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흑해 곡물 협정 종료' 발표...곡물가 급등, 식량 위기 재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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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흑해 곡물 협정 종료' 발표...곡물가 급등, 식량 위기 재연 하나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07.1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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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러시아본토와 크름반도를 연결하는 크름대교 폭발 후 17일(현지시각) 흑해 곡물 협정의 종료를 공식 발표했다.이 소식에 선물시장에서 곡물 가격이 뛰었다.지난해의 식량 위기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체결된 흑해곡물협정은 3280만t의 곡물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 중에도  수출될 수 있도록 곡물가격을 낮추고 식량 위기를 해소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종료를 발표한 17일(현지시각) 미국 선물거래소에서 밀과 옥수수 가격이 급등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에서 밀 수출을 위해 하역하고 있는 모습.사진=키이우포스트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종료를 발표한 17일(현지시각) 미국 선물거래소에서 밀과 옥수수 가격이 급등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에서 밀 수출을 위해 하역하고 있는 모습.사진=키이우포스트

이날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8월 인도 밀 선물은 장중 전거래일에 비해 4.24% 급등한 부셸당 6.89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부셸당 7.06달러까지 오른 지난달 28일 이후 최고치다. 옥수수 선물가격도 부셸당 5.26달러까지 치솟았다.

또 유로넥스트의 9월 인도 밀 선물가격도 유럽시각 낮 12시40분께 장중 t당 235유로로 5유로 상승했고 12월 인도분은 t당 242.25유로 3.75유로 상승했다. 이후 시장은 안정을 찾아서 각각 톤당 1유로, 50센트 상승 마감했다. 

유럽의 한 중개업체 관계자는 농산물전문매체 애그리센서스에 "수출회랑의 중단 가능성에 선물 가격이 올랐다"면서 "이번주에 합의에 이른다고 해도 이날 종료의 리스크 탓에 선물가격이 올라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회랑이 없다면 러시아 항구도 우크라이나의 타격에 노출되는 만큼 회랑의 종료가 러시아의  파나막스급 항구발 화물의 프리미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곡물 선물가격 상승은 러시아 측의 흑해곡물협정 종료의  발표의 영향을 받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7일 전화회견을 통해 "흑해 곡물 협정은 오늘(18일 0시)부터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가 앞서 밝힌 대로 협정의 데드라인은 17일 자정"이라면서 "불행히도 러시아 관련 사항이 아직 이행되지 않았고, 따라서 협정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발표에 앞서 튀르키예와 우크라이나,유엔에 협정 연정 거부 의사를 전달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협정의 H 조항에 따라 러시아 측은 협정의 추가 연정을 거부하며 튀르키예와 우크라이나, 유엔 사무총장도 이를 통지받았다"면서 "러시아의 참여 없이는 이 협정은 18일부터 기능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협정 탈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데 이어 지난 13일에도 국영방송 인터뷰를 통해 동일한 입장을 확인했다.

튀르키예 돌마바체에서 흑해협정곡물 협정이 체결된 지난해 7월22일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왼쪽)과 레젭 타입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러시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튀르키예 훌루시 아카르 국방장관이 임석한 가운데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유엔  
튀르키예 돌마바체에서 흑해협정곡물 협정이 체결된 지난해 7월22일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왼쪽)과 레젭 타입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러시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튀르키예 훌루시 아카르 국방장관이 임석한 가운데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유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지난해 7월22일 체결된 흑해곡물협정은 전쟁 이후 봉쇄된 우크라이나 주요 항구들에서 곡물 수출을 재개하고, 러시아의 식량과 비료를 원활히 수출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협정은 러시아의 이탈 위협 속에서도 세 차례 연장되며 식량 부족과 곡물 가격 급등세를 진정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크렘린궁의 이번 거부로 네 번째 연장에는 실패했다. 러시아는 자국산 곡물·비료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며 기한 만료 때마다 협정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유럽과 유엔 등은 제재 대상인 러시아 농업은행이 자회사를 만들어 국제결제망에 복귀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협정 추가 연장을 중재해왔다. 러시아 측은 제재 해제 없이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그러나 상화 변화에 따라 재개 여지를 남겨둔 만큼 물밑협상으로 협정이 다시 연장될 가능성은 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협정이 중단됐지만, 러시아 관련 사항이 이행되는 즉시 러시아는 협정 이행에 복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라시아그룹의 피터 세레티 분석가는 CNBC에 "곡물협정 종료는 유럽의 가뭄과 엘니뇨의 시작처럼 식료품가격에 상승압력을 더할 것"이라면서 "이번 협정 붕괴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시작은 흑해지역에서 대량의 곡물을 수입하는 북아프리카와 레반트(팔레스타인, 시리아, 요르단과 레바논 등을 포함하는 지역)지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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