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8년 만에 통화스와프를 다시 체결했다.이번 한일 통화스와프 계약기간 3년에 총 100억 달러이며 원화와 일본 엔을 미국의 달러화와 교환하는 방식이다.통화스와프는 외환 위기 등과 같은 비상시기에 자국의 통화를 서로에게 빌려주는 계약이다.이로써 한국이 체결한 통화스와프는 10건 1482억 달러+알파 수준으로 증가했다.
한일 양국은 2001년 7월 20억 달러 규모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으며 2011년 말 규모가 700억 달러까지 늘었지만,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규모가 줄어 2015년 2월 100억 달러 규모 계약이 만기를 맞아 종료됐다. 한국 정부는 2016년 미국 금리 인상과 브렉시트 등을 이유로 재연장을 요청했으나 일본이 거절했다.
기획재정부는 추경호 부총리가 29일 일본 도쿄 재무성에서 스즈키 슌이치 재무장관과 제8차 재무장관회의를 갖고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에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일 양국은 이번에 재개된 통화스와프를 8년 전 종료 당시 규모인 100억 달러로 맞추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국의 원화나 일본의 엔화를 상대국과 바꿀 때 서로의 화폐가 아닌 미국의 달러화로 교환하는 방식도 당시와 동일하다.이에 따라 유사시 한국은 100억 달러 상당의 원화를 일본이 보유한 100억 달러로, 일본은 100억 달러 상당의 엔화를 한국이 보유한 100억 달러와 교환할 수 있다. 그만큼 달러 유동성 확보가 쉽다.
한일 통화스와프를 제외하고 한국은 현재 9건, 1382억 달러 이상 상당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다. 이중 8건은 양국간 자국통화 스와프로 캐나다, 중국, 스위스, 인니, 호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말련, 튀르키예와 체결했다. 금액은 중국 590억 달러, 스위스 106억 달러, 인도네시아 100억 달러, 호주 81억 달러, UAE 54억 달러, 말레이시아 47억 달러, 튀르키예 20억 달러 상당이다. 그 외 1건은, 아세안+3 국가들과의 미국 달러화 기반 다자간 통화스와프인 CMIM으로 384억 달러 규모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지난 5월 말 기준 4209억8000만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에 올라 있을 만큼 안정돼 있다는 평가를 고 있다. 게다가 1년 안에 외국에 갚아야 할 빚 즉 단기외채는 1737억 달러 정도다. 외한보유액이 이를 2배 웃돈다. 또 3월 말 기준 외국에 갚아야 할 돈(대외채무 6650억 달러)보다 빌려준 돈(대외채권 1조212억 달러)이 3562억 달러나 더 많은 순채권국이서 달러 곳곳은 넉넉한 편이다.
이 때문에 양국이 이번에 재개하는 통화스와프는 달러 곳간을 더 채운다기보다는 한·일 양국이 위기 때 활용할 수 있는 경제협력 창구를 다시 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부가 이번 통화스와프가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회복돼 온 양국 관계가 금융협력 분야까지 복원하고 있는 상징의 성과라고 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추 부총리는 "이번 한일 통화스와프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외환·금융 분야에서 확고한 연대와 협력의 틀을 마련한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자유시장경제 선진국들 간의 외화유동성 안전망이 우리 외환·금융시장까지 확대된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두 나라는 세계와 역대 경제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양자와 다자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추 부총리와 스즈키 재무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긴축 통화정책 유지 등을 이유로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글로벌 복합위기에 공조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화스와프의 규모보다는 통화스와프가 8년 만에 복원됐다는 사실 자체가 더 큰 의미를 갖는다"면서 "한일 통화스와프는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빠르게 회복돼 온 한일 관계가 금융 협력 분야에서도 복원됐음을 상징처럼 보여주는 성과"라고 자평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도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통화스와프 재개는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안보, 산업 분야에서 빠르게 회복된 양국 관계가 금융에서도 복원됐다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