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와 컵커피, 치즈 등을 판매하는 유업체 남양유업의 경영권 분쟁 장기화 염려에 주가가 11% 급락했다. 사모펀드(PEF) 운영회사 한앤코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경영권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오리무중'의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 인수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남양유업은 전날에 비해 10.82% 빠진 43만7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남양유업은 6월30일 이후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장초반인 이날 오전 9시 46분 기준 남양유업은 11.73% 하락한 43만2500원을 기록했다가 조금 오른 수준에서 장을 마쳤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와 홍원식 회장 간 남양유업 주식양도 소송의 심리불속행 기간이 이날 도과했다. 심리불속행 도과란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시킬 수 있는 기간이 지나 정식 심리를 이어가는 것을 말한다.앞서 1·2심뿐 아니라 2021년부터 이어진 세 차례의 가처분 소송에서 홍 회장 측이 모두 패했다. 예상을 깨고 대법원이 심리 속행을 결정하면서 남양유업 경영권의 주인은 합의가 없는 한 1~3년이 걸리는 대법원 결정 이후 정해질 전망이다.이에 따라 한앤코와 홍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으로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 인수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남양유업 경영권 매각 분쟁은 약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21년 4월 '불가리스' 과대광고 논란으로 일부 소비자들이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정서가 악화하자, 같은해 5월 홍 회장이 회장직 사퇴를 선언했고 남양유업은 홍 회장 등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모두 한앤컴퍼니에 양도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남양유업은 같은해 7월 말로 예정된 경영권 매각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9월로 일방 연기했다. 홍 회장도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상반기에만 8억 원 이상의 보수를 챙겨 논란이 일었다. 이에 한앤컴퍼니는 같은 해 8월 홍 회장 등을 상대로 주식양도 소송을 제기했고 홍 회장은 한앤컴퍼니와 맺은 주식매매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2021년 8월부터 진행된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 소송에서 1·2심 재판부는 모두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홍 회장은 지분 51.6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이제 공은 한앤컴퍼니로 넘어갔다. 펀드 만기가 보통 10년인 PEF로선 수년이 걸리는 법정 소송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심리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한앤컴퍼니가 다시 홍 회장 측과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 2심부터 법률 대리인을 법무법인 바른으로 바꾸고 상고장 제출 후로도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연장전을 벌인 홍 회장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남양유업은 지난해 매출액 9646억 원, 영업이익868억 원 손실, 당기순익 784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 이후 3년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손실을 내고 순익도 적자를 나타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