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과 일자리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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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과 일자리 소멸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07.07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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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위원회가 법정 심의 기한을 넘기고도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의 요구가 높은 탓이다. 권로자들은 최저임금이 올라가길 원하지만 많은 자영업자들은 걱정스런 눈으로 최저임금위원회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최저 임금이 더 올라간다면 일자리는 소멸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저임금은 노동조합이 강력한 대기업에나 적용될 만한 것일뿐 극도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겐 일자리를 줄이도록 압박을 가하는 것은 물론 폐업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귀담아 들을 여지가 많다고 본다.

시간급 9160원을 알리는 2022년도 최저임금 안내. 내년 최저임금 협상은 법정시한을 넘기고도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최저임금위원회
시간급 9160원을 알리는 2022년도 최저임금 안내. 내년 최저임금 협상은 법정시한을 넘기고도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최저임금위원회

노동계와 경영계는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 현격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노동계는 시급 기준으로 1만2000원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계는 9700원을 제시했다. 격차가 여전히 2300원이나 되니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노동계의 요구액은 올해 최저임금 시급 9620원에 비해 24.7%(2380원) 높인 것이다. 이것도 1차 요구안인 1만2130원에 비해 130원 줄인 것이다. 월급으로 계산하면 250만 8000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노동계는 양대 노총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갖고 실질임금 하락과 공공요금 인상 등을 감안해 최저임금 요구안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난방비는 40%, 전기요금 20%, 수돗물값 71%, 대중교통 요금은 30% 이상 뛰었다"고 이유를 말했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1차 수정안(9650원)보다 50원 높은 9700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9160원) 대비 0.8%(80원) 올린 제안이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을 동결하자는 제안과 다름없다.

경영계를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2022년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가 12.7%에 이른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내년에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다. 

최저임금은 노동계와 경영계가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뒤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격차가 조금은 좁혀지더라도 노사가 사실상 평행선을 달리면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안을 투표에 부쳐 결정하는 게 보통이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간극이 워낙 커 합의에 이르기는 불가능할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공위익위원 제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다른 문제는 최저임금 논의과정에서 소외되면서도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자영업주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자영업주가 누구인가? 나이고 나의 부모형제이며 이웃이다.서민층이 많다.최저임금 지급 준수 의무만 강요받는 말 없는 다수의 심정은 불편하다.

노동계의 인상이유를 모르지는 않지만  인상률은 과해 보인다.내 요구만 100%관철 해서는 이 사회가 돌아갈 수 없음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배려와 양보가 필요하다.이는 높은 이익을 내고 거액 연봉을 줄 수 있는 대기업들에게도 공히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이미 법정 심의 기한(6월29일)은 넘겼다. 행정절차를 고려하면 7월 중순까지는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넘겨야 한다. 장관은 8월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 시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위는 노동계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인상률이 3.96% 이상이면 내년도 최저시급은 처음으로 1만원을 넘는다.

시간이 촉박하고 노동계 목소리가 크긴 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은 짚고 가야 한다. 경총 주장의 자료를 비롯해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있는 자영업자 사정을 감안하는 것도 그런 일이다.  서울 충정로에서 10여 년째 식당업을 하는 A씨(59)는"한 달간 뼈빠지게 일해도 250만 원을 가겨가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 최저임금을 올린다면 이제 시간제 인력(아르바이트생) 고용은 아예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주보다 근로자가 더 많은 돈을 가져가는 데 자영업주가 사업장을 유지해야 할 이유는 없어진다고 A씨는 탄식했다. 그는 그동안 가족 노동력을 쓰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수익감소를 감당해왔지만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자영업계에서 일자리 씨가 마른다면 그 피해는 사회의 약자인 근로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에 참여하는 노동계 대표가 이런 하소연에 귀를 기울이길 당부한다. 그것이  일자리 소멸을 알리며 째깍째깍 움직이고 있는 시계바늘 멈추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마음이 무겁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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