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정유업 불황 돌파구는 '바이오 연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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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정유업 불황 돌파구는 '바이오 연료'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3.07.14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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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마진 약세···지난해 5분의 1 수준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가 불황돌파구로 바이오 연료를 선택했다. 친환경 경영이 화두로 떠오른데다 수익성이 좋아 정유업 불황을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로 보고 국내 정유사들도 지속가능연료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에서도 바이오연료 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등 정유 4사가 친환경연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바이오항공유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등 정유 4사가 친환경연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바이오항공유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1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울산콤플렉스(CLX)에 바이오항공유(SAF)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바이오항공유는 동·식물성 기름이나 폐식용유 등 바이오 원료를 가공해 생산하는 지속가능연료로 화석연료에 비해 탄소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는 연료다

항공분야 탄소 배출은 전체 탄소 배출의 2.6% 수준이지만 성층권에 직접 배출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효과가 증폭된다는 문제가 있다. 핵심 대안 중 하나가 SAF가 꼽히고 있다.

또 지난해 미국 펄크럼 바이오에너지에 2000만 달러(약 253억 원)를 투자해 생활 폐기물을 활용한 합성 원유 생산 등 바이오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달 29일 대한항공과 바이오항공유 실증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연구 운항을 시작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GS칼텍스는 대한항공 인천발 국제선 항공편에 바이오항공유를 공급하고 있다.  실증 연구 운항은 하반기부터 6개월간 이뤄진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는 국내에서 사용할 바이오항공유 도입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고 상용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창수 GS칼텍스 부사장(왼쪽 두 번째)과 조성배 대한항공자재시설 총괄전무*왼쪽 세 번째)가 6월29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열린 '바이오항공유 실증연구 운항을 위한 업무협약(MOU)'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사진=대한항공
김창수 GS칼텍스 부사장(왼쪽 두 번째)과 조성배 대한항공자재시설 총괄전무*왼쪽 세 번째)가 6월29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열린 '바이오항공유 실증연구 운항을 위한 업무협약(MOU)'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사진=대한항공

GS칼텍스는 지난해 5월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친환경 바이오 사업 공동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지난 4월에는 HMM과 바이오선박유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에쓰오일(S-OIL)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활용한 저탄소 친환경 신에너지 사업을 본격화한다. 이를 통해 휘발유, 등유, 경유, 나프타, 폴리프로필렌 등 정유 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실증사업을 벌이고 이후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바이오 기반 원료의 혼합 비율을 조정해가면서 친환경 제품 생산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대산 공장 1만㎡ 부지에 연산 13만t 규모 차세대 바이오디젤 제조 공장을 건설하고 2024년까지 대산 공장 내 일부 설비를 연산 50만t 규모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생산설비로 전환할 예정이다. 또 식물성 오일을 활용한 차세대 바이오항공유를 생산해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설 방침이다.

정유업계는 정유사들이 바이오를 활용한 지속가능연료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산업 생태계가 사업 필수 조건이 됐다고 설명한다. 바이오연료는 수익성도 좋아 정유업 불황을 타개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연합(EU)이 2025년부터 바이오항공유를 기존 항공유에 최소 2%를 섞도록 의무화한 '리퓨얼 EU'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정유사들은 바이오항공유 사업이 필수 요소가 됐다"면서 "바이오로 활용한 연료는 일반 연료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수익 창출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은 실적 부진 늪에 빠져있는 점도 바이오연료 개발에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은 총 1조4565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평균 70% 줄어들었다.  올해 정제마진이 약세를 보이면서 정유사 영업이익에 직격탄을 날렸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에서 운영비용과 원유가 등 원자재 비용을 뺀 수치를 말한다. 7월 1주차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4.4달러를 기록했다. 전 주인 6월 5주차(3.8달러)에 비해 0.6달러 올랐지만, 지난해 6월 4주차의 29.5달러와 비교하면 5분의 1을 밑돈다.

정유 사업은 정유사들의 핵심 사업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총 매출에서 약 60%를 차지하는 사업 부문인 만큼 정제마진이 하락하면 정유사업은 부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증권가는 2분기 정제마진은 1분기와 비슷하거나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정유업 부진이 2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말과 같다.

김도현 SK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로 정제마진이 떨어지면서 국내 정유사 모두 2분기 실적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친환경 시대로 접어들면서 석유 제품 소비 감소는 이미 예고됐다"고 말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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