 1970년대 중반 수준으로 복귀했다고 자평했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금 보유량 추이. 지난 10월 기준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금은 지난 1974년(3만6782t)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세계금협회는 평가했다. 사진=세계금협회
세계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금 보유량 추이. 지난 10월 기준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금은 지난 1974년(3만6782t)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세계금협회는 평가했다. 사진=세계금협회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서도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흐름이 나타나 있다. 캄보디아는 올들어 2t을 순매수했다. 7~9월 사이에 금을 사들였으며 전체 금 보유량은 52t으로 불어났다고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전했다. 스리랑카는 3t을 순 매도했다

앞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올해 3분기에만 금 400t을 매입했다고 1일 보도했다. 1월부터 9월까지 유입된 누적 매장량은 670t에 이른다.

이코노미스트는 튀르키예가 5월에만 20t 가까이  사들였고 인도와 카타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도 대거 금 매입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 금 매입 속도는 국제 금 시장이 붕괴한 1968년 이후 가장 빠른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 매입에 나선 것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주요국 긴축으로 내년 경기침체 위험이 더 커진 탓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을 잡는다고 올해 6월과 7월,9월과 11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는 등 강도높게 금리를 높이면서 중앙은행이 보유 중인 채권 가격이 내려갔다.  안전자산인 금을 확보해 장기적인 자산 운용에 어려움을 피하려 하고 있다.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치솟으면서 달러로 표시되고 거래되는 금값이 하락한 점도 매수 기회로 작용했다. 유로와 일본엔, 캐나다달러 등 주요 6개 통화와 견준 미국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 인덱스는 지난 9일 104.93으로 전날에 비해 0.15% 올랐다. 달러인덱스를 기준으로 본 미국달러 가치는 올들어 이날까지 9.34%, 지난 1년간은 9.19% 상승했다. 이 때문에 달러로 표시되고 거래되는 금값은 수급과 상관없이 강한 하락압력을 받고 있다. 

같은날 미국 선물시장인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2023년 2월 인도 금 선물은 전날에 비해 0.2%(3.50달러) 오른 온스당 1801.50달러에 마감됐다.올해 들어 금값은 3% 하락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에 그랬듯 금을 사는 것은 달러 일부를 대체하는 방법이기도 하다"면서 "신흥국 시장의 달러 보유고는 대부분 실제 지폐가 아닌 채권으로 이뤄져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인상으로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고 반대로 국채가격이 하락하자 금 보유를 늘려 자산가치 하락을 막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금 매입은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루블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퇴출된 이후 투르크메니스탄 등 러시아와 거래한 신흥국들도 루블 대신 금 보유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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