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흑해곡물협정 위해 대러 제재 완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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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흑해곡물협정 위해 대러 제재 완화하나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07.0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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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오는 18일 종료될 위기에 처한 흑해곡물수출 협정을 살리기 위해 러시아 농업은행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어떤 양보를 해서도 안 된다는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인플레이션이 심해지자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지난해 7월 흑해곡물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의 뼈대는 전쟁 이후 봉쇄된 우크라이나 주요 항구들에서 곡물 수출을 재개하고, 러시아의 식량과 비료를 원활히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희망의 횃불' 역할을 해왔다.  이번 시한은 18일로 협정이 연장되지 않으면 세계 곡물시장 공급 부족으로 밀과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희망의 횃불이 꺼질 공산도 없지 않다.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싣고 흑해항로를 통과하려는 BC바네사호가 튀르키예 이스탄불항에서 흑해곡물협정 이행을 총괄하는 합동조정센터(JCC)의 검사를 받기 위해 정박해 있다. 이 선박은 유엔이 용선한 화물선으로 곡물 3만 t을 싣고 아프가니스탄으로 가고 있다. 사진=유엔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싣고 흑해항로를 통과하려는 BC바네사호가 튀르키예 이스탄불항에서 흑해곡물협정 이행을 총괄하는 합동조정센터(JCC)의 검사를 받기 위해 정박해 있다. 이 선박은 유엔이 용선한 화물선으로 곡물 3만 t을 싣고 아프가니스탄으로 가고 있다. 사진=유엔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각) EU 회원국들이 지난주 열린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농업은행이 자회사를 통해 국제 자금 결제망과 연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EU 등 서방은 지난해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로 스베르뱅크, 모스크바 크레디트 은행, 러시아 농업은행 등 3개 러시아 은행의 국제 결제망(SWIFT) 연결을 차단했는데, 러시아는 지난해 7월 곡물 협정을 맺으면서 자국 농업은행의 국제 결제망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피터 스태노(Peter Stano) 대변인은 기자 브리핑에서 "유럽집행위원회(EC)는 모든 당사자들이 협정을 계속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EC는 유엔과 튀르키예의 지도하의 협상을 높이 평가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전쟁 수행능력을 제한하는 것을 도울 모든 해결방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에 대핸 제재 완화 보도에 대해 논평을 거부하고 "제재는 회원국의 권리이며 제재 조치 준비단계 논의는 기밀"이라고만 밝혔다고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리인포가 전했다.

미국의 소리방송(VOA)는 이와 관련해 4일 러시아는 여전히 큰 상황 변화가 없다며 협정 종료 가능성을 거듭 경고했다고 전했다.  VOA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FT보도에 관해 "아직 상황 변화가 없으며 협정 연장 가능성의 희망도 크지 않다"고 대답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 기구에서 러시아를 대표하는 겐나디 가틸로프 대사는 앞서 러시아 유력 일간지 이즈베스티야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그동안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며 협정을 계속 연장해왔지만, 현재 벌어지는 일은 우리가 현상 유지에 동의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한다"면서 협정 파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곡물 수출로를 보존하기 위해 러시아에 어떠한 양보도 해선 안 된다"면서 "EU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튀르키예 돌마바체에서 흑해협정곡물 협정이 체결된 지난해 7월22일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왼쪽)과 레젭 타입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러시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튀르키예 훌루시 아카르 국방장관이 임석한 가운데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유엔  
튀르키예 돌마바체에서 흑해협정곡물 협정이 체결된 지난해 7월22일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왼쪽)과 레젭 타입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러시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튀르키예 훌루시 아카르 국방장관이 임석한 가운데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유엔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체결된 흑해 곡물 협정은 전쟁 이후 봉쇄된 우크라이나 주요 항구들에서 곡물 수출을 재개하고, 러시아의 식량과 비료를 원활히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120일 시한을 둔 협정이 지난해 11월 한 차례 연장됐고, 올해 3월 다시 연장됐다. 2차 연장 당시 우크라이나 측은 기존 협정과 같이 120일 시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기대했으나 러시아 측은 60일 시한을 제시했다. 60일 시한 만료가 지난달 18일이었다. 만료를 하루 앞둔 지난달 17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개월 추가 연장에 합의했다. 새로운 시한은 이달 18일이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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