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소비자 가격 3000원 시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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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소비자 가격 3000원 시대 오나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3.07.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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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원유(젖소가 잔 우유) 가격을 놓고 낙농가와 유업계가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협상이 타결되면 다음달 1일부터 우유 가격이 오른다. 협상 결과에 따라 우유 소비자 가격은 3000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우윳값이 오르면 우유를 원료로 하는 빵과 치즈 등 관련 제품 가격도 덩달아 오를 수 있다. 해마다 원유 가격이 오른 데다 정부와 소비자단체가 물가안정 차원에서 관련 제품의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만큼 결과가 주목된다.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가 19일 시한인 원유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원유값이 오르면 흰우유는 물론 우유를 원료로 하는 빵과 치즈 등의 가격도 덩달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우유(9%)와 라면(13.4%), 빵(11.5%) 등 가공식품이 오르면서 체감물가는 이보다 크게 뛰었다.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우유 판매대. 사진=박준환 기자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가 19일 시한인 원유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원유값이 오르면 흰우유는 물론 우유를 원료로 하는 빵과 치즈 등의 가격도 덩달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우유(9%)와 라면(13.4%), 빵(11.5%) 등 가공식품이 오르면서 체감물가는 이보다 크게 뛰었다.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우유 판매대. 사진=박준환 기자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이 날을 협상 기한으로 두고 원유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낙농진흥법에 따라 해마다 협상을 벌여 원유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한 달 넘게 논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인상률에 합의하지 못했다.

 올해부터 생산비와 우유 소비 시장 상황을 반영해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됐지만  우유제품의 핵심 원재료인 원유가격이 오르면 우유 제품 가격도 인상될 수 밖에 없다.

소위원회는 원유 가격 인상폭을 리터(L)당 69~104원 범위에서 정할 방침이다. 지난해 기준 원유 가격은 L당 996원이었다. 예상대로 협상이 마무리되면 원유 가격은 L당 1065~1100원으로 올라 처음으로 1000원을 넘어선다. 최저수준인 69원 만 올려도 원윳값은 1000원을 넘어선다.

지난해까지 원유 가격 인상폭은 통계청이 발표하는 전년도 ‘축산물생산비조사 결과’를 토대로 낙농가 생산비 증감분의 90~110% 수준에서 정했다. 이에 따라 L당 원유 가격은 2017년 922원에서 2018년 926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1년 947원, 올해 996원으로 각각 상승했다.

지난해 9월에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협상 방식을 바꿨다. 낙농가의 생산비뿐 아니라 소비 시장 상황을 함께 고려해 인상폭을 60~90% 범위에서 정했다. 생산비 증가분을 포함해 L당 69~104원이 기준이 됐다. 올해 L당 69원만 올려도 원윳값은 1000원을 넘어선다. 

원유 가격이 L당 1000원을 넘어설 경우 유업체의 흰우유 소비자가격도 3000원 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의 경우 원유 기본 가격이 L당 49원 인상되자 각 유업체는 흰우유 제품 가격을 10% 안팎으로 올렸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의 흰우유 1L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2800원대로 올랐고, 매일유업 의 900ml짜리 흰우유 제품 가격은 2610원에서 2860원으로 인상됐다. 이를 바탕으로 추정하면 흰우유 제품 가격은 2000원 대 후반에서 올해는 3000원 대로 올라설 수 있다.

문제는 우윳값이 오르면 빵이나 커피, 치즈 등 우유를 원료로 쓰는 제품 가격의 인상도 불가피해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최근 라면업계와 밀가루업계 등에 가격 인하를 권고했고 서울우유, 남양유업 , 매일유업 등 유업체에도 과도한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국내 유업체 3사가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제품 출고가를 10.2~16.3% 올려 원유 가격 상승분 대비 최대 2배 이상 인상한 사례가 있다"면서 "원유 가격 인상을 핑계로 회사의 이익을 강구해서는 안 된다"고 압박했다.

반면 원유를 원료로 유제품을 공급하는 유업계는 우유 소비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인상분까지 수용하면서 부담이 커졌다고 하소연한다. 낙농진흥회의 유통소비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6.60㎏에서 26.20㎏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흰우유를 제외한 가공우유 소비량도 6.20㎏에서 5.40㎏으로 감소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협상 결과를 보고 의견을 드릴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지난해에도 협상 기한을 넘긴 전례가 있기 때문에 올해도 시한을 넘기고 결정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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