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가뭄, 태국 쌀·설탕·고무 생산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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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 가뭄, 태국 쌀·설탕·고무 생산 타격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07.05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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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 설탕,천연고무 수출국인 태국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가뭄으로 주요 생산물이자 수출품인 이들 작물의 생산이 타격을 받고 있는 탓이다. 가뭄이 더 오래 가면 물가 상승과 성장률이 동시에 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다.

태국 최북단 매홍손 주에서 한 농부가 논에서 벼를 탈곡하고 있다.태국에서는 엘니뇨 현상에 따른 가뭄으로 쌀 농사는 물론, 설탕과 고무농사가 타격을 받고 있다. 사진=방콕포스트
태국 최북단 매홍손 주에서 한 농부가 논에서 벼를 탈곡하고 있다.태국에서는 엘니뇨 현상에 따른 가뭄으로 쌀 농사는 물론, 설탕과 고무농사가 타격을 받고 있다. 사진=방콕포스트

블룸버그통신과 태국 매체 더네이션, 방콕포스트 등은 엘니뇨 현사엥 따른 가뭄의 지속으로 태국에서 쌀과 설탕, 고무농사가 타격을 입고 있다고 4일 보도했다.

태국 전역의 강수량은 이번 몬순철 동안에는 예년 평균을 최대 10% 밑돌고 있다.올들어 지금까지 강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나 부족한 실정이다. 

이미 가뭄으로 설탕 농사도 망쳤다. 설탕농가들은 3년 만에 처음으로 생산량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약480만t을 생산해 세계 천연고무 시장의 33%를 차지한 고무농사도 엉망이다. 태국은 중국 다음가는 고무 수출과 고무제품 생산 2위 국가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천연고무와 고무수출은 2180억 달러 규모로 이중 중국이 315억 달러로 가장 많고 이어 태국이 188억 달러, 독일이 175억 달러, 미국 147억 달러, 일본 107억 달러로 집계됐다. 

극심한 가뭄에 대처하기 위해 태국 당국은 농가에 물을 보존하도록 벼 파종을 제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쁘라윳 찬오차(Prayuth Chan-Ocha) 태국 총리는 국영 발전당국과 수자원공사에 물보존 비상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도울 것을 요청했으며 왕립 관수로부도 짜오프라야 분지의 농가들에  2기 작 배재를 일시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태국 고무농장의 고무수액을 수집하는 그릇에 흰 수액이 차고 있다. 사진=더네이션
태국 고무농장의 고무수액을 수집하는 그릇에 흰 수액이 차고 있다. 사진=더네이션

엘니뇨 현상이 덮친 최초의 해인 2019년 태국의 쌀 출하량은 760만t으로 3분의 1이 급감했는데 올해도 생산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와 있다. 태국 민간 조사회사인 카시콘 리서치 센터( Kasikorn Research Centre, KRC)는 이미 지난달 올해 쌀 생산량이 최대 6% 감소한 2510만~2560만t으로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2기작 쌀 생산량 약 760만t을 합치면 연간 총생산량은 3270만~3320만t에 이를 것으로 KRC는 예상했다.  

KRC는 그러나 "가뭄이 연장되어 농작물에 더 많은 손상을 주면 예상 생산량은 훨씬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제당업계 역시 걱정이 태산이다. 사탕수수가 튼튼한 작물인 하지만 가뭄으로 사탕수수 생산량 감소하고 이에 따라 10년 사이에 가장 높은 수준에 오른 정제 설탕 가격도 급등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태국은 지난 2022~23 판매연도에 설탕을 약 1100만t 생산해 약 80%를 수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뭄이 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가뭄으로 채소와 신선식품, 고기 가격이 수확량 감소와 사룟값 상승으로 더욱더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게 마련이다. 

문제는 엘니뇨 날씨가 시작되면 강수량은 앞으로 2년 동안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정부 관료들은 입을 모은다. 이들은 태국은 내년 초부터 널리 퍼진 가뭄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더욱더 가물어지고 남아메리카에는 폭우가 쏟아지게 해 전세계에서 농작물에 손상을 가한다. 과거 엘니뇨 현상은 전세게에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브라질과 인도, 호주에 이르는 여러 국가에 국내총생산(GDP)에 타격을 가했다.

태국은 최대 교육상대국인 중국의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경제성장 회복 노력이 차질을 빚고 있는데 가뭄 장기화는 성장 지체는 물론, 물가 억제 노력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수요도 급증했다. 일부 지역 기온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기업과 가계가 에어컨을 사용할 수밖에 없은 지난 4월 전력수요 역시 최대를 기록했다. 

엘니뇨 현상이 심해지면 태국의 GDP를 0.2%포인트 깎아 먹을 것으로 노무라증권은 예상한다. 가뭄시기가 하반기 쌀 생산 시기와 겹치는 탓이다.  태국 중앙은행은 성장률이  2022년 2.6%에서 올해 3.6%로 뛸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엘니뇨 현상에 따른 가뭄은 이런 기대를 무참히 짓밟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은 홍수와 가뭄에 대처하는 장기 완화 노력의 부재가 극심한 기후가 태국에 줄 충격을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은행 관계자는 "홍수와 가뭄의 빈도, 그와 연관된 사람과 경제 비용 탓에 태국에서 기후변화 적응과 수자원관리가 중요해졌다"면서 “위험 완화 계획을 우선하고 수자원 인프라에 투자하며, 토지와 물 사용을 관리하는 더 튼튼한 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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