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갈륨·게르마늄에 이어 희토류 수출 제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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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갈륨·게르마늄에 이어 희토류 수출 제재할까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07.10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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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갈륨·게르마늄 수출제한 발표에 이어 희토류 수출 제한에 나설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0년 일본과 벌인 분쟁으로 희토류 금수조치로 보복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중국이 보복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들에는 비상이 걸렸다.갈륨과 게르마늄은 컴퓨터 칩을 비롯한 첨단 전자제품과 군수장비의 핵심원료로 쓰인다.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중국 광물 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의 산업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세계 희토류 시장을 지배하는 중국을 표현한 그래픽. 사진=인도 이코노믹타임스
세계 희토류 시장을 지배하는 중국을 표현한 그래픽. 사진=인도 이코노믹타임스

중국 정부는 국가안보를 위해 8월1일부터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이 조치는 앞선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와 기술 규제 강화에 따른 보복 조치로 경제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갈륨(94%)과 게르마늄(83%)은 중국의 지배력이 높은 금속이다. 갈륨은 차세대 전력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마이크로 LED 등 디스플레이 제조에 들어가는 필수 금속이며 게르마늄은 고속 컴퓨터 칩, 야시경 같은 군응용품, 위성 이미지센서 소재로 활용된다. 이밖에 마그네슘(91%)과 실리콘 메탈(76%) 등 중국이 시장을 지배하는 금속이다. 

미 상무부는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는 공급사슬 다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면서 "미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핵심 공급 사슬의 회복력을 구축하기 위해 동맹국과 파트너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집행위원회도 우려를 표시했고 특히 독일의 로베르트 하벡 경제장관은 "리튬과 같은 금속 통제를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제재 대상이 희토류 등 주요 전략광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중국이 보복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에는 비상이 걸렸다. 세계 광물 수급을 틀어쥔 중국이 수출 통제 광물을 하나하나 추가할 때마다 전 세계 공급망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희토류 사진. 사진=헥사곤에너지머티리얼스
희토류 사진. 사진=헥사곤에너지머티리얼스

유럽연합(EU)의 핵심 원자재(Critical Raw Materials)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희토류 15종을 포함한 핵심 원자재 51종 가운데 중국이 세계시장 1위(2016~2020년 기준)인 광물은 3분의 2에 가까운 33종이다. 희토류 중에서 원자 번호가 높고 무거우며 비싼 '중(重) 희토류'인 테르븀·디스프로슘·에르븀·루테튬 등 10종은 중국이 100% 장악하고 있다. 네오디뮴을 비롯해 란타늄, 세륨 등 '경(輕) 희토류' 5종도 세계시장의 85%가 중국 몫이다.

중국의 손아귀에 세계 희토류 생산이 달려있다고 봐도 전혀 틀리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이 다음 보복 카드로 희토류를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희토류는 전기차 구동 모터, 풍력 터빈 등에 들어가는 영구자석을 비롯해 석유화학 촉매와 렌즈 가공, 의료용 등에 주로 쓰인다. 중국 외에 한국을 비롯, 베트남, 브라질, 미국 등지에도 희토류가 다량 매장돼 있지만 채굴해서 정련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드는데다 황산을 포함한 독성가스,폐수 등 환경오염 물질이 다량 배출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원광을 생산해 중국으로 보내 제련한 다음 다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호주 라이너스도 호주에서 캔 희토류 원광을 말레이시아로 보내 제련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희토류 생산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전세계 희토류 생산량 추이. 미국과 미얀마,호주 등의 생산으로 중국의 희토류 독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진=스타티스타
전세계 희토류 생산량 추이. 미국과 미얀마,호주 등의 생산으로 중국의 희토류 독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진=스타티스타

중국의 다음 보복 카드로는 천연 흑연이 꼽힌다.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67%에 이른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만드 필수 소재다. 포스코퓨처엠도 중국재 흑연을 쓴다. 중국이 희토류와 흑연의 수출을 막으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전기차 생산 대란'이 뒤따를 수 있다.  

한국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를 비롯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주력 수출 품목에 중국이 시장을 지배하는 금속들이 들어가는 탓이다. 우리나라는 천연 흑연, 인조 흑연의 93% 이상, 수산화리튬의 87.9%, 영구자석의 87.5%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2021년 중국발 요소수 사태 이후 각 분야에서 수입처 다각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 의존도는 여전하다.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는"“우리는 인조 흑연 수요의 93%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일본은 인도, 브라질, 호주 등에 광산을 확보하고 전체의 3분의 1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면서 "다변화에 빨리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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