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조차 80달러 돌파, 90달러 가시권... 물가 死神 부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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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조차 80달러 돌파, 90달러 가시권... 물가 死神 부활하나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07.2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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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미국산 원유의 기준이 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3개월 만에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다.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84달러를 돌파했다. 미국의 2분기 성장률 호조 등으로 경기낙관론이 퍼지는 가운데 산유국들의 감산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최근 물가 하락세가 주로 국제유가 하락이 원인인 만큼 유가 상승는 다시 물가상승을 부채질 할 수 있다. 석유회사들은 고유가로 정제마진이 높아지면서 수익을 낼 호기를 맞이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8일(현지시각) 0.6% 오르는 등 한 주동안 4.55% 상승했다.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다. 유전에서 원유를 퍼올리는 펌프잭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CNews DB
국제유가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8일(현지시각) 0.6% 오르는 등 한 주동안 4.55% 상승했다.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다. 유전에서 원유를 퍼올리는 펌프잭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CNews DB

28일(현지시각)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거래일에 비해 0.6%(0.49달러)오른 배럴당 80.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일시 배럴당 80.70달러를 찍었다.이날 종가는 약 3개월 사이에 최고치다.

WTI는 이번 한 주 동안 4.55% 상승했다. 5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고, 5주간 상승률은 16.51%에 이른다.

영국 ICE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 10월 인도 선물은 전거래일보다 0.53%(0.44달러) 오른 배럴당 84.23달러에 거래됐다. 종가는 84.99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 두바이산 원유는 배럴당 84.71달러로 전날에 비해 0.62달러 상승했다.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추이. 사진=미국 상무부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추이. 사진=미국 상무부

이날 유가 상승은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웃돌게 나온 데이어 인플레이션이 둔화했다는 소식의 영향을 받았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계절 조정 기준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연율 2.4% 증가했다.  이는 1분기의 2.0% 증가와 시장의 예상치인 2.0% 증가를 모두 웃돌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금리인상에도 미국 경제가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진다. 

인플레이션 둔화는 Fed의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에 힘을 싣는다. 금리인상을 중단하거나 늦추면 그만틈 달러가치가 하락해 달러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국제유가는 상승하게 된다. 

Fed가 중시하는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 올라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변동성이 심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도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4.1% 상승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 4.2% 상승과 전달의 4.6% 상승보다 낮았다. 이는 2021년 9월 이후 최저치다. 이로써 Fed가 9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는 빌미가 하나 줄어들었다. 제롬 파월 의장은 25~26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표를 보고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PCE물가는 중요한 경제지표다.

인플레이션(물가의 지속상승)이 여전히 Fed의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한다면 Fed가 추가로 금리를 올리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특히 최근 발표되는 경제 지표가 물가는 둔화하면서도 경기는 침체를 벗어나고 연착륙할 것이라는 기대, 원유수요 증가 기대를 높이고 있다. 

달러가치가 약세를 보인 점도 국제유가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유로와 엔 등 주요 6개 통화와 견준 미국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PCE 물가둔화에 0.27%가량 하락한 101.619 근방에서 거래됐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100만 배럴 자체 감산을 9월까지 연장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사진=아람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100만 배럴 자체 감산을 9월까지 연장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사진=아람코

전문가들은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수급이 빠듯한 데 그치지 않고 하반기에 공급부족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유전망이 유가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평가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산유국간 협의체인 OPEC플러스(+)는 지난 6월 감산합의를 2024년 말까지 연장키로 결정했으며 사우디는 7월 추가로 자체감산에 돌입했으며 8월에도 감산연장키로 했다.사우디는 또 하루 100만 배럴 자체감산을 9월까지 연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로이터통신 보도가 이어졌다. 

코메르츠방크의 카스텐 프리치 원자재 전략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9월 말까지 감산을 연장할지가 앞으로 유가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그러하다면 원유 시장은 3분기까지 더 큰 규모의 공급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면서 "이는 유가에 추가 순풍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증권의 하건형 수석연구원은 "Fed의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인식에 유가 상승했다"면서 "미국 2분기 경제 성장률이 예상치를 상회하는 등 견고한 경제지표 발표 역시 유가를 지지했고  주요 산유국 정유시설 유지보수 기간과 겹치며 유가 강세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하건형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전략비축유 매입 재개되며 원유 수요 증가 기대가 확산하고 사우디 자발적 감산 9월까지 연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8월 JMMC(공동감시위원회) 회의에서 타이트한 수급 환경을 위한 감산 기조 연장이 예상된다"며 WTI 소폭 상승을 예상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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