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독감과 계란값 파동, 캐나다의 계란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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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독감과 계란값 파동, 캐나다의 계란값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3.02.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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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식을 듣다보면 조류인플루엔자 발병에 따른 산란계(계란을 낳는 닭)  '살처분' 뉴스가 많다. 쉽게 말해 닭을 죽인다는 뜻이다. 계란을 낳는 닭의 숫자가 줄어드니 계란 공급량이 줄고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될 것이다. 지구촌 반대편에서도 이와 똑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계란값이 치솟은 것은 물론 소비자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계랸 양을 제한하고 있을 정도로 조류인플레인자의 위력은 대단하다. 산란계 농가가 연간 7억8900만 개의 계란을 생산해 공급하는 캐나다에서 계란값 파동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캐나다 산란계 농장에서 계란을 수거하고 있다. 사진=캐나다산란계농가(Egg Farmers of Canada)
캐나다 산란계 농장에서 계란을 수거하고 있다. 사진=캐나다산란계농가(Egg Farmers of Canada)

캐나다 CBC 등 캐나다 언론들은 물론,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최근 일제히 계란값 급등 소식을 전한다.  물가 급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캐나다 사람들에게 안 좋은 소식임에 틀림없다. 과연 얼마나 올랐을까?

캐나다통계청에 따르면,지난해 12월 계란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6.5% 상승했다.계란 12알 한 판이 4.36캐나다달러(한화 약 4052 원)로 11월(4.59달러)보다 내려갔다.  2021년 12월 3.95달러에 지난해 2월 4달러를 돌파한 이후 오름세를 보여 지난해 7월 4.39달러에서 8월 4.68달러, 9월 4.52달러, 11월 4.59달러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계란은 그 자체 식품이기도 하지만 각종 요리에 들어가는 원부자재여서 그 파급력은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더욱이 같은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 6.3%는 물론, 비알콜 음료(16.6%), 베이커리제품(13.5%), 차(13.2%), 신선채소(13.6%)에 비해 높은 상승률을 보인 만큼 예사로 볼 일은 아니다. 

그나마 위안은 이웃 미국 사정이 더  좋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지난해 12월 계란 가격은 59.9% 올랐다.쉽게 말해 두 배로 뛰었다.캐나다에 비해 4배 정도의 상승률이다. 아리조나, 캘리포니아,네바다주에서는 최근 계란 한 판에 6달러(8캐나다달러) 이상으로 올랐다고 한다.

지구촌 반대편 영국에서도 12월 계란값은 1년 전에 비해 28.9% 상승했고 남반구의 뉴질랜드에서는 28.8% 올랐다.값이 오른 것은 물론 공급 자체가 줄어 일부 지역에서는 판매대가 동나지 않도록 소비자 구매량을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 미국 접경 도시 주민들은 계란을사기 위해 멕시코로 가거나 캐나다로 온다고 한다.

값이 오른 원인으로는 조류독감이 지목된다. 많은 산란계가 살처분돼 계란 공급이 줄었기 때문에 값이 오른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서는 총 산란계의 약 14%인 약 4450만 마리가 조류독감에 걸려 살처분됐다. 반면 캐나다에서는 전체 산란계의 약 6%인 160만 마리가 조류독감에 걸렸다는 게 캐자다 식품당국의 설명이다.

수치만 보면 조류독감에 걸린 산란계 숫자가 적고 계란값 상승률이 낮으니 좋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캐나다 양계장에서 현장검사관이 산란계와 계란,식품안전절차, 검증항목을 살피고 있다. 사진=캐나다계란농가(Egg Farmers of Canada)
캐나다 양계장에서 현장검사관이 산란계와 계란,식품안전절차, 검증항목을 살피고 있다. 사진=캐나다계란농가(Egg Farmers of Canada)

캐나다에서 조류독감 발병률이 낮은 원인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CBC캐나다는 캐나다의 양계업이 미국에 비해 소규모여서 조류인플루엔자 발병률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캐나다만의 계란공급관리정책도 계란값 안정을 가져오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우선 캐나다의 산란계 농가 규모가 미국에 비하면 훨씬 작다. 캐나다의 산란계 농장은 약 2만5000마리의 산란계를 키우지만 미국 산란계 농장은 평균  약 200만 마리의 산란계를 키운다.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사인 칼 메인 푸즈(Cal-Maine Foods)는 약 4200만 마리의 닭을 키운다.미국에서 계란 산업은 고도로 집중된 '빅 비즈니스(큰 사업)'이다. 그런데 닭이 많으니 조류독감이 발병할 확률이 높고 살처분 당하는 닭의 숫자가 많은 것은 당연지사다.

둘째 캐나다의 공급관리 시스템이다. 캐나다의 공급관리 시스템은 공급량, 수입량, 양계장 계란, 닭과 유제품 가격을 통제한다. 주별 캐나다계란위원회가 농장 가격을 결정하고, 가공업체가 도매가를, 식료품업체들이 소매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다.공급은 전국 1200여 산란계 농가를 대변하는 전국 조직인 '캐나다산란계농가(Egg Farmers OF Canada)가 공급을 담당한다. 

워털루대학의 브루스 뮤어헤드 교수는 캐다다 공급관리 체계의 옹호론자 중이 한 사람이다. 그는 CBC에 "캐나다 식품안보에 가장 중요한 캐나다제 체계가 있다"면서 "이 덕분에 전세계에 계란이 부족한 시점에 농가가 살고 판매대에 계란이 올라온다"고 극찬했다. 

반론도 있다. 이 제도는 소비자들이 생산자를 위해 비싼 값을 치르게 하는 제도라는 주장이 있다. 둘째 캐나다 계란값은 이미 비쌌기에 더 올라갈 수없다는 주장이다. 몬트리올 경제연구소의 크리스틀 위터브롱젤(Krystle Wittevrongel) 선임정책 분석가는 반론을 대변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CBC에 "세계에서 값이 가장 비쌌으니 더 치솟지 않는다고 해도 전혀 놀랄 일은 아니다"면서 "무엇보다 지나치게 가격이 비쌀 때가격 안정성을 유지하기가 더 쉽다"고 말했다.

 어느 편을 들고 싶지는 않지만 일부지역에서 계란 값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온타리오주에서는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농가가 받는 계란 12개 값(출하가격)이 14세트 내렸다고 한다. 가공업체들과 소매업체들이 도매가 하락분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줄지는 미지수이긴 하지만 희소식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사료가 되는 곡물값 가격이 내림세이니 농가의 신선란 출하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기대해본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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