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수요에 치명타를 가했을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인상 문제가 해소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로 이뤄진 연합체인 OPEC 플러스(OPEC+)로 쏠리고 있다. OPEC+가 3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틀 일정으로 장관급 회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해 100만 배럴 추가 감산을 결정할 경우 원유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 상승은 글로벌 경제에 물가상승의 회오리를 치게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5월 소비자물지수(CPI)는 석유제품 가격 하락(-18%)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하는데 그쳤다.
CNBC와 로이터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OPEC+가 하루 최대 100만 배럴 추가 감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공급 과잉 우려가 불거진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석유시장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2일 "미국의 재고증가와 중국의 부진한 제조업 전망은 국제유가가 하향압력을 더하고 있지만 OPEC+가 추가 감산을 결정한다면 국제유가를 더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국제유가는 상승하기는 했지만 경기 침체 우려로 배럴당 7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결과는 산유국은 물론, 원유선물 투자자들에겐 호재가 아닐 수 없다.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배럴당 125달러 이상으로 치솟았지만 현재는 76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2일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은 전날에 비해 2.3%(1.64달러) 오른 배럴당 71.74달러에 마감됐다. WTI는 종가로는 지난 5월26일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시각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 8월 인도분은 2.5%(1.85달러) 상승한 배럴당 76.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5월29일 이후 최고치다.
OPEC+는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만큼 추가 감산에 합의하면 국제유가에는 상당한 상승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OPEC+ 회원국은 지난해 10월 하루 20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고, 지난 4월에는 일부 회원국이 자체 추가 감산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에서 하루 100만 배럴 추가 감산이 승인되면 총 감산량은 466만 배럴로 늘어난다. 이는 이는 전 세계 수요의 약 4.5%에 이르는 것이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