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銀 금융완화 축소 후폭풍..."엔화 125엔까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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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銀 금융완화 축소 후폭풍..."엔화 125엔까지 오른다"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2.12.2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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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환율 130엔대 진입...두 말 만에 13% 급락

일본 중아은행인 일본은행(BOJ)이 20일 예상 밖의 금융완화 축소를 결정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엔화 가치와 장기 국채 금리가 이틀 연속 급등하고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고,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는 등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20일 장기금리 변동폭을 기존보다 두 배로 올리면서 사실상의 금리인상을 단행하자 일본 엔화 가치가 오르고 달러가치가 내려갔다. 사진은 엔화 지폐. 사진=CNews DB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20일 장기금리 변동폭을 기존보다 두 배로 올리면서 사실상의 금리인상을 단행하자 일본 엔화 가치가 오르고 달러가치가 내려갔다. 사진은 엔화 지폐. 사진=CNews DB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BOJ의 사실상 금리인상 결정으로 엔화 강세에 따른 엔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130.6엔까지 내려갔고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전날에 비해 0.39% 내린 달러당 132.06~08엔을 기록했다. 환율이 달러당 130엔대까지 내려간 것은 지난 8월 초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이로써 엔달러 환율은 지난 10월 말 32년 만의 최고치인 151엔대까지 오른 후 두 달 만에 13% 급락했다.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엔화가치가 어느 선까지 오를 것이냐 즉 환율이 어느 수준까지 내려갈 것이냐로 쏠리고 있다.

BOJ의 금융정책 변경 이후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환율이 급락하는 만큼 어느 수준까지 환율이 떨어질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에 대해 키트 주크스 소시에테제네랄 수석외환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에 "BOJ의 매파(긴축 선호) 통화정책으로 엔화 가치가 125엔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BOJ는 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금리를 연 -0.1%, 장기 금리를 0%로 유지하되 장기 금리 변동 허용폭을 ±0.25%에서 ±0.50%로 확대했다. 일본이 금융완화를 축소한 것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취임 직후인 2013년 4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기준금리는 동결했지만 장기 금리 변동폭을 두 배로 늘리면서 금리가 이틀째 크게 올랐다. 이날 도쿄 채권시장에서 장기 금리의 기준인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는 연 0.48%까지 올랐다. 전날 금융정책결정회의 직전 연 0.25%인 금리가 하루 만에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4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 총재.하루히코 총재는 지난달 14일 나고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엔화 평가절하를 중단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사진=아사히신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 총재.하루히코 총재는 지난달 14일 나고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엔화 평가절하를 중단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사진=아사히신문

국제통화기금(IMF)은 BOJ가 통화완화 정책을 전격 수정한 것은 이치에 닿는 조치라는 평가를 내놨다. IMF 일본 대표단 라닐 살가도 단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채권시장 기능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할 때 일본은행이 YCC(수익률곡선 통제)를 조정한 것은 합리적 조치"라고 밝혔다.

주식시장은 이틀째 약세를 이어갔다.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전날에 비해 0.68% 떨어진 2만6387.72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기 금리가 오르면서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하는 등 실물경제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연 1.65%인 35년 만기 고정형 주택대출 금리는 다음달부터 연 2%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주택대출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시장 호황세도 한풀 꺾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채 발행 비용이 불어나는 만큼 기업의 자금조달도 어려워진다. 고바야시 신이치로 미쓰비시UFJ리서치앤드컨설팅 수석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재무 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 활동이 억제되면 임금이 오르지 않아 소비와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내다봤다. 

일본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현재 일본의 국가채무는 1255조 엔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58%다. 일본 정부는 해마다 8조 엔을 국채 원리금을 갚는 데 쓴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일본 정부의 연간 원리금 상환 부담은 3조7000억 엔 늘어난다.

금융시장은  BOJ의 다음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전날 "(이번 결정은) 출구전략을 향한 첫걸음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지만 금융시장은 이미 BOJ 출구전략이 시작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추가 금리 인상을 점친 미국과 유럽 헤지펀드가 일본 국채를 대규모로 매도하면 장기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BOJ가 장기 금리 변동폭을 추가로 확대하거나 장기 금리의 기준을 10년 만기 국채에서 5년 만기 국채로 바꾸는 시나리오 등을 점친다. 내년 4월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의 임기 만료 후 차기 총재가 취임하면 BOJ가 2016년부터 유지해온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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