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의 관문인 6월을 코앞에 둔 날인 29일 오전 남산에 올랐습니다. 무성한 나뭇잎은 짙은 녹색을 입어가고 있었습니다. 코에 와닿는 향기 똑한 나뭇잎과 풀냄새로 가득했죠. 남산을 가득 채운 소나무 여기저기 둥지를 튼 비둘기들의 울음소리가 꽤 크게 들렸습니다.

대기는 다소 무거웠습니다. 습기가 가득했구요. 그럼에도 생명이 가득한 나무와 풀, 새소리는 그 습함을 이겨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시내 한 복판에 이처럼 울창한 숲이 있다는 것은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지나가는 자전거,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작은 강아지와 덩치큰 강아지, 손잡고 걷는 부부, 할아버니와 할머니, 모두에게 힘을 주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남산 타워 커피점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내려다보는 서울시내는 정적에 힙싸인 듯, 잠에 든 듯 고요했습니다. 우리의 삶은 고요한 듯하지만 놀랍게도 빨리 달립니다.
어느새 한 여름이 되면 남산은 더 짙은 녹색의 옷을 입고 매미 울음소리로 귀가 따가운 세상으로 바뀌리라 생각했습니다.집에 돌아와서도 한참 동안 풀냄새 나무냄새, 새소리에 취해 있었습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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