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미 전략비축유' 중국 수출 금지법안 승인...실현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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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 '미 전략비축유' 중국 수출 금지법안 승인...실현 가능성은?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01.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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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민주당 공화당 의원, 북한 등 적대국 판매 금지 법안 공동 재발의

미국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이 미국의 전략비축유를 북한과 중국 등 적대국에 수출하는 금지법안을 처리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 문턱을 넘어야 하는 만큼 이 법안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의원들도 비슷한 법안을 공화당 의원과 공동 발의한 만큼 실현 가능성은 열려 있다. 

공화당은 지난해 3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국제 유가 안정화를 위해 전략비축유 방출 계획을 발표하자 중국 등에 자국산 원유 수출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5월부터 6개월간 하루 100만배럴씩, 총 1억8000만배럴을 방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SPR 보유량은 지난해 12월 3억7800만 배럴 아래로 떨어지면서 1983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미국의 SPR은 미국 에너지부가 담당하며, 루이지애나와 텍사스주 지하시설에 비축한다. 이 시설은 세계 최대 비상용 에너지 공급 시설로 최대 7억2700만 배럴의 석유를 비축한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바이유착토(Bayou Choctaw) 전략비축기지 전경. 사진=미국에너지부
미국 루이지애나주 바이유착토(Bayou Choctaw) 전략비축기지 전경. 사진=미국에너지부

14일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와 롤콜(Roll Call닷컴)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각) 중국 공산당 소유, 통제, 영향력 하에 있는 어떤 단체에도 미국의 전략비축유 판매와 수출을 금지한다는 법안을 찬성 331표, 반대 97표로 통과시켰다. 공화당 의원은 전부 찬성표를 던쳤고 민주당 의원은 113명이 찬성했으나 나머지는 반대했다.

법안은 또 전략 비축유가 중국에 수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조건을 미국 에너지부가 보증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의 현행법은 미국 정부가 기업들이 구매한 원유를 어디로 수출할지 지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일부 원유는 중국으로 수출됐지만 정유사인 필립스66을 비롯한 미국 기업에서 사들인 원유는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인도로 수출됐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앞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정부들도 SPR 원유를 중국 기업에 수출했다. 

미국 전략비축유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의장인 캐시 모리스 로저스 미국 공화당 의원.사진=롤콜닷컴
미국 전략비축유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의장인 캐시 모리스 로저스 미국 공화당 의원.사진=롤콜닷컴

법안을 발의한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의장인 공화당 소속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하원의원은 "전략비축유는 허리케인과 자연재해 등 실제 에너지 공급 중단을 대비해서 마련된 것이지 중국을 돕기 위한 것이 아니다"면서 "바이든 정부가 우리의 전략 보유고를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저스 의원은 "중국은 미국 납세자의 돈과 우리의 에너지 안보를 대가로 근 10억 배럴인 정부 통제 원유재고를 통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화당이 제안한 전략비축유의 대중 수출 금지가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상원 민주당 문턱을 넘어야 한다. 벤자민 살리스버리 하이트캐피털마켓 분석가는 "이 법안은 공화당이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강조하는 '메시징 법안' 중 하나"라면서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장악하는 상원과 힘든 타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전략비축유기지 사이트. 사진=미국에너지부
미국 전략비축유기지 사이트. 사진=미국에너지부

그런데 비슷한 법안은 민주당도 발의한 만큼 전략비축유의 대중국 수출 금지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민주당의 크리시 훌라한(Chrissy Houlahan) 하원의원과 공화당의 단 베이컨(Don Bacon) 하원의원도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적국에 대한 비축유 수출을 금지하는 '해외 적국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 법안'을 재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에는 지난 회기 법안보다 4명이 더 많은 41명(공화당 7명, 민주당 34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법안의 뼈대는 미국의 전략비축유(SPR)로 공급된 석유가 중국과 러시아, 이란, 북한 등에 판매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울러 적국들이 소유하거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 회사에 대한 비축유 수출이나 판매도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훌라한 의원과 베이컨 의원은 지난 117대 회기에서도 동일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자동폐기됐다.

홀라한 의원은 "모든 미국인은 해외 적국들이 우리의 전략비축유로 공급된 석유를 구매할 수 있는 허점이 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아야 한다"면서 "이 같은 허점을 막기 위해서는 이 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베이컨 의원도 "우리는 평화로운 민주주의에 맞서 전쟁을 벌이고 자국민을 학대하는 폭군에 맞서야 한다"면서 "여기에는 전략비축유에서 공급된 석유를 판매하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홀라한 의원실은 법안 발의에 대해 "2015년 정책 변화로 적국들이 미국의 전략비축유에서 공급된 석유를 구매할 수 있는 규제 허점이 생겼다"면서 "지난해 한 중국계 기업이 미국산 석유를 구매할 수있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이 같은 허점을 막기 위해 지난 회기에 초당적으로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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