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테라-번지 합병 시 농산물 중개시장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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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테라-번지 합병 시 농산물 중개시장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듯
  • 박테정 기자
  • 승인 2023.06.0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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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ABCD 4대 메이저가 장악

세계 5위급 글로벌 곡물 중개업체가 탄생할 것인가? 캐나다의 농산물 중개업체 비테라(Viiterra)와 미국의 번지(Bunge)가 합병을 논의한다는 소식에 나오는 관측이다. 두 회사는 곡물을 비롯한 각종 농산물 생산국인 미국은 물론, 브라질과 호주에서 비즈니스 역량이 커지는 것은 물론 캐나다와 아르헨티나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농산물 중개업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농산물 중개 시장은 마국의 카길,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 번지, 루이드레퓌스(Louis Drefus) 등 4대 메이저(ABCD)가 지배하고 있다. 

글렌코어의 농산물 자회사인 비테라의 곡물 저장 사일로. 사진=비테라
글렌코어의 농산물 자회사인 비테라의 곡물 저장 사일로. 사진=비테라

1일 농산물 업계에 따르면, 글렌코어가 소유한 캐나다의 비테라와 미국의 곡물 중개업체인 번지가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두 업체가 합병하는 메가 딜을 성사시키면 번지는 ADM과 카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만큼 글로벌 수준에서 규모가 커질 것으로 확실시 된다. 

번지의 그레그 헤크만 최고경영자(CEO)는 2019년 취임한 이후 실적이 부진한 자산을 매각하고 회사를 농산물 중개회사에서 식용유의 제왕으로 변신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번지는 콩(대두)에서 카놀라와 해바라기씨앗을 식용유와 사료용 박으로 가공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분쇄 시설과 가공 시설을 보유한 기업이다. 

그레고리 해크만 번지 CEO.사진=번지
그레고리 해크만 번지 CEO.사진=번지

글렌코어는 비테라를 통해 농산물 사업을 키워 전세계 농산물 중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ABCD체제를 깨려고 시도하고 있다. 글렌코어는 2012년 비테라를 61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캐나다와 호주의 곡물자산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사업에 주력하는 곡물 중개회사 가빌론(Gavilon)을 일본 마루베니상사에서 11억 달러에 인수했다.

모닝스타의 세스 골드스타인(Seth Goldstein) 분석가는 "북미와 유럽 같은 지역에서 번지와 비테라가 합치면 해당 지역에서 합병회사의 존재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ADM과 더욱더 대등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번지는 남미에서는 이미 선도기업인 만큼 합병시 일부 자산 매각이 있을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투자은행 JP모건 주식조사팀은 합병회사의 시가총액은 약 250억 달러에 이르러 389억 달러인 ADM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번지의 매출액이 지난해 672억 달러였는데 비테라와 번지가 합병한다면 매출액 1020억 달러인 ADM을 위협하는 농산물 중개회사가 탄생한다.

비테라는 지난해 가빌론을 인수해 곡물 중개업을 확장했는데 두 회사가 합병한다면 ADM과 카길에 비해 다소 뒤진 번지의 곡물 수출업과 오일시드 가공업을 확장시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번지는 실적이 부진한 자산을 축소하기 위해 지난 2020년 미국 내 곡물 엘리베이터 35곳을 젠노그,레인 코프에 매각했다. 

가빌론의 곡물 소싱 네트워크를 흡수하면 번지의 미국내 오일시드 가공공장과 걸프코스트와 태평양 연안 북서부에 있는 수출 터미날 두 곳에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캐나다 시장이다. 캐나다에서는 농가에서 카놀라를 매입해 식용유와 사료로 만드는 분쇄업이 겹친다. 번지는 세계 최대 오일시그 가공 회사이고 비테라도 같은 업을 한다. 두 회사는 캐나다 대초원(프레리)에서 카놀라를 짜는데 매니토바주 남부와 캐나다 동부의 공장은 아주 근접해 있다. 이 때문에 경쟁당국은 합병승인 전에 일부 자산의 매각을 요구할 수도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브라질에서는 시장을 지배하는 수출업체가 탄생할 것이며 아르헨티나에서도 시장을 선도하는 대두 분쇄업체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번지는 지난해 브라질에서 옥수수와 대두 최대 수출 업체였고, 비테라는 옥수수는 3위, 대두는 7위 수출 기업이었다. 두 회사는 지난해 브라질 옥수수 수출의 23.7%, 대두 수출의 20.9%를 담당했다

브라질 경쟁당국인 CADE는 합병이 내수 시장에 줄 영향에 집중하고 있는데 다른 경쟁사들이 있는 만큼 합병을 막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대두박과 대두유 수출국인 아르헨티나에서는 합병회사의 대두 가공시장 지배적 위치를 주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합병시 밀 수출국인 호주에서 번지의 곡물 저장과 처리 능력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현재 번지는 호주에서 단 두 개의 곡물저장 창고, 한 개의 수출 터미널만을 운영하는 반면, 비테라는 남호주와 빅토리아 서부지역에 저장시설 55곳과 벌크 곡물수출 터미널 6곳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 해바라기 생산국이자 해바라기유 공급국인 우크라이나에서 두 회사는 하르키우, 드니프로, 미콜라이우 등 남부와 동부지역  오일시드 가공공장 3곳을 운영하고 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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