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당 가격 고공행진, 선제비축 수입선 다변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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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당 가격 고공행진, 선제비축 수입선 다변화 필요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02.2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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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거플레이션' 대비, 사전 비축과 수입선 다변화 추진 필요

전세계 대부분의 가공식품에 첨가제로 활용되고 인플레이션(물가이 지속상승)에 주는 영향력이 큰 국제 원당 가격이 지난해 10월부터 가파르게 오르면서 최근 6년 사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농업 기상여건과 주요 생산국 정책 변수 등으로 글로벌 수급압박이 이어지고 있어 원당가격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 원당 가격이 치솟으며 초콜릿이나 과자 등 설탕을 재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올해 하반기엔 이상기후로 사탕수수 작황이 더 나빠질 전망이어서 설탕값이 식료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J제일제당,삼양사, 대한제당 등 국내 '빅3' 제당업체들은 해외에서 원당을 사들여 설탕을 만들어 판다

원당의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향후 글로벌 수급 불안에 대비 하여 선제 재고 비축과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백설탕의 원료가 되는 원당.사진=인도 비즈니스리코더닷컴
백설탕의 원료가 되는 원당.사진=인도 비즈니스리코더닷컴

국제금융센터의 황유선 책임연구원은 21일 '최근 국제 원당 가격 상승 배경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조언했다.

ICE선물거래소에서 원당 가격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17일 파운드 당 21.41센트로 장을 마쳤는데 이는 지난해 10월 초에 비해 23% 상승한 것이다. 지난 1월 말에는 21.76센트로 2016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국제 원당가격이 오른 이유로 ▲주요 생산국의 공급 차질 ▲친환경 정책(바이오연료)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 증대 가능성 등에 따른 수급 압박 우려가 가중된 것을 꼽았다. 

세계 원당 수급차(공급-수요)는 2020/21년 730만t에서 2021/22년 610만t으로 줄었다가 2022/23년 593만t으로 크게 벌어졌다.

로이터통신은 20일(현지시각) 인도의 작황부진에 따른 수출감소로 가격이 지지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는 세계 2~3위의 원당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최근 주요 생산지에서 기상여건 악화로 사탕수수가 조기 성숙하고 무게가 줄면서 수확량이 감소하는 데다 인도 정부가 바이오연료 정책 확대, 원당 수출제한 조치를 10월말 까지 시행해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ING는 보고서에서"지난 몇 주 동안 인도 정부가 국내 수확량 문제로 추가 수출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도정부는 에탄올-휘발유 혼합 비율 20% 달성 시점을 오는 2020년에서 2025년으로 앞당겼다.현재 이 비율은 10%인데 이를 두 배로 늘린다면 그만큼 원당생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도제당공장협회(ISMA)는 이를 반영해 2022/23년 원당 생산과 수출 전망을 낮췄다.생산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3650만t에서 올해 1월 3400만t으로 낮췄고 수출전망치는  900만t에서 610만t으로 축소했다.

또 인도 정부의 바이오연료 활성화 정책으로 사탕수수를 활용한 에탄올 생산이 늘면 원당 생산량 감소효과는 450만t에 이를 것으로 ISMA는 추정했다.

유럽 제당업체 테레오스가 원당의 원료로 사용하는 사탕무. 사진=테레오스
유럽 제당업체 테레오스가 원당의 원료로 사용하는 사탕무. 사진=테레오스

세계 3위 원당 생산국인 유럽연합(EU)은 사탕무 재배 면적 축소,  비료ㆍ에너지 가격 상승, 이상기후 등으로 수확량이 감소함에 따라 원당 수입규모를 늘릴 전망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EU의 사탕무 재배 면적은 4% 감소했다. 농가가 수익성이 낮은 사탕무를 고부가가치 작물로 대체한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탕무 재배면적 축소로 EU의 수확량은 앞으로도 10% 이상 추가 감소할 수 있다고 아그리텔(Agritel)은 전망한다.

또 지난해 폭염과 극심한 가뭄에 따른 사탕무 작황 부진이 가세하면서 원당 생산량은 전년에 비해 33만t 줄고 수입은 30만t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원당 공급부족 장기화를 우려하며 수입 관세의 한시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세계 2위 수입국인 중국은 예상보다 빠른 리오프닝으로 원당 수요 증대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팬데믹 관련 봉쇄조치를 해제한 이후 서비스업 부문을 중심으로 경제 활동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데 이는 원당 등 농산물 소비에 긍정 영향을 줄 전망이다. 원당을 많이 사용하는 중국 식료품 기업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재고를 소진한 만큼 재고 재비축 수요도 가세할 소지도 있다.

세계 최대 설탕수출국인 브라질의 사탕수수밭에서 농부가 사탕수수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 최대 설탕수출국인 브라질의 사탕수수밭에서 농부가 사탕수수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 1위의 원당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브라질과 수출 2~3위국인 태국은 우호적인 기후로 원당 생산 호조가 예상되지만 사탕수수 수확기(4월 전후)에 기후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며, 수확ㆍ제당 공정이 일찍 시작되더라도 대두(soybean) 선적 기간과 겹쳐 원당의 선적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태국의 원당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증가했지만 인도 수출규모 축소에 브라질 선적 지연까지 가세할 경우 이에 따른 공급 축소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점쳐진다.

황유선 책임연구원은 "가격부담 증대로 단기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농업 기상여건, 정책 변수 등으로 글로벌 수급압박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고(高)수준이 지속될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라니냐가 올해 봄 중 종료될 전망이나, 하반기부터는 엘니뇨 발생 확률이 높아지고 있어 주요국 원당 작황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JP모건은 올해 강력한 엘니뇨 발생 시 인도의 수출규모가 610만t에서 500만t대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또 브라질의 휘발유 연방세 면제 조치가 2월 말 종료되고 연장되지 않을 경우 대체재인 에탄올 수요가 늘어나 사탕수수를 원료로 하는 원당의 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또 EU는 살출제의 일종인 '네오티코티노이드 야외 사용 금지'를 사탕무와 일부 작물에 대해 임시 면제한 조치를 폐지하는 등 살충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작황 부진과 생산량 축소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제 원당 가격과 설탕가격 상승으로 설탕과 설탕을 활용한 제품을 생산하는 제과업계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제과업계에 따르면 과자, 아이스크림 등 설탕 함유 가공식품 원료비에서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이다. 원료비 상승은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황 책임연구원은 "원당은 밀 다음으로  국내 식품산업 물가에 대한 파급 영향이 가장 큰 품목이고 식품산업에서는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75%)이 크다"면서 "국제 원당 가격 추이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대응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원당의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향후 글로벌 수급 불안에 대비해 선제 재고 비축이 필요해 보이며, 호주와 태국(총 원당 수입의 70%) 등 특정 국가에 집중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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