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韓면적 3분의 1 태운 캐나다…퀘벡주 1만3500명 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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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韓면적 3분의 1 태운 캐나다…퀘벡주 1만3500명 대피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3.06.0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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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곳 산불 '통제 불능'...미국 동부로 번지고 있어

캐나다의 산불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400건 이상의 산불이 동시다발로 타오르고 있다. 특히 동부 퀘벡주는 산불 피해가 극심하다. 지금까지 퀘벡주 북부지역을 퀘벡주 63만8000헥타르(ha, 6380㎢)가 불에 타 잿더미가 됐다. 캐나다 전체로는 450만 ha(약 4만5000㎢)가 불에 탔다고 한다. 이는 한국 면적(10만㎢)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인데 그 6분의 1이 퀘벡주에서 발생했다. 산불 연기는 국경을 넘어 뉴욕 등 미국 동부 지역까지 퍼졌다. 기후 변화가 꼽힌다.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슨 근처에 난 큰 산불로 짙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사진=CBC캐나다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슨 근처에 난 큰 산불로 짙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사진=CBC캐나다

캐나다의 이번 산불 시즌은 지난달 초 시작됐다. 캐나다 서부 앨버타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동부 퀘벡주까지 번졌다.

CBC캐나다 등에 따르면, 캐나다에서는 거의 매연 연례행사처럼 산불이 나고 있는데 올해는 유독 심하다. 캐나다 산불센터(CIFFC)에 따르면, 올들어 8일 현재까지 총  2402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422건이 진화되지 않고 있다. 산불로 소실된 국토 면적은 450만 헥타르로 지난 10년 평균치의 15배에 이른다고 한다.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B.C.) 텀블러 리지에서는 2000여 명의 주민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B.C.는 8일부터 캠프파이어를 금지했다. 퀘벡주는 삼림 근처나 내부에서 모든 불을 지피는 행위가 금지됐다. 그만큼 동부 퀘벡주의 산불 피해가 극심하다는 방증이다. 기자가 사는 몬트리올시를 포함한 퀘벡주에서는 한 풀 꺽였다고 하지만 여전히 산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퀘벡주산불보호청(SOPFEU)에 따르면, 올들어 퀘벡주에서는 444건의 산불이 발생해 136만 7490.5 헥타르가 영향을 받았다. 이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192건, 1879헥타르에 비하면 산불 발생 건수와 피해 면적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프랑수와 보나르델(François Bonnardel) 공공안전장관은 "8일 오전 11시 현재 137건의 불이 활발하지만 이는 전날 149건에 비해 준 것"이라면서도 "대부분은 통제불능"이라고 밝혔다. 

퀘벡주 산불현황도.사진=퀘벡산불보호청(SOPFEU)
퀘벡주 산불현황도.사진=퀘벡산불보호청(SOPFEU)

도로가 폐쇄되고 고압선 송전과 통신이 중단되는 등 주요 기반 시설 역시 산불의 영향을 받고 있다. 불길이 번지면서 퀘벡 북부 외곽에서는 1만3500명이 대피했다.프랑수와 르고 퀘벡주 총리는 라디오캐나다에 "대피 주민 숫자는 증가했지만 앞으로 이틀 동안은 더 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르로 총리는 뉴브룬즈윅 등에서 산불 진압을 위해 파견된 소방수들이 800명으로 늘었지만 400명이 더 필요하다"면서 소방관들을 보내준 몬트리올을 비롯한 퀘벡주 남부 도시 시장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그는 시정부와 산불진압을 위해 시정부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리턴시 시민이 2021년 7월 촬영한 산불로 불이 붙은 집 화재 모습. 사진=CBC
캐나다 리턴시 시민이 2021년 7월 촬영한 산불로 불이 붙은 집 화재 모습. 사진=CBC

캐나다 연방정부나 주정부 모두 이번 산불의 원인을 기후 변화에서 찾는다. 쥐스땡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성명에서 "점점 더 큰 비용을 초래하는 기상이변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이 새로운 현실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너단 윌킨슨 천연자원부 장관도 "기후변화로 산불로 소실되는 산림의 면적은 2050년까지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경고했다.

서부에 비해 산불 발생 빈도가 적은 동부 지역이 올해 극심한 피해를 본 것도 기후 변화가 초래한 위기라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후가 온화한 편인 동부 노바스코샤는 지난겨울 눈이 적게 내렸고 올해 유난히 건조한 봄이 찾아왔다. 5월 말에는 낮 기온이 평년보다 10도가량 높은 섭씨 33도까지 올랐다. 이곳도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이번 산불 사태가 역대 최악의 피해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산불의 기세를 꺾을 만한 비 예보도 없다. B.C.정부 관계자들은 올해 덥고 건조한 봄 이후 매우 힘든 산불 시즌을 예상한다고 전한다. B.C.의 숲이 바싹 마른데다 고산지역의 눈이 이미 다 녹아 예년보다 2~4주 빨리 낙뢰에 따른 자연발화 산불에  취약해졌다고 설명한다. 

캐나다 기상청( Environment Canada)은 이런 날씨가 8월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불이 더욱더 맹위를 떨칠 것임에 틀림없다.  올해 캐나다의 산불은 예년보다 일찍 시작됐고, 그 규모도 훨씬 큰데 더 오래 지속될 것 같아 걱정된다.더 큰 문제는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이 캐나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웃 미국도 비상이 걸렸다. 산불은 이미 워싱턴DC, 미시건주, 버지니아주 등 미국 동부와 중서부 주요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극 환경보호청은 북동부와 중서부, 동부 연안에 사는 1억 명 이상의 주민들에게 대기질 경보를 내렸고, 미연방항공국은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향하는 상당수 항공편을 중단시켰다.산불 연기가 미국 하늘을 뒤덮으면서 하늘이 누렇게 변했다는 보도도 있다. 미 기상청의 마이크 하디먼 기상학자는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마치 화성을 보는 것 같다"면서  "담배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와 잦은 산불은 어느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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