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 지속...일본 정부 개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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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약세 지속...일본 정부 개입하나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3.06.3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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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 환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엔달러 환율이 146엔대 진입을 앞뒀을 당시 일본 정부가 24년 만에 처음으로 시장 개입을 단행한 만큼 올해에도 엔저 현상이 재현되고 있는 모습이다. 엔저 현상은 일본의 수출 가격경쟁력을 높여 여러 제품에서 경쟁을 벌이는 한국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동시에 일본의 수입품 가격을 높여 일본이 소비자물가를 자극함으로써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저성장 속 저물가)을 탈출하도록 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구두 개입하고 있지만 엔화가 1달러=150엔 수준까지 떨어질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엔화. 사진=CNews DB
일본 엔화. 사진=CNews DB

30일 오전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는 하락해 1달러=145엔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약 7개월 만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일본의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보고 달러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강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일본 정부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 일은)은 지난해 9월22일에 환율이 달러당 145.90엔까지 치솟자 달러를 팔고 엔을 사들이는 시장 개입을 한 만큼 BOJ가 이번에도 시장에 개입할지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 스즈키 재무상은 30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환율 움직임과 관련해 "지나친 움직임이 있으면 적절하게 대응한다"며 구두개입했다. 사진=기획재정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 스즈키 재무상은 30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환율 움직임과 관련해 "지나친 움직임이 있으면 적절하게 대응한다"며 구두개입했다. 사진=기획재정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30일 도쿄도 지요다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달러당 145엔대 환율과 관련해 "정부는 매우 높은 긴장감을 갖고 시장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급속하고 일방적인 움직임도 보인다. 지나친 움직임이 있으면 적절하게 대응한다"고 말했다. 환율급등 시 시장개입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스즈키 재무상은 이날 각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엔화 약세가 나쁜가'라는 물음에 "엔화 약세와 엔화 강세도 각각 이점과 단점이 있어 일괄해서 결정할 수 없다"면서도"당면한 정책과제가 된 것은 물가대책인데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상황은 그런 정책과제에 좋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환율은 펀더멘털을 반영해 안정되게 추이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즈키 재무상은 하루 전인 29일에도 "과도한 환율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면서 "정부가 긴박감을 가지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안정된  환율 움직임을 위해 적절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엔저 현상과 관련해 지난 26일 "최근 움직임은 급속하고 일방적"이라면서 "큰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겠다. 과도한 환율 움직임에 대해서는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구두해입했다. 

일본 엔화 약세는 일본이 긴축에 나선 다른 나라와 달리 초완화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5.00~5.25%로 동결하면서도 연말 최종금리 중간값을 5.6%로 제시해 앞으로 0.25%포인트 두 차례 더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등 긴축의 고삐를 죄고 있다.

더욱이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스페인 마드리에서 열린 스페인 중앙은행 콘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 완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연내 두 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긴축에 대한 기존 입장을 이틀 연속 이어갔다.그는 전날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정책포럼에서도 7월과 9월에 2회 연속으로 금리를 올리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Fed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 인상하는 게 거의 확실해졌고 달러가치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덩달아 달러가치가 올라가면서 엔화가치는 떨어지고 있다는 게 통설이다.  

유로와 일본 엔 등 주요 6개 통화와 견준 미국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현재 103 수준이다. 달러인덱스 기준으로 달러가치는 올들어 0.23% 하락했고 지난 1년 간은 1.76% 떨어졌다. 이 덕분에 엔화 가치 하락폭은 지난해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판단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엔화 통화가치가 달러화와 유로화에 비해 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해와 달리 '엔저 패닉'이 올해엔 목격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토추 리서치의 타케다 아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 시점에서 엔화 환율의 상승 압박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Fed는 금리를 한 번 더, 많아야 두 번 더 인상하면서 최종 금리에 접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타게다 이코노미스트는 "엔화의 약세 모멘텀은 지난해와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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