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오는 15일 통정책회의를 갖지만 통화완화정책을 수정하고 금리인상에 나서는 것은 무리일 것으로 보인다. 581조 엔(약 5410조 원)에 이르는 국채를 보유하고 있어 금리를 올릴 경우 그만큼 손실이 나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일본은행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13~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갖고 기준금리를 결정한 직후인 15일 통화정책회를 갖는다. 미국은 이번에는 금리를 동결하고 7월 회의에서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일본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최근 일본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금리인상을 결정할 것 같지만 일본의 속사정을 보면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데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바로 일본은행이 보유한 천문학 숫자의 국채다. 무려 581조 엔이다.
국채에서는 17년 만에 처음으로 1571엔의 평가손실이 났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이 보유한 일본 국채가 3월 말 현재 581조 엔에 이른다.일본은행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2년도 결산'에 따르면, 일본은행이 지난해 말 시점에 보유한 국채는 전년 말 대비 10.6% 증가한 581조 7206억 엔으로 나타났다.일본의 회계연도는 4월부터 이듬해 3월 말까지여서 아사히신문과 일본은행의 발표는 동일한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30일자 기사에서 " 물가 상승 압박을 덜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는대신 국채 매입으로 장기금리를 0% 수준으로 억누른 금융완화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장기국채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을 말한다. 5일 오전 일본 채권시장에서 지표 채권인 10년 물 국채 수익률은 0.425%로 지난주말에 비해 0.015%포인트 상승했다.
문제는 일본에서도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둘 다 오르고 있어 물가 억제를 위해 금리 인상 처방전을 써야 하지만 일본은행이 보유한 대규모 국채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본의 4월 소비자물가는 식품가격 인상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4% 상승했고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으로 생산자 물가도 5.8% 상승했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선제 대응 조치 즉 금리인상이 필요하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2%대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기존의 통화 완화 정책을 전환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통화정책 전환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일본은 지난해 국채 이자 비용으로 연간 예산의 25%를 지급했다. 금리를 조금만 올려도 엄청난 재정부담을 져야 한다.아사히신문은 금리가 1%만 상승해도 25조 엔의 채권 평가손실을 본다면서 채무초과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일본은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결산 때 장기 국채를 시가가 아닌 취득가액으로 평가한다. 따라서 이번에도 일본은행이 채무초과에 빠지지는 않는다. 이는 일본은행이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보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행이 보유한 581조 엔이라는 엄청난 국채는 일본은행이 정책 결정을 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